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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시월 바람의 추신처럼
정수자 시조시인
2021-10-26 08:47:43최종 업데이트 : 2021-10-26 08:47:43 작성자 :   e수원뉴스

인문칼럼

 


시월 푸른 바람에 더러는 이 시를 읊조렸을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서정주, 「푸르른 날」) 눈부신 시월 하늘을 보면 절로 스치던 시도 노래도 올해는 비가 잦아 덜 불렀지 싶다. 그래서 그리움은 더 깊어졌을지도 모르지만.

 

'독서의 계절'을 곳곳에 걸던 시월도 이제는 다 지난 시절 얘기다. 등불 당기며 오붓이 책을 펴던 가을저녁이 추억의 갈피 속에 서걱거린다. 사실 시월이면 바람과 하늘과 단풍이 우리 마음을 얼마나 흔들어대는가. 날이 너무 좋아 집에 있기 아깝다고 잡아끄는 도처의 바람에 그렇잖아도 무거운 책읽기가 도리 없이 밀려난다. 게다가 휴대폰으로 읽고 쓰기가 얼마든지 가능해진 스마트 세상이니 꼭 종이책이 아니어도 나름의 독서는 계절 없이 이어질 것이다.

 

아무려나 바람의 설렘을 그냥 품은 채 보내는 시월이다. 코로나19 와중에 2년째 여행을 참으며 다들 지쳤다. 국내 여행을 조금씩 한다지만 방역 속의 여행으로 소소히 누릴 정도다. 그나마도 참는 사람들은 내 안의 여행을 다양하게 찾았던 듯하다. 책을 들고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한다. 다락방에 들어가 묵은 일기장을 꺼내 읽듯, 자신을 되돌려 보는 것도 내면 여행으로는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 속에서 추신의 추억을 만날 수도 있겠다. 편지 말미에 덧붙이곤 하던 짧은 글 추신. 한때 'PS:'로 멋 부리듯 썼던 추신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도 꽤 있을 법하다. '부모님전상서'까지는 아니어도 구구절절 편지를 써놓고 마지막에 덧붙이던 추신의 역할은 자못 컸고 흥미로웠다. 정작 할 말은 거기다 꾹꾹 눌러 담았으니 "책 사야 하니 돈 좀 부쳐주세요"나 "중앙극장 앞 5시야, 꼭!" 등등 다급한 호소나 약속의 확인이었으니 말이다. 깜빡 잊은 말처럼 붙였던 추신이 실은 편지의 본래 목적이었던 셈이다.

 

추신의 역사를 되돌려 보니 그 시절의 인간적 면모들이 저물녘 밥내처럼 와 닿는다. 편지 끝에 덧붙이는 겸손한 방식도 그렇지만 한참은 망설이다 썼지 싶은 마음의 준비도 더 짚이는 것이다. 공들여 쓰고 애도 좀 태우던 손편지만의 맛이랄까. 할 말을 얼른 내쏘지 못하고 마음에서 굴려온 어눌함이 빚는 눌변의 맛이랄까.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으려다 잠시 더 머뭇거린 한숨 같은 게 추신의 행간에 서렸던 것이다.

 

그런 추신 같은 시월 끝자락에 이르니 시월의 노래가 겹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 노래는 노르웨이 혼성2인조밴드 시크릿가든의 연주곡(「봄을 향한 세레나데 Serenade to Spring」)에 한경혜가 가사를 붙이면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뉴에이지 연주곡으로 재탄생된 원곡을 넘어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시월의 대표 노래로 등극했다. 노래가 널리 불리며 제목을 가을 행사명으로도 활용되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흡입력이 보인다.

 

시월을 울리던 시와 노래에 기대어 바람을 만져본다. 애당초 노래였던 시는 이제 책(문학)에 한정됐고, 노래(음악)는 대중적인 힘이 더 세어졌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고, 돌아보려면 뭐든 더 찾아야겠다. 깊이 묻어둔 마음까지 불러내는 시며 노래로 하늘이 더 푸르러지듯. 하여 바람의 추신처럼 숙여 적나니~

*추신 : 칼럼 읽으시는 눈 맑은 분들, 고맙습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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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칼럼, 시월,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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