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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봄날, 연무대 광장을 보며 떠오른 추억
김우영 언론인
2021-03-02 10:28:31최종 업데이트 : 2021-03-02 11:09:04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공감칼럼

 

엄동설한이 지나고 날씨가 화창해 졌다. 중간에 오는 봄을 두려워하듯 영하의 추운 날씨를 보였지만 계절의 흐름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주말엔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 연인, 산책객, 관광객들로 화성이 붐볐다.

 

나도 산책길에 나섰다. 오늘의 코스가 정해진 것이 아니건만 발길은 동장대와 창룡문 쪽으로 향한다. 이곳엔 나의 추억이 많이 쌓여있다.

 

고 심재덕 수원시장이 수원문화원장을 맡고 있을 때 '한 여름 밤의 음악축제'가 이곳에서 열린 적이 있다. 1988년에 시작된 이 축제는 처음에 장안공원에서 하다가 한때 연무대에서 열렸고 1997년부터는 수원야외음악당에서 개최했으나 지금은 중단됐다.

 

화성 성벽과 연무대, 창룡문을 배경으로 하는 이 음악제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1992년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축제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문화부가 수원출신 난파 홍영후를 '이달의 인물'로 선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13일-국악의 밤, 14일-관현악의 밤, 15일 합창의 밤, 16일 팝과 관현악의 밤으로 꾸며졌다.

 

음악회가 끝난 뒤엔 언제나 잔디밭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는 맥주 파티가 벌어지곤 했다.

 

지금은 행궁광장으로 장소를 옮겼지만 수원문화원의 정월 대보름 행사도 매년 여기서 개최됐고 효의 성곽순례 종착지도 여기였다.

 2019년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열렸던 연무대. 사진/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2009년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열렸던 연무대. 사진/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난 연극인 김성열 씨를 주축으로 창설됐던 수원화성국제연극제(현 수원연극축제)도 이곳에서 열린 적이 있다. 국내외의 저명한 극단들이 화성을 배경으로 펼치는 연극의 향연은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마지막 날에는 한국 '록의 대부'로 불리는 가수 겸 작곡가, 기타리스트인 신중현의 공연이 열린 것도 기억에 남는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엔 나도 기획·운영위원으로 참여, 매일 밤늦게까지 연극인들과 함께 했었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쉬었지만 수원화성문화제의 백미 중 하나인 야조(夜操)공연도 매년 펼쳐진다.

 

무예24기 마상무예 공연도 매년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야조와 마상무예 공연엔 나도 몇 번 출연해 서툰 솜씨나마 대나무와 짚단을 베는 시범을 보이곤 했다.

 

어느 해인가 세계프로복싱 챔피언 조지 포먼과 만나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미국 NBC UNIVERSAL이 제작하는 프로그램 'Better Late Than Never(더 늦기 전에)' 한국 편 수원화성 촬영을 위해 수원을 방문한 것이다. 미국판 '꽃보다 할배'인 셈이다. 미국 왕년의 스타들의 한국 문화 체험 첫 로케이션 장소로 수원을 선택했는데 그중에 조지 포먼도 있었다.

 

손을 맞잡고 사진도 찍었는데 주먹이 요강만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 밖으로 그처럼 무지막지하게 크지는 않았다. 45세에 최고령 WBC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던 '살아 있는 전설'의 눈빛은 시골 소처럼 순하고 착해 보였다.

2015년 8월 23일.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조지 포먼과 함께 한 필자

2015년 8월 23일.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조지 포먼과 함께 한 필자

 

얼마 전 수원일보에 '심재덕 시장의 이루지 못한 꿈 '세계적 야외공연장'이란 글이 실렸다. 필자는 현 (사)화성연구회 이사장인 김충영 박사(도시계획학)다. 김 이사장은 오랫동안 수원시의 도시계획을 담당한 전문가다.

 

그는 이 글에서 민선 1기로 당선된 심재덕 수원시장이 화성행궁복원 추진과 함께 의욕을 보인 사업은 창룡문사거리(동문사거리)에 지하차도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창룡문앞 다목적광장 조감도.(자료=수원시 화성주변 정비계획보고서)

창룡문앞 다목적광장 조감도.(자료=수원시 화성주변 정비계획보고서)
 

동문사거리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동서방향인 행궁 쪽에서 성남방향으로 지하차도를 만들면 교통소통에 도움이 되고, 연무대와 창룡문 앞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지하차도로 건설하면 그 상부를 세계적인 문화·휴식 공간,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심 끝에 "동북공심돈과 동북노대 부분에 박스(BOX)를 만들어 연결하고 그 부분이 높으므로 도로를 2m 정도 낮추고 성곽연결박스를 행궁방향으로 200~300m를 연결하면 상부에 광장이 조성하는 안"이 채택됐다.

 

그러나 그 뒤 이런저런 논란 끝에 "창룡문 안쪽에 다목적광장을 만드는 것이 투자비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결론에 따라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된 것이라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성곽을 연결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아쉽다. 넓은 잔디 밭 가운데를 가로질러 단절시키는 도로가 살짝 땅속으로 들어가고 광장이 연결됐더라면 이곳은 더 사랑받는 수원의 명소가 됐을 것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우영 프로필 및 사진

 

김우영, 언론인, 야조, 연무대, 창룡문, 수원화성문화제, 수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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