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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걷다 보니 겨울 풍경이 마음속으로
수원천을 걷다가 풍경에 넋을 잃다
2023-02-13 10:45:01최종 업데이트 : 2023-07-07 14:25:0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수원천 발원지. 광교산 산맥에서 시작하는 물줄기는 수원 도심에서 네 갈래로 뻗어나가는데, 이 중에 수원천은 수원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수원천 발원지. 광교산 산맥에서 시작하는 물줄기는 수원 도심에서 네 갈래로 뻗어나가는데,
이 중에 수원천은 수원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광교산에 올랐다가 수원천 발원지라는 푯말을 봤다. 수원의 네 개 하천이 광교산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발원지를 직접 보니 신성한 곳이라도 발견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흐르는 물이 수원 한복판을 관통하면서 사람들에게 삶을 윤택하게 하고 마침내 바다로 간다. 

 빗물이 산 정상 가까운 곳에 고인다. 흙과 암석 사이에 고여 있다가 다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계곡을 따라 천천히 흐르면서 물줄기를 키워 간다. 광교산에서 흘러온 물이 처음 머무는 곳이 사방댐이다. 사방댐은 일반 댐과는 다른 것으로 물의 이동을 조절하는 소규모 댐이다. 산지 보전과 재해예방을 위해 산림 내에 설치한다. 지금은 얼어 있지만, 사방댐은 사람들에게 정겨운 풍경을 선사한다. 물속에 큰 잉어들이 노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눈이 지루하지 않다.

광교저수지 상류. 광교산 물줄기는 사방댐과 광교저수지를 지나 수원천을 만든다. 여기서부터 마을이 시작된다.

광교저수지 상류. 광교산 물줄기는 사방댐과 광교저수지를 지나 수원천을 만든다. 여기서부터 마을이 시작된다.

 
 광교저수지 쪽으로 걸으며 겨울나무를 본다. 헐벗은 모습이 황량한 느낌을 준다. 추위를 넉넉히 참아낸 모습이 의연함을 풍긴다. 맨몸으로 햇살을 그대로 받았으니 새해에는 더 풍요로운 몸매를 자랑할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서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날이 좋을 때는 저수지 둘레길 산책을 하는 사람이 많다. 주변의 능선이 저수지 수면에 데칼코마니처럼 비친다. 도심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호수가 산과 어울려 있으니 말 그대로 산수가 조화를 이루는 경치다. 이곳은 추억이 있다. 수영장이다. 여름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왔었다. 그때는 수원에서 몇 안 되는 여름 놀이 공간이었다. 

용연. 수원천은 수원화성과 어울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만든다. 용연 물가에 앉아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호흡을 주고받으면 건강을 넘어 행복도 밀려온다.

용연. 수원천은 수원화성과 어울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만든다.
용연 물가에 앉아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호흡을 주고받으면 건강을 넘어 행복도 밀려온다.


  예로부터 물은 인간의 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 4대 문명도 모두 강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 발달했다. 광교저수지 아래도 수원천이 시작되고, 여기에 따라 마을이 시작된다. 수원천 맑은 물은 생명수다. 주변의 동식물도 물에 기대서 생명을 이어간다. 그러다 보니 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자연경관도 좋다. 그중에 용연은 으뜸이다. 용연 물가에 앉아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호흡을 주고받으면 건강을 넘어 행복도 밀려온다. 요즘 텔레비전 주말 드라마에 이곳이 자주 나온다. 등장인물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는 배경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남수문. 전통적으로 살기 좋은 터가 되려면 배산임수여야 한다. 수원행궁도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다. 뒤에는 팔달산이 있고, 앞에는 수원천이 흐른다.

남수문. 전통적으로 살기 좋은 터가 되려면 배산임수여야 한다. 수원행궁도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다. 뒤에는 팔달산이 있고, 앞에는 수원천이 흐른다.


