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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수원종로교회는 치열한 항일운동의 정신적 토대였다
김우영 언론인
2022-11-28 10:03:10최종 업데이트 : 2022-11-28 10:02:51 작성자 :   e수원뉴스

칼럼 상단


글을 쓰다가 눈이 침침해질 때쯤이면 작업실을 나와 행궁동을 거닐곤 한다.

 

이젠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었다, 찬바람이 부는 요즘 외출 시엔 얼마 전 TV 홈쇼핑에서 구입한 기모 청바지가 큰 도움이 된다. 3장에 9만9000원하는 이 청바지는 십몇 년 전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때 아내가 내 생일 선물로 사 줄 때는 제법 비쌌는데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엄청 저렴해졌다.

 

당시 만족했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TV 홈쇼핑 방송 때마다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주문했다. 입어보니 따듯하고 편하다.

 

 

청바지 선호 이유를 솔직히 말하자면 때를 안타기 때문이다. 사실 안 타는 것이 아니라 웬만큼 때가 묻었더라도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구김살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아무데나 털썩 잘 앉는 털털이인 내게 안성맞춤인 옷이다.

 

 

새로 산 청바지를 입고 행궁동, 이른바 '행리단길' '행궁둥이'라고 불리는 신풍동지역을 한 바퀴 돌아 종각인 여민각 돌계단에 앉았다. 어떤 아주머니가 웃으며 다가온다. 길을 묻는 사람인가 했다. 여기 앉아 있으면 '00만두집' '00식당' '통닭거리 00치킨'이 어디냐고 묻는 관광객들을 자주 만난다. 심지어는 보신탕 잘하는 집이 어디냐는 질문도 받는다.

 


원 종로교회 전경(사진/김우영)

수원 종로교회 전경(사진/김우영)

 

아주머니가 마스크를 건넨다. 마스크엔 수원종로교회 안내 전단지가 붙어 있다. '민족과 함께 하는 종로교회'라... 마음에 든다.

 

맞다. 종로교회의 역사는 분명 민족과 함께 했다. 내가 존경하는 필동 임면수 선생도 이 교회에 몸담았다.

 

선생은 독립운동과 인재교육에 전 재산과 생명까지 쏟아 부었다. 삼일학교 설립 등 교육활동과 국채보상운동, 신민회 활동 등을 했으며 1912년 2월 엄동설한에 어린자녀를 포함한 가족들과 함께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했다. 만주에서 신민회 경기도 대표, 이후 경학사, 부민회 등 독립운동 단체에 가입하여 개척 사업을 펼쳤으며 독립군 양성소인 신흥무관학교 설립에 관여했고 나중엔 제2의 신흥무관학교인 양성중학교 교장도 역임했다.

 

일본 경찰에게 체포돼 옥살이를 했으며 석방 후 고문후유증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고생하다가 1세상을 떠났다.

 

부인 전현석 여사도 잊어서는 안된다. '독립운동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전여사는 만주로 망명한 뒤 통화현에서 객주집을 하면서 독립투쟁을 적극 지원했다.

 

"그 당시 독립운동 하는 자로 선생 댁에 잠을 안잔 이가 별로 없고, 전현석 여사가 손수 지은 밥을 안 먹은 이가 없어 실로 선생 댁은 독립운동가의 휴식처요, 무기 보관소요, 회의실이요, 참모실이며 보급처요, 정비실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장남 임우상 지사도 국내에 잠입, 군자금을 구해 만주로 돌아가던 중 걸린 동상과 독감으로 20대 중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으니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의로운 집안이다.

 

임면수 선생의 손자인 임병무 시인과는 오랫동안 친교를 이어오고 있다.

 

 

임면수선생 외에도 많은 선각자들이 수원종로교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과 사회변혁운동에 헌신했다. 3.1운동을 이끌었던 이하영 목사와 김세환 선생을 비롯, 김제원·홍돈후·김제구·차희균 선생 등은 독립운동과 국채보상운동, 기호흥학회 등을 이끌었다. 나혜석 작가의 사촌 오빠인 나중석 선생은 해방 후 수많은 토지를 소작인들에게 무상 분배해 지역사회를 놀라게 했다.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종로교회 사람들(사진=종로교회 홈페이지)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종로교회 사람들(사진=종로교회 홈페이지)

 

수원종로교회는 1901년 세워졌으니 121년이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교회는 남자 매일학교와 여자 매일학교를 운영했는데, 뒤에 삼일학교로 발전됐다. 이하영·임면수·나중석 선생 등이 인재 양성을 위해 공동으로 설립했다.

 

삼일학교는 현 삼일중, 삼일상고, 삼일공고, 매향중, 매향여자정보고의 전신이다.

 

 

 

수원종로교회는 이처럼 민족의 아픔과 함께 하며 이웃의 어려움을 같이 나누는 교회다. 내 주변 사람 몇몇도 이 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모두 반듯한 인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인상이 좋았다. 거기에 더해 이처럼 훌륭한 독립운동가와 선각자들이 함께 했던 교회라니...

 

내 비록 교회에는 다니지 않으나 수원종로교회가 앞으로 백년, 천년 번성하길 바란다.

 


저자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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