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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쉼이 있는 하늘숲길 공원
오목천역에서 고색역까지 기찻길 따라, 풍경 따라 걸어볼까
2023-04-12 09:58:02최종 업데이트 : 2023-07-07 13:35:3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오목천역에서 300m 지점에 협궤터널이 있다. 바닥에 좁은 철로도 그대로 있다. 터널 안에는 기차가 달리던 소리까지 들린다.

오목천역에서 300m 지점에 협궤터널이 있다. 바닥에 좁은 철로도 그대로 있다.
터널 안에는 기차가 달리던 소리까지 들린다.

 
 봄은 기다림이다. 꽃이 화사하게 핀다. 매화가 나오고, 산수유도 얼굴을 내민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순서를 지켜 핀다. 벚꽃이 필 때면 본격적인 봄이다. 그런데 이번 봄은 꽃 잔치가 순식간에 끝났다. 무슨 꽃이 피는지를 살펴볼 시간도 없이 한꺼번에 피더니, 모두 봄비에 스러졌다.
 
 아쉬움에 뒤늦게 황구지천 벚꽃을 보러 갔다. 벚꽃 반 푸른 잎 반이다. 다행히 물빛은 봄이 진하게 스며들고 있다. 춥다는 기상 예보에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 조금 걸으니 등줄기에 땀이 난다. 물길을 따라 걷다가 수인선 하늘숲길을 만났다. 오목천역에서 고색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난 공원이다. 

수인선 하늘숲길 공원. 오목천역에서 고색역까지 철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공원을 조성했다.

수인선 하늘숲길 공원. 오목천역에서 고색역까지 철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공원을 조성했다.


  이곳은 수인선이 달리던 구간이다. 애초에 수인분당선 조성을 하면서 옛 수인선 3.5km 구간은 그대로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심으로 기차가 지나면 소음 등 환경이 악화한다. 철길로 동네도 단절된다. 이러한 우려에 수원시가 나섰다. 건설 비용을 보조하는 예산을 투입해 지하화를 이뤘다. 그리고 위 공간에 공원을 조성했다. 시민과 시가 합심해 도시 환경을 살렸다.

수인선 옛 교량 구조물을 공원 안내판에 사용했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구조물을 다시 활용했다.

수인선 옛 교량 구조물을 공원 안내판에 사용했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구조물을 다시 활용했다.


  오목천역에서 300m 지점에 가면 협궤터널을 만난다. 수인선이 통과하던 189m의 터널이다. 바닥에 좁은 철로도 그대로 있다. 터널 안에는 기차가 달리던 소리가 들린다. 내부에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점이 보인다. 계속 나가보니 안내대로 빗물받이에 화성시 표시가 있다. 

  수인선 협궤터널은 옛 터널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것으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공원을 조성하면서 과거의 모습을 보존했다는 가치도 있다. 시민들은 터널을 왕래하면서 추억도 떠올리고, 문화적 가치도 즐기고 있다. 개발하면 무조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옛것을 살릴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오목천역 입구에 있는 과거와 현재라는 안내판도 그렇다. 수인선 지하화로 옛 교량 구조물을 철거했다. 그런데 이 구조물을 하늘숲길 안내판에 사용했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구조물을 다시 활용했다. 이것이 지속할 수 있는 개발의 사례다. 역사도 보존하고, 환경도 살리는 선택이 돋보인다. 
 
공원 중간에 옛 철로를 놓아 이색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공원 중간에 옛 철로를 놓아 이색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공원을 걷는데, 아주머니가 화단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뒤에서 한참 보고 있다가 말을 걸었다. 옆에 하우스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그냥 걷는 것이 심심해서 화단에 난 잡초를 뽑는다."라고 한다. 심심한 게 아니라, 성숙한 민주시민의 모습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을 위한 이타심을 발휘하고 있다. 공원에 핀 꽃만큼이나 아주머니의 뒷모습도 아름답다. 

하늘숲길은 동네 역사박물관 느낌이다. 동네 이름의 유래까지 쉽고 간결하게 기록해 놓았다.

하늘숲길은 동네 역사박물관 느낌이다. 동네 이름의 유래까지 쉽고 간결하게 기록해 놓았다.


  고색동 쪽으로 걷다 보니 황구지천을 만난다. 이 구간에 도로가 있다. 주민들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다리를 설치했다. 둥근 다리가 공원 분위기와 어울린다. 다리 위에서 주변을 보니 밭이 많다. 오목천동 소개에 도농 복합 도시라는 말이 실감 난다. 올봄 때를 잃은 꽃 잔치는 기후 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있다. 기후 변동으로 농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인류가 노력하고 있다. 결실을 보아 위기가 잦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목천동은 도농 복합 도시다. 주변에도 밭이 많다.

오목천동은 도농 복합 도시다. 주변에도 밭이 많다.


  공원 조성은 여러 면에서 마음에 닿는다. 안내 글판에 따르면 공원 길에 이팝나무, 왕벚나무, 대왕참나무,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었다. 지금은 나무가 어리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숲을 이룰 것이다. 넓은 보행 도로와 자전거도로도 있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원 중간에 옛 철로를 놓아 이색적인 경관도 연출하고 있다. 산책로 입구에 조형 예술품도 공원 분위기를 돋보이게 한다. 

공원에서 고색동 쪽으로 걷다 보면 황구지천 구간에 다리가 있다. 다리 위에서 본 황구지천의 물길.

공원에서 고색동 쪽으로 걷다 보면 황구지천 구간에 다리가 있다. 다리 위에서 본 황구지천의 물길.


  하늘숲길은 동네 역사박물관 느낌이다. 동네 이름의 유래부터 하천이 흐르는 것까지 쉽고 간결하게 기록해 놓았다. 동네의 과거 시간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유물로 남겨놓았다. 비록 작은 시도지만 이런 것이 도시개발의 모범 사례로 정착할 수 있다. 옛 삶이 보존되면 현재 동네 사람들도 자부심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은 매일 일상이 소중하고 즐거움도 넘친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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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천역, 수인선, 협궤열차, 고색역, 하늘숲길, 황구지천,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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