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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문화의 영역으로 이끌어낸 수원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중화장실을 갖춘 도시
2022-09-02 14:48:34최종 업데이트 : 2023-07-07 13:32:1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노송공원에 노송 화장실. 진입로에는 턱과 계단이 없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장애물이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았다.

노송공원에 위치한 노송 화장실의 진입로에는 턱과 계단이 없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장애물이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았다.

 
수원시 노송공원(장안구 이목동 산110번지 일원)의 노송 공중화장실은 'BF(Barrier Free)' 인증을 받았다. 

e수원뉴스 보도(2022 .08 .25자)에 의하면 'BF 인증'이란 (사)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이 주관하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로서 유효기간은 2032년 8월까지 10년이다. 인증의 주요 요건은 어린이·노인·장애인·임신부 등 모든 사람이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물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계획하고 설치했는가도 주된 평가 요소다.

노송 화장실은 역사 공원의 이미지에 맞게 벽돌로 지어졌다. 마치 수원 화성의 성가퀴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평지에 있어 진입로에 턱과 계단이 없다.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남녀 화장실은 입구부터 분리되어 있다. 화장실 내에는 어린이를 배려한 세면대, LED 조명, 안심 비상벨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

미술관 옆 화장실. 행궁 광장에서 보면 미술관 옆 화장실은 수원시립미술관 별관 같다. 밝은색 건물이 주변 녹색 환경과 어우러지고, 옆 미술관에 아담하게 붙어 있다.

미술관 옆 화장실. 행궁 광장에서 보면 미술관 옆 화장실은 수원시립미술관 별관 같다.
밝은색 건물이 주변 녹색 환경과 어우러지고, 옆 미술관에 아담하게 붙어 있다.


화장실 관련해서 상을 받은 것은 수원시에서는 이제는 자랑거리가 못된다. 1999년 반딧불이 화장실이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5년 광교중앙공원 화장실 등 수상 실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에도 행궁 광장의 미술관 옆 화장실이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았다. 

행궁 광장에서 보면 미술관 옆 화장실은 수원시립미술관 별관 같다. 밝은색 건물이 주변 녹색 환경과 어우러지고, 옆 미술관에 아담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안에 들어가면 더 놀랍다. 어두운 구석이 하나도 없고, 환해서 내부가 넓게 느껴진다. 여성 화장실은 넓고 변기도 넉넉하게 설치했다는 이야기다. 여성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유아용 변기와 소변기, 세면대 등을 갖췄고, 장애인 화장실도 설치했다. 안전을 위해 칸마다 비상벨도 달았다. 모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간 구성이다. 
 
해우재. 심재덕 전 시장은 30여 년간 살던 이목동 자택에 변기 모양을 본뜬 해우재를 지었다. 더러운 배설의 영역이 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온 정점이다.

심재덕 전 시장은 30여 년간 살던 이목동 자택에 변기 모양을 본뜬 해우재를 지었다.
더러운 배설의 영역이 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온 정점이다.


화장실은 배설물이 있어 냄새나고 더러운 곳이고 여겼다. 이런 곳을 아름답게 꾸미고 문화의 영역으로 이끈 곳이 우리 수원이다. 1997년 당시 수원시장인 심재덕은 시청에 화장실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아마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처음 아니었을까. 환경 관리 혹은 청소 관리 부서에서 화장실 청결과 위생 등의 관리를 했지만, 이렇게 독립 부서는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나가서 당시 부서는 '화장실 문화계'라는 점이다. 즉 이미 그때부터 화장실을 문화의 영역으로 보고 있었다. 선견지명이 놀랍다. 

그때만 해도 화장실을 행정의 중심에 두는 지자체는 없었다. 그런데 심재덕은 그해 화서문 공중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해서 3년간 15억을 투입해 15개의 화장실을 만들었다. 1개 화장실에 1억의 예산을 들였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화장실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인다고 수군거렸다. 
 
반딧불이 화장실. 광교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이면 반드시 들르는 곳. 이름도 광교산의 청정한 자연과 어울린다. 외부에서도 둥근 건물 모습과 흰색 건물이 산의 부드러움과 잘 어울린다.

반딧불이 화장실. 광교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이면 반드시 들르는 곳. 이름도 광교산의 청정한 자연과 어울린다.
외부에서도 둥근 건물 모습과 흰색 건물이 산의 부드러움과 잘 어울린다.


이런 노력으로 수원은 '아름다운 화장실'이 있는 도시로 기억된다. 심재덕은 시장에서 물러나서도 세계화장실협회를 주도하고 초대 회장도 했다. 30여 년간 살던 이목동 자택에 변기 모양을 본뜬 해우재를 지었다. 일명 '똥 박물관'이다. 꼭 필요한 문화관이지만,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러운 배설의 영역이 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온 정점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는 9월 3일은 반딧불이 화장실이 준공된 날이다. 1999년 9월 3일(금) 반딧불이 화장실 앞에서 당시 시장 심재덕이 시민들과 함께 준공식을 했다. 이 화장실은 광교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이면 반드시 들른다. 이름도 광교산의 청정한 자연과 어울린다. 외부에서도 둥근 건물 모습과 흰색 건물이 산의 부드러움과 잘 어울린다. 화장실에 들어서도 어디서나 넓고 잔잔한 광교 저수지가 보인다. 새소리와 음악이 들리고, 작은 꽃도 마음에 닿는다. 가끔 모임에서 광교산 등산을 하면 모이는 장소는 늘 반딧불이 화장실 앞이다. 

공중화장실은 오래 머무는 공간은 아니지만,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공간이다. 이 순간은 급한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 고속도로 등의 공중화장실도 편의시설이 좋고 깨끗하다. 장애인과 아이를 위한 시설도 있어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개방 화장실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명품 화장실은 좋은 시설이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이 완성한다. 누구나 화장실을 사용하기 전과 사용한 후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주인공이 돼야 한다.

개방 화장실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명품 화장실은 좋은 시설이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이 완성한다. 누구나 화장실을 사용하기 전과 사용한 후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주인공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것으로 부족하다. 길을 지나다가 용무가 급할 때가 있다. 하지만 상가 건물에서 화장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문이 잠겼다. 다행히 시에서 개방 화장실을 지정해 놓은 곳을 만나면 반갑다. 그런데 최근 개방 화장실이 폐쇄된 곳을 봤다. 이용자들이 지저분하게 사용해서 도저히 개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개방화장실로 지정되면 휴지와 비누 등을 지원받는데, 그것마저도 포기한 결정이다. 

명품 화장실은 좋은 시설이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다. 누구나 화장실을 사용하기 전과 사용한 후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주인공이 돼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다중이 이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줄서기 등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 화장실이 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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