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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2023년 새해가 밝았다
김우영 언론인
2023-01-09 10:03:56최종 업데이트 : 2023-01-09 10:03:45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몇 해 전부터 가족들을 행궁광장으로 불러 제야 타종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행사가 중단된 때를 빼놓고 한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함께 한 것이다.

 

자주 가는 행궁동 통닭집 앞의 작은 호텔에 방을 두개 잡아놓고 식구들을 묵게 했다. 그러니 추운 겨울 밤 인파를 헤집고 집으로 가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수원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2023 새해 타종식에 모인 인파.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준현)

수원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2023 새해 타종식에 모인 인파.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준현)

 

 

타종 전 통닭과 생맥주로 출출한 속을 달랬고, 타종이 끝난 후에는 다시 통닭을 먹을 수 없으니 뜨끈한 홍합탕과 굴을 시켜 한잔 더했다.

 

인근 음식점과 술집, 통닭집마다 손님들이 그득하다. 장사들이 잘되는 것을 보니 내 배도 덩달아 부르다.

 

 

원래는 남이 잘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야 한다는데 난 아니다.

 

손님이 없어 텅 빈 가게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줄을 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을 보면 더없이 행복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품이 넉넉해지는 게 느껴진다.

 

 새해 떡국을 먹는 시민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새해 떡국을 먹는 시민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행궁 광장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있다. 북쪽 광장에선 흥겨운 공연이 펼쳐지고 남쪽 광장에서는 떡국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랑을 만드는 사람들 봉사회라고 한다.

 

오랫동안 고아낸 곰탕국물 냄새가 참 좋다.

 

 

"5, 4, 3, 2, 1, 와아!"

 

군중들의 카운트에 따라 드디어 1월 1일 0시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동시에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수원특례시의회 의원, 시민 대표 등에 의해 20여 분 간 타종이 이어졌다.

 

타종과 함께 떡국 배식도 시작됐다. 타종을 끝낸 수원특례시장도 앞치마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떡국나눔에 동참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떡국을 먹는 사람들의 표정이 참 밝다. 중년 부부에게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엄지손가락을 척 펴든다. 나도 한 그릇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대기 줄이 워낙 길어 포기했다.

 

 

1일 오전 팔달산 서장대에서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고 하는데 늦게까지 이어진 음주 때문에 가보지 못했다.

 

예비 사위가 술을 제법 한다.

 

"아버님 한잔 더 하셔야죠"

 

항상 보는 사람도 아니니 그러자고 했다. 술자리는 새벽 2시까지 계속됐다. 술을 끊은 큰 아들, 자리를 지키느라 고생 많았다. 반면 아내는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여서 함께 웃고 떠드는 것이 마냥 좋은 것 같다. 분명히 피곤할 텐데 아들·딸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다.

 

 

이래서 늙은 부모가 품 떠난 자식들이 그리워 동구 밖을 내다보며 기다리는가보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다. 아버지는 설이나 추석, 자식들이 올 시간이 되면 버스정류장이 있는 옥수수밭 마루까지 나와 기다리셨다.

 

더 늙어져서 아파트로 이사한 후에는 베란다에 앉아 들어오는 길목을 지켜보시곤 했다. 어머니는 우리가 눈에 띄면 창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시며 손을 흔드셨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세상에 안 계신다.

 

 

2023년 새해라고 달라진 것은 없다. 나이만 한 살 더 먹었다. 더 나이가 들기 전, 내가 누군지,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에 나오는 가사처럼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봐야 할 터인데 가능할까 모르겠다. 여전히 술탐, 여행탐, 책탐 등 탐심이 많은 '김우영' 이라고 불리는 자여.


저자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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