  수원화성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주변 자연경관과 서로 기대고 있어 멋있다. 용연 주변 성곽 시설도 자연 풍경과 절묘하게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한다. 작은 언덕에 앉아 있는 방화수류정은 수줍은 소녀처럼 수원천을 내려다본다. 수원천 수문인 화홍문은 높은 문루가 지체 높은 선비 같다. 화홍문은 다른 이름이 북수문인데, 수문은 모두 7개의 석조 아치로 만들었다. 이곳에 오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머무르게 되는데 주변 경치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수원천은 한때 죽은 하천이었다. 시민은 수원천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자연 하천으로 만들었다. 그때 남수문도 복원했다. 사진은 복원 내용을 기록한 기념 돌.

수원천은 한때 죽은 하천이었다. 시민은 수원천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자연 하천으로 만들었다. 그때 남수문도 복원했다. 사진은 복원 내용을 기록한 기념 돌.


  전통적으로 살기 좋은 터가 되려면 배산임수(背山臨水)여야 한다. 한양이 배후에 북한산이 있고, 앞에 한강이 흐른다. 수원행궁도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다. 뒤에는 팔달산이 있고, 앞에는 수원천이 흐른다. 광교산 산맥에서 시작하는 물줄기는 수원 도심에서 네 갈래로 뻗어나가는데, 이 중에 수원천은 수원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수원 사람들의 생활과 정신을 고스란히 흡수한 채 서해로 흘러간다. 

시민들이 수원천 영지교 근처에서 철새를 보고 있다.

시민들이 수원천 영지교 근처에서 철새를 보고 있다.


  수원천 주변에는 전통시장이 몰려 있다. 시장은 보통 자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여기는 정조대왕의 어명으로 시작됐다. 성안에 전국의 부자들을 불러 모아 시전을 설치하고, 남문 성밖에 장을 만들었다. 성밖에 장이 조금씩 불어 지금은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 팔달문시장, 남문패션1번가시장, 시민상가시장, 영동시장, 남문로데오시장에 구천동 공구시장까지면 9개나 몰려 있다. 시장마다 주요 취급 품목이 달라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상도의 벽. 수원천 주변에는 전통시장이 몰려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과 작가가 함께한 예술작품이다. 수원천 영지교 근처에 있다.

상도의 벽. 수원천 주변에는 전통시장이 몰려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과 작가가 함께한 예술작품이다.
수원천 영지교 근처에 있다.


  이런 수원천도 한때는 죽은 하천이었다.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가 변하면서 수원천에 오·폐수와 쓰레기가 몰렸다. 오염된 하천을 덮어서 도로로 만드는 사업이 추진됐다. 더러워진 하천을 안 보이게 하고, 도로로 교통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수원천은 단순한 하천이 아니었다. 방화수류정과 북수문 등 수원화성의 일부다. 시민은 수원의 역사가 함께하는 수원천 살리기 운동을 했다. 마침내 수원천을 자연 하천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남수문을 복원했다.

  복원 사업으로 수원천은 이제 문화 공간으로 변한다. 지난해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수원천에서 열렸다. 북수문에서 남수문까지는 빛으로 물들고 사람들은 자연과 예술이 주는 감동에 빠졌다. 남수교와 매향교 등은 빛 터널과 홀로그램 아트 등으로 야외 미술관이 되었다. 과거 문화유산과 자연과 최첨단 예술이 만나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수원천은 이제 문화 공간이다. 지난해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수원천에서 열렸다. 북수문에서 남수문까지는 빛으로 물들고, 남수교와 매향교 등은 야외 미술관이 되었다.

수원천은 이제 문화 공간이다. 지난해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수원천에서 열렸다. 북수문에서 남수문까지는 빛으로 물들고, 남수교와 매향교 등은 야외 미술관이 되었다.


  21세기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예술이 결합하는 융합문화가 풍요로워야 한다. 이것이 도시 경쟁력이고 지속할 수 있는 발전을 가져온다. 시간과 공간을 간직하고 흐르는 수원천이 다시 문화의 공간으로 결합하고 있다. 정조의 인인화락(人人和樂)을 계승한 공동체의 힘이다. 수원천의 역동적이고 활기찬 공간의 의미는 미래까지 연결되는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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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 광교산, 수원화성, 행궁, 남문시장, 팔달문, 남수문,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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