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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우리 모두 성안에 한옥 짓고 삽시다"
김우영 언론인
2022-08-08 09:42:27최종 업데이트 : 2022-08-08 10:11:46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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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전 세계가 들떠 있던 1999년 겨울쯤으로 기억된다. 당시 '화성사랑모임(화사모)' 연말 술자리가 마련됐다. 화사모는 1997년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서너 명으로 시작된 순수민간 단체였다. 1999년 회원이 30여 명이 넘어서면서 사단법인 등록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1년여 준비 끝에 2000년 7월 21일 발기인 총회를 거쳐 2001년 5월 21일 사단법인 화성 연구회로 출범했다.

 

 

이때 모임의 중추멤버였던 ㄱ박사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지금 사는 집을 팔아버리고 성안으로 이사해 한옥을 짓고 삽시다."

 

누구보다 화성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니만큼 생각은 같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였다. 살기 편하고 놔두면 값이 오르는 아파트를 팔고 구도심으로 옮겨와 살자는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거릴 수는 없었다.

 

당시 성안은 땅값이 쌌다. 구도심인 행궁동은 거의 슬럼화된 상태여서 집들은 노후화 됐고 한집 건너 점집들이 들어서 귀기마저 느껴졌다. 문화재로 인한 개발이 제한된 구역이라서 투자 가치도 없어보였다.

 

 

이곳 집값이 싸기에 옮길 수도 있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설득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른 회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으리라.

 

결국 ㄱ박사만 성안에 오래된 건물을 하나 구입했고 지금은 거기에서 작은 딸이 카페를 하고 있다. 한 쪽 구석은 본인의 작업실로 쓰고 있다.

 

그런데 ㄱ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 무리를 해서라도 이곳으로 들어왔어야 했다.

 

 

조선조 22대 정조대왕 시절 가장 번성했던 이 지역은 해방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가 2013년 '생태교통 수원' 행사 이후 젊은이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변화했다.

 

 화홍문 근처에 있는 한옥 매홀재(사진/수원시 포토뱅크)

화홍문 근처에 있는 한옥 매홀재(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지금도 행궁동의 집값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이젠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다. 당시 평당 몇 백 만원에 거래되던 땅값은 엄청나게 올랐다. 목이 좋은 곳은 몇 천 만원이나 한단다.

 

시인 ㅈ은 지금이라도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행궁동에 살고 싶어 가끔 동네를 둘러봤지만 눈을 뜨고 나면 값이 올라 이젠 포기한 것 같다.

 

 

 

그나마 ㅎ박사는 크게 오르기 전에 남수동 성벽 아래 손바닥만한 부지라도 마련해 두어 한옥을 지을 꿈에 부풀어 있다. 들리는 소문에는 화성에 사는 모 시인도 이곳에 한옥을 짓겠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에 행궁동에 한옥을 지은 사람들도 있다. 소무역을 하는 ㅊ형은 아내가 몹쓸 병에 걸리자 살던 집을 헐어버리고 한옥을 세웠다. 한옥의 재료인 나무와 흙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내린 결단이다. 원래는 6개월 정도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나 남편의 지극정성인지 한옥 때문인지 6년 가까이 더 살다 가셨다.

 

 

한옥을 지을 때 ㅊ형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이 수원시다. 부유하지 못했던 그에게 수원시의 '한옥 건축·수선비 지원 사업'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이 사업은 한옥 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수원화성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한옥을 신축하거나 기존 한옥을 고쳐 짓는 시민에게 수원시가 공사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수원화성 지구단위계획구역 중 '한옥 촉진 지역(신풍동·장안동 일원)'에서 한옥을 신축·개축하면 공사비용의 50% 내에서 건축 연면적에 따라 최대 1억5000만원, 그 외 지구단위계획구역은 공사 비용의 50% 내에서 최대 8000만원을 지원한다.

 

한옥 리모델링은 공사비용 50% 내에서 한옥 촉진 지역은 건축 연면적에 따라 최대 1억1000만원, 그 외 지구단위계획구역은 공사비용의 50% 내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지원금이 없었으면 ㅊ형의 한옥 계획은 무산됐을 것이다.

 

 

아내가 떠난 뒤 그는 한옥을 개조해 홀로 한옥민박을 운영했다. 그러나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는지 70이 넘으면서 힘에 부쳐하다가 기어이 집을 내놓았고 지금은 다른 이가 민박을 하고 있다.

 

 

 

지금도 행궁동 산책길에 새로 들어선 한옥집들을 만나면 부럽다. 진즉에 들어와서 살 걸...이런 후회를 하는 사람들이 어디 나 하나뿐일까? 그때 ㄱ박사의 이야기를 들었던 '감'도 없고 용기도 없던 이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냉수나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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