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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짜장스님’이 돌아왔다
언론인 김우영
2022-05-16 10:16:33최종 업데이트 : 2022-05-18 09:59:50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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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스님'과 연락이 됐다. 그 사이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반가운 마음에 스님이 새로 지은 절집 서봉사를 찾아갔다. 위치를 몰라 해병대 사령부 앞에서 내려 무작정 걸었다. 해병대 사령부 체력단련장(골프장) 쪽으로 접어들어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 가다가 산길로 접어드니 화성시 팔탄면 신양3길 70(지번 팔탄면 가재리 8-1) 서봉산 서쪽 산중턱에 있는 서봉사가 보인다.

 

짜장스님의 절집 서봉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축하공연(사진=김우영)

짜장스님의 절집 서봉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축하공연(사진=김우영)

 

예전엔 태고종 비구니 스님이 머물던 암자라는데 비어있던 절집을 짜장스님이 인수해 새로 지은 것이다. 절집을 마련하는데 스님의 형과 누나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스님은 반색을 한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하주성 형의 소개로 처음 만난 뒤 가끔은 수원지역 짜장 봉사에도 동참하면서 연을 맺은 뒤 허물없이 지내왔는데 어느 날 소식이 끊겼다. 울진지역 산불 이재민을 위한 급식봉사를 한다며 내려간 1년 쯤 뒤 만났을 때 조계종을 탈종했다는 말을 남긴 뒤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짜장 스님의 법명은 운천스님이다.

 

수인사를 마친 뒤 "스님, 그동안 어디 계셨습니까?"라고 묻자 "오대산에 들어가서 목탁 10개쯤 깰 정도로 염불을 하고 나니까, 눈이 열리더군요"라며 웃는다.

 

부처님 제자면 됐지 종파니 종교니 모두 구분이 없더란 말끝에 기회가 된다면 신학대학원에 가서 기독교 신학도 공부해보고 싶다고 한다.

 

 

스님은 나를 '형님'이라고 친근하게 부른다. 부처님 오신 날 전날 열린 경축 법요식과 축하 공연 때 다시 방문해보니 대웅전에 '수원특례시 김우영'이란 소망등도 하나 달아놓았다. 내가 연등 값을 낸 부모님과 장모님 영가등 외에 스님의 사비로 올린 등이다.

 

 

스님의 고향은 수원이다. 수원에서 태어나 자라 누구보다 고향 사랑이 깊다. 대한불교 조계종으로 출가해 천년 고찰인 남원 선원사 주지 등을 역임했고 2011년 무렵부터 불우 이웃을 위한 짜장면 봉사를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설법보다도 짜장면 만들어 봉사하는 것이 행복하더라는 것이다. 말로 하는 포교보다는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나눔의 짜장면 봉사가 실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대산에서 칩거 수행한 기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전국 곳곳 부르는 것은 마다않고 달려가 공양봉사를 해왔다.

 

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성행궁을 비롯, 우만복지관, 서호노인복지관, 지동경로당, 장애인 체육대회, 수원구치소, 천주교 시설인 이목동 바다의 별 등 장소와 종교를 가리지 않고 짜장면과 짜장밥을 퍼주는 봉사를 해왔다.

 

지금까지 스님이 만들어 준 짜장면은 100만 그릇이 넘는다고 한다.

 

 

짜장면 면을 뽑고 있는 운천스님(사진=김우영)

짜장면 면을 뽑고 있는 운천스님(사진=김우영)

 

5월 7일 열린 축하 공연 때도 신도들과 마을 주민들에게도 짜장면을 무료로 대접했다. 음식을 충분히 준비했기에 남는 짜장과 면은 동네 노인들에게 아낌없이 싸서 보냈다. 그날 저녁 울진으로 또 짜장 봉사를 나가야 했기에 저녁 공양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훈훈했다.

 

지금도 스님이 직접 몰고 다니는 차 안에는 밀가루며 반죽기, 면 뽑는 기계와 짜장면에 들어갈 각종 채소들이 가득하다.

 

 

서봉사에서 먹은 맛있는 스님짜장(사진=김우영)

서봉사에서 먹은 맛있는 스님짜장(사진=김우영)

 

짜장 봉사 때 뜻밖의 사고도 일어났다.

 

2013년 1월말, 율천동 주민자치센터였고 대상은 율천동에 기거하는 어르신들 200여명을 위한 짜장면 봉사 때 사고가 터졌다. 반죽된 밀가루 덩어리를 기계에 밀어 넣다가 그만 오른쪽 손가락 몇 개가 빨려 들어간 것이다. 다행이도 수술이 잘돼 손가락은 아물었다.

 

 

스님은 짜장 봉사만 한 것이 아니다. 해외봉사에도 앞장섰다. 2014년엔 식수 부족으로 고통을 받는 동남아의 한 지역에 우물 30곳을 파줬으며 변변한 교사(校舍) 없이 흙바닥에서 공부하던 네팔 룸비니 오지마을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사비와 후원자들의 성금으로 스리칼리마이 '선원사초등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네팔 '선원사초등학교' 준공식(사진=운천스님 제공)

네팔 '선원사초등학교' 준공식(사진=운천스님 제공)

 

요즘 짜장 스님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단다.

 

"중이 무슨 돈을 밝히느냐고 하겠지만 돈이 있어야 어려운 사람들을 마음껏 도울 게 아니에요? 혼자 사는 중이라 갖고 갈 곳도 없고..."

 

옳다. 스님,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쓰시라. 스님의 돈벌이를 응원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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