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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산행 ‘짧고 굵게’ 다녀오는 루트는 어디?
2015-08-24 09:05:55최종 업데이트 : 2015-08-24 09:05: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오래간만에 광교산 산행에 나선다. 내가 살고 있는 곳 북수원, 마음만 먹으면 아침에 눈뜨자마자 찾아갈 수 있는 산이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한동안 마음에서 떠나 있었다. 이 여름 빛이 사그라지기 전에 다녀와야 한다는, 마치 미루고 미루던 의식을 치르듯 냉장고에 얼려둔 얼음물과 간식거리를 챙겨 산으로 향한다.

북수원에서도 광교산으로 오르는 루트가 있지만 본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더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으니 일행들과 만나기 좋은 13번 버스종점 상광교로 향한다. 가을로 접어드는 초입이자 여름의 끝물, 광교 산 빛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주말, 야외로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입고 있는 알록달록 아웃도어 색깔처럼 화려함으로? 아니면 성찰 깊은 담채화 빛을 띠고 있을까.

광교산 산행 '짧고 굵게' 다녀오는 루트는 어디?_1
광교산 산행 '짧고 굵게' 다녀오는 루트는 어디?_1

역시나, 광교산이 명산임을 일깨워주는 풍경이 버스 종점에 내리자마자 확 와 닿는다. 많은 이들이 오고 간다. 가만있자, 저들을 피해 인적이 없는, 호젓하게, 느릿느릿 다녀올 수 있는 루트는 어디일까. 
"짧고 굵게!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고 운동 효과는 톡톡히! 볼 수 있는 코스가 있기는 한데...."
30대부터 광교산 절터를 찾기 위해 수도 없이 누비고 다녔다는 자칭 '광교산 산신령'이라는 일행 중 한명이 토끼재로 향하는 5코스로 가잖다. 

이쪽 코스는 처음이지만 늘 나름 좀 걷는다고 자부하는 편이니 애당초 걱정은 떨쳐버리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따라 나선다. 수원시 행정의 배려, 시민들을 위해 가꾸고 가꾼 등산로 입구부터 감동이다. 쉼터로 조성된 공간이나 야생화 산책로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눈을 맞추다보니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한다. 굳이 산에 오르지 않고 이곳에서 한때의 오후를 누리다 가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다정한 공간이다.

그래도 전진한다. 본연의 의지대로. 허걱! 본격적인 산행 길 시작이라는 듯 초입 예쁜 녹음의 사이길이 지나자 바로 오르막길이다. 이때만 해도 조금만 오르다보면 완만한 길이 나오겠지, 생각했는지....오를수록 점입가경이다. 
"광교산 산행 루트 중 이쪽길이 가장 힘든 길이라네. 시간은 없고, 땀은 좀 흘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코스랄까. 하하. 좀 힘들 걸세!"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산신령께서 씨익 웃는다.
좀 더 손쉽게 걸을 수 있도록 언덕 흙길 위로 가마니 카펫이 깔렸지만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헉~ 헉~'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이 길이 다소 힘들다는 것을, 오가는 사람 숫자가 말해준다. 참말로 인적이 드물다.

중턱이나 왔을까. 시야로 깎아지른 계단길이 보인다. 아찔하다. 조금만 쉬어가자며 얼음물을 들이키는데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선 아빠가 땀을 뻘뻘 흘리며 털퍼덕 의자를 찾아 앉는다. 
"안녕, 힘들지. 물 줄까?"
아들, 발그스름한 얼굴빛을 하곤 웃음을 보인다. 아이고, 속으론 죽겠어도 꼬맹이한테 힘들다는 내색을 하면 안된다. 
"아줌마 먼저 간다!"
호기롭게 계단을 향해 출발한다.

"이쯤 되면 '헉 헉'대는 큰소리가 나야 되는 법인데요. 몸이 가벼워 보이네요."
늘씬한 아주머니 서너 명이 하산(下山)하면서 산신령께 말을 건넨다. 그때서야 깨닫는다. 이 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힘내라~ 힘!"
아주머니들 뒤를 이어 내려가는 중년의 남자가 두 손을 무릎에 대고 끙끙거리며 오르는 나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마치 독백을 하듯 한마디 하며 지나간다. 분명 응원의 소리인데 어쩐지 내 귀에는 '아직 멀었거든. 고생 좀 해봐라!'로 들려온다.
"아이고~ 꼬챙이 현관 앞에 내놓고 그냥 온 것이 후회스러워 죽겠네요. 고놈 있으면 훨씬 수월할 텐데...."
푸념이 마구 터져 나온다. 

광교산 산행 '짧고 굵게' 다녀오는 루트는 어디?_2
경사가 심한 토끼재 계단길
광교산 산행 '짧고 굵게' 다녀오는 루트는 어디?_3
광교산 산행 '짧고 굵게' 다녀오는 루트는 어디?_3

온몸이 땀으로 젖고서야 고지가 보인다. 정말로 쬐끔 더 오르면 시루봉(582m)이라는 말에 박차를 가한다. 어라, 언제 나무 데크로 조성된 것일까. 늘 형제봉까지만 가거나, 문암골 코스 아니면 북수원 헬기장까지만 가는 통에 정상이 이처럼 바뀐 사실도 몰랐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을 찾아 정상이라는 비석 옆에 있는 바위에 올라 인증 사진을 박는다.

하산 길, 여러 루트가 있지만 조용한 길이라는 곳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싸가지고 온 간식거리로 요기를 한다. 진짜 꿀맛이다.
땀을 몸에서 흠뻑 배출시키니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수원시는 광교산 보호를 위해 등산로 안식년 제도를 도입해 등산루트를 열고 닫는다. 하여 오가는 길이 새롭게 느껴지고 마냥 즐겁다. 게다가 일 년 내내 등산객들을 위해 잘 가꿔놓아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그 길을 온몸으로 체득하면서 내려간다.

앗, 처음 보는 광경이 눈앞에서 포착된다. 무선 산악 자동차(?) 2대를 대동하고 온 가족이 산행에 나섰다. 물론 무선조정의 총 책임자는 아빠지만 아들이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한다. 운동도 하고 게임도 즐기는 아름다운 가족이다.
비록 계곡의 물은 넉넉지 않아도 소풍을 나온 듯 야외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풍경을 간간이 마주한다. 이보다 더 좋은 나들이가 또 있을까. 광교산이 주는 넉넉함 덕분이란 생각과 함께 인적 드문 호젓한 길을 따라 계속 하산한다. 

광교산 산행 '짧고 굵게' 다녀오는 루트는 어디?_4
광교산 산행 '짧고 굵게' 다녀오는 루트는 어디?_4

오늘 산행은 성공이다. 보통 경기대학교에서 출발하는 산행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혀 치유를 위한 산행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데 오늘 선택한 길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비록 초반 스타트부터 힘이 들기는 했지만.
'짧고 굵게' 광교산 트레킹을 원하신다면? 이쪽 길로 들어서시라. 토끼재 길이다. 2시간만 투자하면 일주일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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