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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해야 할 공원 ‘앙카라학교공원’
터키군인들이 수원에 설립한 앙카라고아원을 기념하는 곳
2025-02-03 16:21:07최종 업데이트 : 2025-02-03 16:21:05 작성자 : 시민기자   양선영
서둔동에 위치한 앙카라학교공원

서둔동에 위치한 앙카라학교공원


수원에 많은 역사적인 장소가 있다. 행궁동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고 유명한 곳들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수원인으로서 기억했으면 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서둔동에 위치한 작은 공원 '앙카라학교공원'이다. 

이름부터 이국적인 이 공원은 과연 어떤 곳일까? 우리는 왜 이곳에 대해 알아야 할까? 앙카라학교공원에 대해 알게 된 건 몇 달 전 수원의 역사 수업을 통해서이다. 나 역시 수원에 오래 살았지만 최근에서야 알게 될 정도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모르는 곳이다.  

앙카라학교공원을 설명하기 위해 6.25전쟁 시절에 설립된 앙카라 고아원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전쟁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었고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누구보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이 혼란의 상황 속에서 길을 헤맬 때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터키 군인들이다. 

그 당시, 터키는 UN군으로서 6.25 참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군인들은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전쟁고아들을 모아 1952년 바로 이곳 수원시 서둔동에 고아원을 세웠다. 

사실 처음에 이들은 부대에 천막을 쳐 아이들을 거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늘어나자 인근 도축장 건물을 빌려 고아원을 만들었다. 군인들은 자신의 월급의 일부를 떼어 수도 이름을 따라 지은 앙카라 고아원과 앙카라 학교를 세웠고 1952년부터 휴전 이후인 1966년 부대가 한반도를 떠날 때까지 14년간 한국의 전쟁고아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다. 그리고 약 64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시켰다. 

인종도 언어도 다른 나라에 와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아원까지 세웠다니,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앙카라학교공원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지금은 앙카라고아원은 사라졌지만 앙카라학교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고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앙카라학교공원은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원시는 지난 2013년 터키 군인들의 행동을 기억하기 위해 원래 고아원이 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서호초등학교 교문 앞에 '앙카라학교공원'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터키군인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벽화

터키군인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벽화


공원으로 가는 길, 지금은 행정 도로명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2022년까지는 '앙카라길'이라고 불리었다. 폭은 10m 정도의 좁은 골목을 따라 담장에는 전쟁고아를 챙기는 군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 앞에는 한국과 터키의 국기가 있고 작은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안내문에는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우리시의 어린이를 위해 1952년 터키군이 설립한 앙카라고아원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서호초등학교 앞 앙카라학교공원으로 이전하였다고 쓰여 있었다. 

공원에 세워진 앙카라고아원 건립기념비

공원에 세워진 앙카라고아원 건립기념비


공원에 도착하니 한 가운데 높이 1m 정도의 앙카라 고아원 건립 기념비가 보였다. 1952년 앙카라고아원을 설립하여 부모를 잃은 우리 어린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1966년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 이 업적을 기억하고자 이 기념비를 세우게 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작은 기념비이지만 그 안에 터키군인들이 낯선 나라에 건넨 따뜻한 손길과 그 덕분에 잘 성장할 수 있었던 아이들을 생각하니 더 뜻깊게 느껴졌다. 

움직이는 저택 조형물

움직이는 저택 조형물


기념비 옆에는 '움직이는 저택'이라는 조형물이 있다. 터키의 국부 아타투르크가 1929년 건축한 저택인데 인근 플라타너스 가지가 저택에 손상을 주자 나뭇가지를 자르는 대신 저택을 옆으로 옮겼다는 일화가 있어 움직이는 저택이라는 명칭을 얻었다고 한다.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앙카라고아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일라>

앙카라고아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일라>


몇 년 전에는 앙카라고아원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튀르키예군과 고아가 된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6.25전쟁에서 만남과 이별 그리고 60년 후 터키 군인이 소녀 아일라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담고 있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실제 인물인 터키 군인 슐레이만씨는 60년만에 아일라 '김은자'씨를 찾아 운명적인 만남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감동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화 <아일라>를 추천한다. 

기사를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예전에는 벽화도 더 많은 아기자기한 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세월의 흐름과 개발로 벽화는 거의 사라져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비록 기념비와 조형물이 전부이지만 터키군인들이 아이들을 위해 이곳 수원에 고아원을 설립하고 7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될 수 있게 남겨졌다고 생각하니 의미 있는 장소가 아닐 수 없다. 

6.25전쟁이라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 속에 터키군인들이 낯선 나라에 베풀어준 따뜻한 손길이 있었다는 것이 앞으로도 오래 기억되길 바라며 이곳 앙카라학교공원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선영님의 네임카드

앙카라학교공원, 앙카라고아원, 터키군인, 서호초등학교, 서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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