무예와 인문학의 조화, 건강한 미래 만든다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연출
2017-12-25 10:25:23최종 업데이트 : 2017-12-26 09:57:34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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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넘게 무예를 수련해 온 저에게 누군가 이렇게 묻습니다. "굳이 무예를 수련하면서 인문학 공부를 함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문을 엽니다. 저는 무예를 수련하다가 무예의 본질에 대해 궁금증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련하는 무예가 정조의 명으로 완성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무예24기라서 전통시대 무인의 삶과 생활에 대해 공부를 한다면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찾았습니다. 무예가 신체의 근육을 키우는 반복적인 훈련이라면, 인문학 공부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반복적 훈련입니다. 신체의 근육은 아주 작은 실핏줄들이 다발을 이뤄가며 점점 더 조밀하고 강해지는 것입니다. 인문학 공부 역시 작은 지식들이 다발을 이뤄가며 점점 더 지혜로워지고 생각의 풍요로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인문학이 더해진 무예는 단순한 투기(鬪技)를 넘어 지혜로운 인간의 몸짓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화성의 새벽, 필자가 시원스레 한 칼을 내려 긋습니다. 단순한 한 번의 휘두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울림은 작은 우주인 내 몸을 흔듭니다. 작은 움직임에도 의미를 찾습니다. 저는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학문 중 역사학이라는 또 하나의 지류를 통해서 공부를 풀어 갑니다. 그리고 단순히 머릿공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통시대 무인들의 수련과 삶의 방식을 직접 내 몸으로 풀어가며 그것을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되짚어 보려 합니다. 그래서 낮에는 칼을 들고 말을 타며 수련을 하고, 밤에는 역사학 공부를 지금도 쉬지 않고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해서 혹은 무조건 전통적이라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좋은 것이기에 그 오랜 세월 이 땅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해온 것이기에 지금도 충분히 그 수련은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전통시대에 행해졌던 여러 가지 무예수련의 의미를 하나씩 찾아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단순한 기술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3차혁명을 넘어 4차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입니다. 그 시대의 화두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온전하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그 안에서 '사람'의 자유를 찾는 것이 진정한 혁명의 본질입니다. 점점 더 빨라져 G(기가)의 시대가 열리고, 아마도 멀지 않아 더 빠른 무엇인가가 우리를 감쌀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점점 더 빨라지고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점점 더 소외되어가는 사람의 핵심인 '몸'을 수련하는 것이 무예이고, 그 무예를 더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 공부'입니다. '몸' 수련과 '마음' 수련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조화롭게 함께 풀어 가는 것이 진정 건강한 미래를 개척해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현재에 존재하는 '나'는 오로지 내 '몸'을 통해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나는 내 몸으로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다가오는 새해 더욱 몸 건강, 마음 건강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