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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는 수원화성에서 해보자
2017-03-03 16:51:42최종 업데이트 : 2017-03-03 16:51:42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긴 겨울 꽁꽁 얼었던 대지에 봄비가 내린 후 메말랐던 대지는 목을 축이고 그 속에서 생명이 용솟음치고 있다. 얼었던 호수는 얼음이 풀리면서 봄물이 가득 찼고 산하를 촉촉하게 적신 봄비로 인해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남도에서는 홍매화가 피었다고 떠들썩거린다. 봄이 오고 있음이 느껴지고 눈에 보이는 듯하다.

제주도에서 진달래꽃, 개나리꽃, 벚꽃이 피는 날짜와 수원에서 꽃이 피는 날짜를 거리와 비교해서 계산해 볼 때 봄이 남도에서부터 올라오는 속도는 하루에 약 30km 정도 된다. 남도에서 꽃소식이 전해지고 보름 정도 기다리면 이곳에서도 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한다 해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은은한 매화 향기가 느껴지고 있다.

봄맞이는 수원화성에서 해보자_1
수원화성 밖 장안공원에서 바라본 성벽과 북포루, 북서포루

봄을 기다리는 이맘때면 봄을 노래한 시(詩)들이 생각난다. 신흠은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매화는 한평생 추운겨울에 꽃을 피우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했고, 최치원은 '春來花滿地 (춘래화만지)-봄이 오니 꽃이 땅에 가득하다'고 노래했다. 도연명은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물은 사방 연못에 가득하다고 했고, 동방규는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고 노래했다. 송한필은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졌구나.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여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비바람 속에서 왔다 가는 구나라고 봄을 노래했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 수원화성 답사에 나섰다. 자주 가는 답사지만 언제나 새로운 기분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바로 그러한 선입견 때문에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는 것도 있다. 
문화재를 안다고 교만을 떨다가는 산속에 들어가 나무만 세다가 나오는 격이 된다. 수원화성 답사의 출발지는 장안문이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장안문에서 북서포루 북포루 서북공심돈 화서문으로 이어지는 답사는 성 안쪽 길 보다는 반드시 성 밖으로 걸어야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운 성벽의 조형미를 볼 수 있다. 

봄맞이는 수원화성에서 해보자_2
수원화성 밖 화서공원에서 바라본 서북각루와 서일치

성벽을 쌓은 성돌을 보면 똑같은 모양과 형태는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성돌 들이 다르게 생겨 예술적인 극치를 보여준다. 1985년에 개발된 테트리스라는 인기 있던 게임이 있었는데 러시아의 개발자가 혹시 수원화성을 답사하고 성벽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성벽을 자세히 보면 테트리스의 7가지 블록 모양이 다 들어있다. 성벽을 쌓을 때 크기와 형태가 다른 것을 조화롭게 쌓아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준다. 당시 성을 쌓던 석공들이 정교한 계산에 의해 성을 쌓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생 동안 돌을 다루던 경험을 바탕으로 돌을 다듬고 형태와 크기에 맞춰 쌓았을 뿐이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정교하게 맞물리면서 거대한 예술작품이 된 것이다.

봄맞이는 수원화성에서 해보자_3
수원화성 화성장대, 정조대왕의 기상이 넘치는 글씨

화서문을 지나면 서북각루가 있는데 서북각루를 제대로 보려면 성 밖에서 위풍당당하게 우뚝 선 모습을 보면서 완벽하게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게 되고, 서북각루에 앉아서 성 밖 숙지산과 대유평을 바라보면 적이 접근하기 어려운 요충지를 차지하고 있고, 화서문 밖의 동향도 손바닥 보듯이 할 수 있다. 수원화성에 있는 4개의 각루가 이와 같은 지리적 장점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팔달산 비탈길을 오르면 화성장대를 만나게 된다. 팔달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날씨가 좋으면 사방 백리 밖도 볼 수 있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일망무제의 경관이 장쾌하다. 수원화성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1795년 윤2월 12일 정조대왕의 지휘로 주간 군사훈련인 성조와 야간 군사훈련인 야조를 실시하였던 수원화성의 실질적인 지휘부이기도 하다. 

봄맞이는 수원화성에서 해보자_4
화성장대에서 바라본 수원화성 동쪽, 눈 아래 화성행궁이 아담하다

1911년 2월부터 6월까지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1915년 '고요한 아침의 나라'란 제목의 책을 출간한 노르베르트 베버는 1911년 3월 29일 수원을 방문해 화성장대에 올랐다. 이방인의 눈에는 도시에서 제일 높은 지휘소였고 들판 저 멀리에서 접근하는 적의 동태를 관측하는 기능이 있음을 간파했다. 서노대를 보고는 전투에 나가기 전에 제물을 바쳤던 제단으로 알았다. 

답사의 묘미는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가는데 있다. 수원화성을 답사하면서 봄을 맞이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수원화성, 화성장대, 서북각루, 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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