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이 가을, 수원화성 다시보기
2015-09-16 16:33:09최종 업데이트 : 2015-09-16 16:33:09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화성을 답사하다보면 사시사철이 다 아름답지만 계절에 어울리는 장소와 풍광이 있다.
봄에는 창룡문 옆 동일포루 앞에서 연무대와 동북공심돈을 조망하며 주변의 봄꽃과 드넓은 잔디밭에서 피어오르는 봄의 기운을 느끼는 아름다움이 있고, 여름에는 방화수류정에 앉아 눈 아래로는 용연의 연꽃을 감상하고, 성 안쪽으로는 팔달산에 우뚝 솟은 화성장대의 장중한 모습과 멀리 보이는 광교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가을에는 서북각루에 올라 탁 트인 대유평을 바라보며 억새밭에서 들려오는 가을노래를 들어야 제맛이고, 겨울에는 서남암문 밖으로 나가 성 밖의 세한송(歲寒松)을 보면서 용도길을 걷고 화양루에서 눈덮인 산하를 보는 즐거움을 맛봐야 한다. 정조대왕이 화양루(華陽樓)에서 눈을 보는 경관인 양루상설(陽樓賞雪)을 화성 16경 중 추8경으로 정할 정도로 일망무제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가을, 수원화성 다시보기_1
가을 분위기 물씬 나는 서북각루

하늘이 청명한 계절이라 서북각루 앞 억새밭에서 화서문, 장안문, 화홍문을 거쳐 방화수류정까지 자주 답사를 한다. 답사를 자주 하다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화성의 모습이 불쑥 눈앞에 나타날 때가 있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그 아름다움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봐도 구조가 이상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장안문 옹성 홍예 위에 있는 오성지가 그렇다. '화성성역의궤'에 '홍예 위에 오성지(五星池)를 설치했는데, 실정기(實政記)에 이르기를 오성지는 모양이 구유같고 5개의 구멍을 뚫었는데, 크기는 되(升)만 하다. 적이 문을 불태우려 할 때 물을 내려보낼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화성성역의궤'에 있는 '장안문 외도'란 그림과 현장에서 옹성위의 오성지를 비교해 봐도 모양이 똑같은데, 오성지로 물을 흘려도 옹성에 설치된 문으로 물이 흐르는 구조가 아니며, 화공을 막을 수 없게 되어있다. 

팔달문 옹성위, 북암문, 동암문, 서남암문에도 오성지가 설치되어 있는데 모두 같은 구조로 설계상의 오류나 축성당시 혹은 복원시 문제가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다산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에 있는 '화성 오성지기(華城五星池記)를 보고 의문이 풀렸다.

이 가을, 수원화성 다시보기_2
장안문의 오성지

'무비지(武備志)의 성제(城制)에서 논한 오성지(五星池)는 곧 누수통(漏槽)과 같은 종류이다. 올 가을에 나는 금정 찰방(金井察訪)으로 가는 길에 화성(華城)을 지나면서, 옹성문(甕城門) 위에 가로로 다섯 구멍이 뚫린 것을 보았는데, 마치 요즘의 성가퀴(陴隍)에 구멍이 세 개 있는 것과 같았다.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이것이 오성지이다.'고 한다. 아, 성문(城門) 위의 지(池)에도 가로로 구멍 뚫린 것이 있는가? 오성지라는 것은 물을 터 내려서 적이 성문을 태우려 할 때 이를 막는 것이니, 그 구멍을 곧게 뚫어서 바로 문짝 위에 닿게 하여야 쓸모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 쌓는 일을 맡은 사람이 도본(圖本)만을 보고 구멍을 가로로 뚫어 놓았으니, 이것이 이른바 그림책을 뒤져서 천리마를 찾는다는 격이다.'

이 가을, 수원화성 다시보기_3
장안문 옹성 홍예위의 누각

장안문 옹성과 팔달문 옹성에는 홍예위에 우진각 지붕으로 된 누각이 있다. 장안문 밖 100여 미터에서 바라보면 장안문이란 현판글씨는 잘 보이지만, 옹성위의 누각으로 인해 장중한 장안문의 위용이 상당부분 가려져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화성성역의궤'의 '장안문 외도', '팔달문 외도'를 보면 옹성 홍예위에 오성지는 있지만 그 위에 누각은 없다. 
최초 화성을 설계하고 축성할 때는 옹성 홍예위에 누각이 없었던 것이다. 1831년(순조 31)에 화성유수 박기수가 편찬한 '화성지(華城誌)' '성곽(城郭)'편 '북옹성' '남옹성' 조에 보면 뚜렷한 이유는 나오지 않고, 갑신년(1824)에 2간 누각을 세웠다는 기록이 나온다. 누각이 있으므로 해서 정면에서 보면 답답한 감이 있지만 측면인 성벽에서 보면 옹성과 잘 어울리고 있다.

이 가을, 수원화성 다시보기_4
화서문과 장안문 사이에 있는 북서포루

수원화성에는 돌출시킨 성벽의 내부에서 적을 대포로 공격할 수 있는 시설인 포루(砲樓) 다섯 곳이 있다.
화서문에서 팔달산 방향으로 서북각루를 지나면 만나는 서포루(西砲樓), 팔달산 회주도로에서 서남암문 방향으로 오르다 만나는 남포루(南砲樓), 창룡문과 봉돈 사이에 있는 동포루(東砲樓)는 구조와 기능, 지붕의 형태도 우진각으로 같다. 장안문과 화홍문 사이에 있는 북동포루(北東砲樓), 장안문과 화서문 사이에 있는 북서포루(北西砲樓)도 구조와 기능은 같지만 지붕의 형태가 다르다. 성 밖으로 돌출된 부분의 지붕은 우진각 이지만, 성 안쪽은 맞배지붕의 형태를 하고 있어 화성성곽 건축물 중에서 가장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화성성역의궤'의 '포루 외도' '포루 내도'를 보면 우진각 지붕 모습만 보이고 맞배지붕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1910년대~1920년대 초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속의 북동포루는 우진각 지붕형태를 하고 있다. 1970년대 수원화성을 복원할 때 북동포루, 북서포루 두곳의 지붕형태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정확하게 복원했느냐를 떠나 현재의 모습이 미적 완성도는 높아 보인다.

수원화성을 답사할 때 성곽의 겉모습만 볼게 아니라, 건축물의 스토리도 함께 보면 수원화성이 더 가까이 느껴질 것이다.

한정규님의 네임카드

수원화성, 오성지, 포루, 누각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