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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흙길 드러난 청명산의 자연
2015-10-15 13:52:40최종 업데이트 : 2015-10-15 13:52:4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연수

청명산은 수원시의 동쪽에 위치한 산으로 북쪽의 광교산, 서쪽의 칠보산과 더불어 시를 감싸고 있는 3대 명산중의 하나다. 해발 192미터로 높지 않은 나지막한 산으로 푸른 숲이 우거져 있어 부담 없이 등산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수원시 영통과 용인시 기흥읍의 경계에 위치한 청명산의 이름은 정상에 서면 사방 삼사십리가 훤히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에 군인들이 천명(天命)를 이어가는 유명한 산이라고 해서 천명산(天命山)이라 불리다가 청명산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기록되어 있지만, 그 밖의 특별한 유래는 찾을 수 없다. 또한 수원 인근에 살던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명산은 주거지와 맞닿아 있어 여러 곳에 진입로가 있다. 필자는 청명역과 영통고가 사거리 사이에 있는 육교 옆 황골과 풍림 아파트 샛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름답다, 흙길 드러난 청명산의 자연_1
흙길

입구에 만들어진 나무계단을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산을 오르자 까치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졸랑졸랑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아카시아 잎사귀 따기 놀이를 하는 추억이 스친다. 그 모습이 하도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까치는 불청객의 방해에 상한 기분을 내색이라도 하듯 나직한 소리를 지르며 힁하니 날갯짓하며 숲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아름답다, 흙길 드러난 청명산의 자연_2
자연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자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흙길이 수풀 속을 가로질러 이어진다. 자연이다. 사람도 한낱 자연인데 사람이 걷는 길 또한 자연이다. 자연을 거슬리는 것은 인간이다. 길을 만들고, 그 길에 시커먼 기름의 아스팔트와 희뿌연 시멘트로 뒤덮어 공기와 햇빛을 차단해 땅이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아름답다, 흙길 드러난 청명산의 자연_3
나무 계단

자동차가 다니 않는 산길 만이라고 흙길 그대로 두었으면 한다. 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자연이 훼손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잣대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 되지 않았다면 나이가라 폭포 같은 웅장함의 자연이 어떻게 생겼으며, 중국의 장가계 같은 기상천외한 아름다움이 어떻게 생겼을까? 이 모든 것이 세월이 흘러가면 자연으로 되돌려 지는 것을... 빗물이 지나간 자리나 인간 걸어 파인 곳도 먼 훗날 작은 골자기를 이루는 자연이 될 수 있다. 

아름답다, 흙길 드러난 청명산의 자연_4
부러진 나무

산길에는 아름드리나무가 뿌리째 뽑혀 길을 가로 막고 있다. 길을 막고 있는 나무를 치우지 않는 것 또한 자연이다. 자동차가 다는 길이 아닌 산길에 넘어진 나무를 치워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단지 사람이 다니기에 불편할 따름일 뿐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자연이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길이다. 

입구에서 300여 미터를 오르자 삼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0.9km)은 신갈 두진 아파트 가는 길이요, 오른쪽(0.5km)은 관자고개를 오르는 길이다. 왼쪽으로 몸을 돌려 봉우리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흐른 땀을 식혀준다. 운동기구들이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으며, 주변은 깨끗하게 정리되고, 빗자루와 쓰레받기 등이 배치되어있다. 운동기구를 타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빗자루가 배치되어 주변이 깨끗하네요", 하고 이야기를 건냈더니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청소도구를 준비해 청소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선진화된 시민의식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봉우리에서 오던 길을 뒤돌아 내려와 관자고개를 오른다. 이정표에는 관자고개 0.5km(500m)로 적혀 있지만 500m거리에는 고개능선이 없다. 이곳 역시 나직하나마 산 정상이다. 

나뭇가지 꺾는 작은 소리가 툭 툭하고 들린다. 청솔모가 겨울 식량을 마련하느라 도토리가 달린 가지를 꺾고 있는 소리다. 청솔모가 나무를 꺾는 것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일들 또한 자연이다. 청솔모가 가지를 꺾는 모습은 자연훼손으로 보이지만 청솔모가 도토리를 물어다 멀리 옮겨 숨긴 곳을 잊어버리면 도토리나무의 수종번식으로 숲을 울창하게 만들게 된다. 

청솔모는 가을이면 열심히 먹이를 구해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겨울 식량으로 사용한다. 청솔모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 자기가 숨겨놓은 장소를 잊어먹는 바람에 도토리가 다음해 발아해 나무로 자란다고 한다. 이는 청솔모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 숨겨 놓은 먹이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듬해 봄 새싹이 돋아 먹이가 풍부해질 때 까지 다 먹지 못해 도토리에 새싹이 돋아나 나무로 자라는 것이다. 

청솔모가 가을걷이를 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정상을 내려와 청명산 정상 표석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자 수원 영통과 용인 하갈을 잇는 고갯길이 나온다. 이곳이 관자고개다. 관자고개는 용인과 수원을 넘나드는 길이었다. 옛날 이 길은 한적해 선비들이 이 고개에서 자주 의관을 벗어 놓고 쉬어갔는데, 그 후부터 관자고개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청명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4시간이 지났는데 산길을 기웃거리며 무슨 이야기 거리라도 있는지 살피고 헤멨더니 서산을 넘어가는 해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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