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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
‘2015 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에 다녀와서
2015-10-03 11:03:04최종 업데이트 : 2015-10-03 11:03: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친구야, 가을이 깊어가고 있나보다.
난 가을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비구니 사찰 봉녕사를 찾는단다. 수원 외곽에 있어 평소엔 고즈녁하고 아름답지만 이맘때엔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매년 세계사찰음식 대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란다. 자연에서 얻는 맛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행사라 할 수 있지. 

가람 전체가 술렁이는 '2015 봉녕사 세계사찰음식대향연'이 올해로 7회째, 해가 거듭될수록 연륜도 싸이는 걸까. 그 무대는 더 화려해지고 내용 또한 더 충실해져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넘쳐 불자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도 신나게 즐기고 있단다. 

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_1
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_1

그런데 생각나니? 내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저학년 여름방학 때 몸이 아파 우리 엄마가 나를 명월리(강원도 화천)에 있는 작은 암자로 일주일동안 보냈던 일말이야.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고, 텔레비전도 없는 그곳에서 엄청 울었다는 이야기를 너에게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곳은 말이 절(암자)이었지 어쩌면 도교사원(?)에 가까운 곳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불현듯 든다. 아무튼 엄마는 아이를 부처님 가까이에 두면 가피를 입어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에서 퍼뜩 빠져나올 것이라 믿었기에 쌀자루와 함께 그 노 보살에게 나를 맡겼을 거다. 

봉녕사 범종루 앞에서 까마득히 먼 옛날 일이 왜 떠올랐을까. 6학년 여름방학 때 너를 비롯해 친구들 몇몇이 뭉쳐 양산 통도사로 이른바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적이 있지만 아마도 그때가 처음으로 부처님이 계신 곳이 '절'이라고 인식했던 것 같다. 
이웃집 노인이 했던 "절에 다녀오는 길이라우!"라는 말처럼 '사찰'이란 말보다는 더 다정한 말 '절', 절은 곧 부처님을 뵙고 절하며 자비를 배우는 곳이란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

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_2
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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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_3
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_3

우린 통도사에서 스님들처럼 새벽에 일어나고 고기가 없는 짜장면도 먹고 잣죽도 먹고 꽤나 다양한 음식들을 경험했지. 다소 웃긴 말이지만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란 불교이념 따위나 오신채와 육식을 금하는 곳이 불교라는 것을 전혀 인식도 하지 못할 때였지. 템플스테이라는 말이 탄생도 하기 전이었으니 굉장한 일을 함께 경험했던 거지.
그 이후 난, 오십이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불자는 아니지만 우리문화재 탐방이란 미명아래 전국에 산재해 있는 사찰을 찾아 나서고 있단다. 

넌 요즘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산다는 건 멋진 일이니 늘 느리게 살기를 바라지만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그러기도 힘드네. 
이곳에는 지금 미얀마, 스리랑카, 태국, 티벳, 부탄, 인도, 일본 등지에서 오신 스님들이 법당 주위로 걸어다니신다네.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속인들을 마주한다네. 갑자기 낯선 행복이 와락 내게 달려드는 느낌이 들어 정말 행복하게 오후 한때를 즐겼단다.

너를 생각하며 세계사찰음식 전시장으로 들어섰다네. 매년 만나보는 풍경이지만 "우와~" 찬사가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네. 이건 세속의 인간들이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무애행(無礙行)을 행한 자만이 무릎 꿇고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사찰음식들이 펼쳐져 있었지. 올해는 원효대사와 설총 그리고 요석공주의 음식도 전시되어 있어서 매우 특별하구나.

"어머나, 고향산천에 지천으로 깔린 질경이도 절임 음식으로 탄생했네요."
"이것들 모두 우리 어렸을 때 다 먹고 자랐어요. 질경이는 오줌소태 걸린 이들에게 특효약으로 통했지요.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반갑네요." 
대자연의 신비함으로 우리 몸을 보양해 준다는 산야초가 우리세대를 거친 어르신들의 진정한 먹거리였다는 것을 이순이 넘은 분이 말씀하시더군. 그럼에도 이것도 이렇게 귀한 음식으로 만들어지다니, 그것도 예술의 경지로.

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_4
승-속간의 사찰음식, 무엇이 다른가?_4

친구야. 몇 년 전부터 우리 땅에서 나오는 자연의 재료가 최고의 사랑을 받으면서 우리식탁을 넘어 전문 식당가로 번져갔지. 이름만 달리할 뿐이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웰빙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승-속간의 사찰음식 다른 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정답은 바른 먹거리에 있었던 거야. 상극이 아닌 자연의 재료를 취함으로서 건강을 꿈꾸는 거라는 작은 깨달음이 오더구나.

전날 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 후라 그런지 다소 바람이 불데. 그럼에도 난 거침없이 가람을 따라 늘어선 세계사찰 음식탐미에 나서고, 가족의 먹거리를 위해 참기름, 묵, 청국장 등 우리 전통 음식들을 구입한 후에야 발길을 돌렸다. 축제는 오늘까지 이어지는데 오후에 또다시 찾아갈 예정이야. 
정신없이 행사장을 누비다보니 오랜만에 찾은 절간의 여유를 잊고 떠나 왔거든. 용화각을 찾아 쉼을 청하고 봉녕사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묘엄스님의 자취도 찾아 깨달음의 향기로움도 흠뻑 맡고 올 생각이야. 한국불교의 대강백 청담스님의 딸이자 성철스님의 제자인 묘엄스님의 이야기 '회색고무신(시공사)' 한권 들고. 

내년에는 우리 함께 봉녕사 소나무 군락과 사찰음식의 성찬을 누려 보자. 오래전 통도사에서 먹었던 절집의 음식을 음미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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