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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대박’이라는 말의 맛과 힘
정수자 시조시인
2021-10-18 18:07:21최종 업데이트 : 2021-10-19 18:07:12 작성자 :   e수원뉴스

  인문칼럼

 

대~박~. 흔히 만나는 말이다. 효용가치도 확 달라졌다. 물론 단어는 언중(言衆)이 쓰기에 따라 뜻이나 쓰임새가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너무 달라진 대박의 확장과 위상 앞에 어리둥절할 정도다. 그 저변에 한류의 힘이 있다니 더더욱 놀라운 일이다.

 

이참에 대박(大舶)을 다시 본다. 대박은 국어사전에서 명사로 명시하며, 뜻은 두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①바다에서 쓰는 큰 배. ②큰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여기에 덧붙이는 '대박을 터뜨리다(터지다)' 등의 사례가 있다. '어떤 횡재에 대하여 비유적으로 쓰이는 말'로 일러둔 최근의 친절한 풀이도 보인다. 그야말로 대박이란 단어의 대변신이요 너른 품이라 하겠다.

 

왜 새삼 대박을 운운하는가. 최근 기사를 챙겨 읽은 독자는 짐작할 터다. '대박'(daebak)이라는 단어가 2021년 영국 옥스퍼드영어사전(OED)에 등재됐다는 뜻밖의 소식 때문이다. '한류'(hallyu), '먹방'(mukbang), '치맥'(chimaek), '만화'(manhwa) 등 대중문화 관련 단어와 '오빠'(oppa), '언니'(unni) 등 호칭과 '애교'(aegyo) 같은 한국어가 26개나 올랐다고 한다. 1976년 '김치(kimchi)' '막걸리(makkoli)' 같은 우리의 첫 등재 후 45년간 20개 단어가 실린 데 비하면 올해 26개 단어의 등재는 한류의 힘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대박을 OED에는 어떻게 풀었을까. "우연히 얻거나 발견한 가치 있는 것을 뜻하는 명사" 또는 "열렬한 찬성을 뜻하는 감탄사"란다. 대박은 본래 명사로 쓰여 왔는데 감탄사로 품사의 영역까지 확장을 이룬 것이다. 2016년 신년기자회견에서 ㅂ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대통령의 품격 있는 표현으로 보진 않는 분위기였다. 딱히 비속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대박이 어느새 한류를 타고 거듭나며 대박의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실은 대박의 오남용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었다. 누군가 다치는 교통사고에도 대박~, 피 흘리는 싸움에도 대박~, 사회의 대형사건 앞에서도 대박~. 그렇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가리지 않고 대박을 아무데나 갖다 붙여 썼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수록 과장적으로 써서 단어의 쓰임새에도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만능처럼 쓰인 대박은 말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상의 가림 없는 활용에서 감탄사 역할까지 하는 대박의 폭이 나라 밖에서도 읽혔으니 말이다.

 

그런 대박만으로는 부족한지 요즘은 초대박도 종종 보인다. 언어를 더 세게 써야 효과도 더 세게 나온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대박의 반대말로 쪽박도 쓰고 있으니 대박에 달려 나온 단어의 용처가 새삼 넓게 보인다. 개업이나 발전의 기원에 많이 쓰는 요즘 대박은 그 판세가 더 커졌다. 대박이 제비에게 얻어 심은 흥부의 박 씨가 큰 박으로 열린 데서 나온 말이라고 보면, 이런 말의 확장이 전통의 재미있는 활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대박은 말 속의 세태와 변화를 담보한다. 무엇보다 입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말맛과 효과를 잘 보여준다. 특히 실감 높이는 감탄사로는 압도적인 대박 중이다. 그럼에도 격식 있는 글에는 아직 안 쓰고 있으니, 대박의 격은 더 지켜볼 일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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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정수자, 대박,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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