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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쉼을 즐기며, 역사의 뒷모습도 볼 수 있는 곳
수원 경기상상캠퍼스를 걷다
2025-06-10 14:37:42최종 업데이트 : 2025-06-10 14:37:3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생생1990' 앞에 바닥 분수대.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생생1990' 앞에 바닥 분수대.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6월 초인데 날씨는 벌써 한여름이다. 어디론가 시원한 곳을 찾아서 쉬고 싶다. 이왕이면 멀리 나서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다면 더 좋다. 서둔동에 경기상상캠퍼스(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로 166)가 그렇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워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에 좋은 쉼터다. 

  이곳은 옛날 서울대학교 농생명대 캠퍼스였다. 학교가 2003년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고 터가 그대로 남았다. 경기도가 2016년 리모델링을 거쳐 경기상상캠퍼스로 재탄생했다. 모습을 그대로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수원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 예술 체험공간 겸 쉼터를 조성했다.  

  이곳은 울창한 숲이 매력적이다. 큰 나무들이 우뚝 서서 숲이 된다. 거침없이 뻗어나간 직선미와 푸른 생명이 아름답다. 나무 아래서 쉬다 보면 우리도 큰 나무와 함께 숲이 된다. 숲 사이에 과거 대학 건물도 말을 건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낡은 채로 그대로 있는 모습이 정겨움이 느껴진다. 가슴에 지워지지 않은 추억도 불러온다. 낡은 표정에도 함부로 볼 수 없는 품위를 지니고 있다. 새것만 찾아 정신없이 흘려보낸 세월을 돌아보게 한다. 

김상진 민주 광장. 큰 느티나무가 그 어떤 속박도 벗어버린 몸집으로 광장 빗돌들을 지키고 있다.

김상진 민주 광장. 큰 느티나무가 그 어떤 속박도 벗어버린 몸집으로 광장 빗돌들을 지키고 있다.


  강의동과 대학 건물로 사용하던 곳은 옛 이름표를 그대로 달고 있다. 각 건물의 특성을 반영한 한글 이름에 건물 조성 연도를 넣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건물에서는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숲속에서 문화와 휴식을 하고, 꿈과 상상을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오랜 시간을 품고 있는 곳이니, 숨겨진 역사도 있다. 캠퍼스 정문 안내에 보면, 이곳은 1907년 농림학교 터다. 대한제국 시절에 한성부 농상공학교 농과(1904)가 농림학교(1906)로 개편하고 이곳으로 이전했다. 이후 수원농림전문학교로 식민지 시대에 농업 인재를 양성했다. 1946년에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으로 승격했다. 건물 정문에는 아직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1992)이라는 교명이 있다. 근대 농업 교육을 시작해 최끈까지 농업 분야 인재를 양성하던 곳이다. 

농업교육학관. 서울 농대 밴드가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았다. 여기서 연습을 했다.

농업교육학관. 서울 농대 밴드가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았다. 여기서 연습을 했다.


  '수원고등농림학교 학생 운동지' 안내판도 있다. 1919년 3월 3일에 한국인 학생들이 기숙사를 나와 서울에서 벌어진 독립 만세 시위에 참여했다. 1919년 3월 3일은 고종 인산일이다. 앞서 3월 1일 독립을 선언하고 일본 통치에 항거하는 만세운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만세운동은 기미독립운동의 연장이었다. 이후에도 학생들은 조선인 차별에 항의하며 동맹 휴학을 하기도 했다. 이는 학교 내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일제 지배와 민족차별에 대한 저항이었다. 

  정문에서 다시 캠퍼스 내로 들어오면 문화관 7동 광장을 만난다. 김상진 민주 광장이다. 큰 느티나무가 그 어떤 속박도 벗어버린 몸집으로 광장 빗돌들을 지키고 있다. 1975년 4월 11일 이곳에서 농대생 300명이 모여 성토대회를 했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구속된 학생들을 석방하라는 대회였다. 대회에서 축산과 학생 김상진이 유신체제와 긴급조치에 항거하는 뜻으로 할복했다. 기념 돌에는 김상진 얼굴과 당시 낭독했던 양심 선언문이 새겨져 있다. 

  유신 정권이라는 잔인한 현실에서 대학생이 죽음을 무릅쓰고 정의의 목소리를 냈다. 무섭지는 않았을까. 얼마나 망설였을까. 무릎을 꿇지 않고 서서 죽으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머리를 숙이게 한다. 이런 역사가 있어 오늘날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고, 정의와 평등의 가치로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 있다. 

'상록회관'은 6·25전쟁 후 미국 대학교 기술 및 원조로 지은 건물이다.

'상록회관'은 6·25전쟁 후 미국 대학교 기술 및 원조로 지은 건물이다.


  농업교육학관 앞에는 장년층에게 추억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서울 농대 샌드페블즈 이야기다. 샌드페블즈는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았다. 이 노래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중장년층은 이 노래를 들으며 당시 순수했던 청춘을 회상한다. 

  문화예술 공간 '생생1990' 옆에 '경기도 업사이클플라자'가 있다. 건물 겉모습은 새것처럼 깨끗하지만, 여기 역시 1957년에 준공된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6·25전쟁 후 미국 대학교 기술 및 원조로 지은 건물이다. '상록회관'이라는 글 판을 보니, 기숙사 식당으로 쓰다가 동아리방, 학생 식당, 매점, 탁구장 등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특히 여기는 서울대학교 자랑인 미식 축구부 동아리방이 있었다. 

서둔 야학 유적지. 수의학과 학생들이 야학 활동을 하던 곳이다.

서둔 야학 유적지. 수의학과 학생들이 야학 활동을 하던 곳이다.


  캠퍼스는 구석구석 걷다 보니 숨겨진 현장이 있다. 개교를 기념하여 심은 나무와 그 기록이 나무가 우거진 화단 구석에 있다. 80년대 초 사회 분위기 탓에 잔디 광장에 모인 학생들은 집회와 시위를 하고, 정문은 교수들이 뒷문은 경찰들이 막았다는 기록도 보인다. 

  캠퍼스를 나서니 시민농장 끝에 허름한 집이 보인다. 참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서둔 야학 유적지다. 1965년부터 1983년까지 수의학과 학생들이 야학 활동을 하던 곳이다. 대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부지를 구입하고, 건물 건축에 책걸상까지 직접 제작하여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기념하기 위해 학교 건물을 보존하고 있다. 

  경기상상캠퍼스는 도심을 벗어나 깊은 산속으로 가는 길목에 숲속 같은 분위가 난다.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에 문화, 예술 체험공간이 있다. 자연이 숨 쉬는 공간에서 쉼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과거 역사가 남긴 뒷모습도 추억할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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