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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내 마음 속엔 이미 미로한정(未老閒亭)이 지어졌다네”
김우영 언론인
2021-03-29 16:26:09최종 업데이트 : 2021-03-29 17:31:20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공감칼럼



화성행궁 미로한정과 후원./사진 수원시포토뱅크 강제원

화성행궁 미로한정과 후원./사진 수원시포토뱅크 강제원

 

요즘 수원일보에 일주일에 한번 연재되는 '김충영의 수원 현미경'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나 뿐 만 아니라 수원의 역사와 세계문화유산 화성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사)화성연구회 회원들 모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모일 수는 없지만 어쩌다 두셋이 만날 때면 늘 화제가 되곤 한다.

 

지난주엔 '화성행궁 후원은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라는 제하의 글이 실렸는데 내 눈길을 끈 것은 일제 강점기 화성행궁 철거와 함께 훼손된 후원과 미로한정(未老閒亭)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도시계획학 박사이자 화성연구회 이사장인 김충영 씨는 수원시에서 오랫동안 도시계획과 화성사업에 전념해 온 인물로서 이 분야의 뒷얘기들을 많이 알고 있다. '수원 현미경'에는 그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지난 주 연재분에는 나를 비롯한 화성연구회 회원들이 미로한정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개됐다.

 

"화성행궁 복원사업이 추진되던 2000년 당시 문화관광과 학예사로 근무하던 이달호박사가 미로한정터를 찾으러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당시 함께 한 사람은 이달호 박사, 김우영 늘푸른수원 편집주간, 이용창 시청 사진담당, 강주수 화성연구회 이사와 나였다. 훼손된 행궁 뒤 산속을 찾아 헤매다 이달호 박사가 "여기 주초석이 있다"고 소리쳤다. 주초석은 흙에 묻히고 수풀에 가려져 있었다. 화성행궁 후원에 미로한정이 있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미로한정 주초석을 확인하고 있는 (사)화성연구회 회원들. 왼쪽부터 김우영, 김충영, 이달호./사진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미로한정 주초석을 확인하고 있는 (사)화성연구회 회원들. 왼쪽부터 김우영, 김충영, 이달호./사진 이용창 (사)화성연구회 이사

 

그러면서 미로한정이 있는 후원 조성 뒷얘기도 풀어놓았다.

 

후원 경사면에 소나무를 심기로 했지만 수원에서 많은 나무를 구할 수가 없어 전국에 수소문한 결과 강원도 양양에 필요로 하는 나무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화성행궁 후원에는 강원도 양양의 소나무가 와서 살게 됐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나무를 옮긴 직후 강원도 양양에 큰 산불이 났다는 것이다. 그 지역의 다른 소나무들은 모두 불에 탔다. 화성행궁에 옮겨온 소나무들만 살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조대왕의 영혼이 보살펴준 나무들인 것이다.

 

행궁 안 마당에도 소나무 4그루를 심어야 했는데 원하는 나무를 시장에서 사려면 한그루에 수백 만 원을 줘야 했다. 예산이 크게 모자라 이영미술관 관장 김이환 선생과 상의하니 미술관 정원의 나무를 흔쾌히 내주었다는 얘기, 행궁광장을 만들 때도 행궁 앞 명당수 옆에 심은 소나무 13주를 더 내놓았다는 얘기도 후세를 위해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에서 온 소나무들이 호위하고 있는 미로한정(未老閒亭)의 의미는 정조대왕이 장래 늙어서 수원 화성행궁에 내려와 한가롭게 쉬겠다는 뜻이다. 한가로이 국화를 감상하는 모습을 그린 '한정품국도(閒亭品菊圖)'가 지금도 남아 있어 햇볕 좋은 가을날 미로한정의 정취를 알 수 있다.

 

화성행궁을 복원하면서 미로한정도 다시 태어났다. 후원도 복구됐다.

 

미로한정이 있는 후원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60살 전 미로한정을 볼 때는 '나도 늙으면 저런 정자를 하나 가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내년부터는 이른바 '지공거사'가 되고 무료로 화성행궁에 들락거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속엔 이미 미로한정이 들어서 있다. 비록 '글 감옥'에 갇혀 살긴 해도 언제든지 외출외박이 가능하기에 충분히 한가롭다. 그 마음이 미로한정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김우영 프로필 및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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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언론인, 미로한정, 정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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