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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의 멋, 화홍문에 숨어 있는 비밀
2015-09-30 05:50:03최종 업데이트 : 2015-09-30 05:50:03 작성자 : 시민기자   공석남

지난 추석 연휴인 28일 시간을 내어 찾아본 성곽 길에서 좋은 분을 만났다. 그분 말씀을 들으면서 성곽, 화성의 건축물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이 아버지(사도세자)의 묘를 수원화산으로 옮기며 축조된 화성이며, 왕권을 세우기 위해 만든 도시 수원에 대한 이야기다. 
화성은 정확한 설계와 공정 등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지금도 그 설계도인 화성성역의궤에 의거해 보수 신축을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설계가 있고 거기에 걸 맞는 인재와 재료가 바탕이 되어 만들어졌기에 지금까지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찬사를 자아내게 한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성곽은 수원의 자랑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보고이다.

방화수류정의 멋, 화홍문에 숨어 있는 비밀_1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화홍문

외적을 견제하는 방어책과 남북을 흐르는 수원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설계된 화홍문을 난 한동안 바라봤다. 그냥 다리로서의 기능으로 사람의 통행만을 원하지 않았다. 힘든 군사들이나 백성들이 드나들며 봇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누마루도 있다. 

분수가 솟구치는 곳으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오후 한낮의 기온은 따가웠다. 그늘에 서서 멋진 모습에 취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어머나!"  하는 환호성이 들렸다. 화홍문 안을 지나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 방화수류정의 정자 안에도 사람들의 머리만이 보였다. 

화홍문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다리로서의 기능인 일곱 칸의 문, 그리고 광교산이 시원스레 바라보이는 누마루 구역이다. 또 누마루 아래 전투용 진지를 들 수 있다. 화성의 모든 시설물이 마찬가지지만,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눈에 띄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특히 화홍문이다. 

일곱 칸의 돌 무지개 문은 얼핏 똑 같은 크기로 이루어진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가운데 문이 크고 양쪽의 문들이 작다. 화성성역의궤에도 가운데 수문이 넓이가 9척, 높이 8.3척인데 비해 양쪽의 여섯 수문은 넓이 8척, 높이7.8척이라 기록했다. 그러니까 가운데 수문이 나머지 수문들보다 넓이가 한자가 더 넓고, 높이가 반자나 더 높다. 가운데 문의 크기를 달리 했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는 화홍문의 건축이 만드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보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성됐다는 것이다. 

무지개 모양 수문 안쪽을 보면 천정의 모양도 무지개처럼 아치를 그리고 있다. 이 또한 홍수가 났을 때, 물살의 흐름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라 하겠다. 그리고 수문 바깥쪽 상류 쪽에는 쇠살문을 설치했다. 수문을 통해 드나들지도 모르는 적군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갑자기 홍수가 나면 쇠살문에 나뭇가지 등이 끼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문자체에 심한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비상사태, 혹은 쇠살문의 여닫는 편리를 위해 조정 장치를 구비했다. 다리 위에서 쇠살문과 연결된 쇠사슬로 문을 여닫을 수 있게 했던 것이다. 

방화수류정의 멋, 화홍문에 숨어 있는 비밀_2
팔방미인의 건축미를 갖춘 방화수류정(동북각루)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고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중심을 지나 용연이란 연못이 보이는 난간에 앉았다. 광교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교산 지맥이 남쪽으로 뻗어 내려와 멈춘 곳이란다. 용이 서리고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은 것 같은 이곳은, 용의 머리에 멋들어진 집을, 그것도 절벽 위에 지형 조건을 최대한 살려서 지었다.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움은 그 홀로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북쪽의 용연과 서쪽의 화홍문, 그리고 동쪽의 북암문이 어우러져서 빚어낸다.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방화수류정의 자태에 아름다운 것은 그 조화의 아름다움이 더 작용한 탓이란다. 

마루에 앉아 사방의 경치를 둘러보고 내려갔다. 새롭게 다가가는 성곽의 역사를 짚어가며 들여다보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딘가 또 빠트리고 그냥 지나쳐가는 곳은 없는지 살피게 했다. 

방화수류정은 군사 시설과 휴식시설의 절묘한 만남을 구현했다. 마루 밑에 감춰진 비밀이 군사시설로 지어졌음을 나타낸다면, 바깥에서 보는 형태는 고급의 휴식 시설로 손색이 없다. 마루 밑에 감춰진 총구와 포구는 군사적 긴장을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구들을 놓은 숙직방까지 갖추었으니 완벽한 군사시설이라 하겠다. 이렇게 깊이 있는 해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알게 되어 고마웠다. 나뿐 아니라 모여 앉아 있던 관람객도 귀를 세우며 들었다.

서쪽 벽은 높은 자리에 앉은 품새 때문에 화홍문 쪽에서 잘 올려다 보인다. 방화수류정의 건축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고급의 꽃벽을 설치한 것이다. 열십자 문양을 교차시켜 검은 벽돌과 회백색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꽃이 활짝 핀 듯한 모습이다. 옛날 포졸차림을 한 분은 십자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서쪽에서 신이 온다는 뜻도 의미한다고 했다. 또한 정약용이 천주교 신자로서 정자를 지으며 평화와 안녕을 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십자가의 형상이 서쪽 마루 천정으로 보였다. 

방화수류정의 멋, 화홍문에 숨어 있는 비밀_3
방화수류정의 멋, 화홍문에 숨어 있는 비밀_3

방화수류정의 평면은 복잡하다. 동서 방향은 세 칸인데 가운데 칸에 구들을 놓은 방이 있고, 방에서 북으로 한 칸을 붙이고, 남쪽으로 반 칸을 물렸다. 그리고 서쪽에 길게 두 칸을 끌어내었다. 이렇게 복잡하다보니 지붕도 복잡해진다. 팔짝 지붕이 모여서 열십자 형태가 되면서, 모임지붕처럼 절병통(궁전이나 육모정자 팔모정자 따위의 지붕마루 가운데 세우는 탑모양의 장식)을 얹어 장식했고, 서쪽에 길게 내려간 지붕은 팔짝 지붕으로 마감했다. 
설명만 들어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저것 짚어가며 일러주었기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순간 내가 너무 무식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국말을 하는데 이해 할 수 없었던 것은 역사와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었음을 실감했다. 

복잡한 지붕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목공 기술이 요구된다. 멋들어진 처마곡선을 표현하면서 구조적으로 든든한 집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기둥은 물론이고 서까래가 튼튼하게 받치고 있어야 하는데, 각진 부분이 많다보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까래를 놓되 잘 가공해서 놓아야만 처마 곡선을 살리고 힘도 받을 수 있다. 각진 부분에서 구석진 곳으로 서까래를 모아들이기 위해서는 밖은 둥그렇고 안은 뾰족한 서까래로 깎아야 한다. 이런 서까래들이 합쳐져서 부채를 활짝 편 듯한 모습을 나타낸다. 이런 부챗살 서까래가 백칠십 여 개가 들어 있다. 방화수류정 천정을 올려다보면 부챗살이 여러 개 보인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정자다. 

방화수류정의 멋, 화홍문에 숨어 있는 비밀_4
방화수류정의 멋, 화홍문에 숨어 있는 비밀_4

방화수류정과 화홍문의 대하여 공부한 시간이었다. 더 듣고 싶었지만 그분은 바쁘다면서 훌쩍 일어났다. 몇 번을 감사하다는 인사만 했다. 방화수류정에 들였다가 우연찮게 좋은 분을 만나서 자세한 수원 성곽의 역사를 들었다. 가을의 정취와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하늘빛이 고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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