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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수원천 얼음썰매장의 추억
김우영 언론인
2021-01-18 13:13:37최종 업데이트 : 2021-01-18 13:13:29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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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수원천을 산책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고 있는데도 천변을 따라 걷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로 사회의 많은 부분이 멈춰 섰지만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많은 시민들이 인근 공원이나 산을 찾는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겨울산 등산이 최고라고 한다. 하지만 위험도 그에 정비례한다. 또 어느 정도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취미다. 등산복과 등산화, 등산용 스틱, 아이젠 등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려면 만만치 않은 돈도 지출된다.

 

이런저런 걱정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나설 수 있는 곳이 수원천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종로에서 공군비행장 담장이 있는 곳까지 수원천을 따라 걷는다. 세류역 근처 중국 흑룡강성에서 온 동포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단골식당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또 다시 수원천을 따라 종로까지 거슬러 걸어 올라온다. 내 빠른 걸음으로 왕복 두 시간 쯤 걸리는 꽤 먼 거리다.

 

며칠 전 눈 구경삼아 수원천으로 내려섰다. 수원천 산책을 선호하는 것은 맑은 물과 그 곳을 생활터전으로 삼는 오리, 백로 등 야생조류와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뿐 만 아니라 신호등이 없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이날의 길동무는 도시계획학 박사인 ㄱ선생이다. ㄱ선생은 수원시에서 도시계획 분야의 공직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했다. 화성 땅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친 후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구청장까지 했다. 바쁜 업무 중에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 대학을 마치고 박사학위까지 땄으니 어찌 보면 입지전 적인 인물이다.

 

그는 내가 모르는 많은 일을 알고 있다. 수원시 변화의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이야기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날도 이런저런 옛 수원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중 꽁꽁 언 수원천 눈밭에서 눈사람(정확히는 눈동물)을 만드는 젊은 부부와 귀여운 아이를 만났다.

 

허, 그들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일반적으로 눈사람을 만들 때는 큰 눈덩이에 그보다 작은 눈덩이를 올리고 눈과 코, 입, 팔을 만든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눈사람은 '조각 작품'이다. 확인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조형미술 분야를 전공했거나 종사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 뿐 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작품'을 감상했다.

눈 내린 수원천에서 한 가족이 눈 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김우영

눈 내린 수원천에서 한 가족이 눈 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김우영


그러고 보니 이 낭만적이고 예술정서가 충만한 이 가족이 눈조각 작품을 만드는 곳은 수원천 썰매장이 있던 곳이다.

 

고인이 된 심재덕 민선 시장이 취임하면서 수원천이 기적처럼 되살아났고, 물고기가 돌아왔다. 각종 오폐수로 악취를 풍기며 부글부글 끓어올라 한겨울 얼음조차 얼지 않았던 수원천에도 20년 만에 얼음이 꽁꽁 얼었다. 이에 수원시는 1997년 수원천 매교동 세천교 부근(구 결혼회관 옆)에 얼음 썰매장을 조성했다.

 

썰매장은 매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로 운영됐다. 썰매도 무료로 빌려줬다. 아이들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나온 어른들도 옛 추억에 젖어 썰매를 타곤 했다.

 

2000년 매교동 수원천 썰매장에서 어린이들의 썰매를 밀어주는 심재덕 수원시장. 사진 제공/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2000년 매교동 수원천 썰매장에서 어린이들의 썰매를 밀어주는 심재덕 수원시장. 사진 제공/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2010년 수원천 썰매장에서 노는 어린이들. 사진 제공/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2010년 수원천 썰매장에서 노는 어린이들. 사진 제공/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수원천 얼음썰매장이 인기를 끌자 수원시는 물살이 느리고 하천 폭이 넓은 수원천 하류 매교동에 3곳, 세류동 2곳 등 모두 5곳에 모래주머니 물막이를 설치, 500평에서 1000평 넓이로 물을 가둔 썰매장을 만들었다.

 

간이천막을 설치했으며, 썰매 뿐 만 아니라 팽이치기와 널뛰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를 할 수 있는 도구와 추위에 언 손을 녹일 수 있는 장작불도 피웠다.

 

2005년부터는 세류3동 수원천 200m 구간에 폭포와 이글루, 통나무집 등 조형물도 설치했다.

 

그런데 2016년부터 한겨울에도 제대로 얼음이 얼지 않는 기후 이상 현상으로 수원천 썰매장은 운영되지 못했다.

 

올해는 한파가 몰려와 모처럼 수원천이 단단하게 얼었지만 몹쓸 코로나19로 개장할 수 없었다.

 

내년엔 수원천에서 썰매를 타는 어린이들의 티 없는 웃음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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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김우영, 얼음썰매, 수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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