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
수리산, 광교산이 달려와 말을 건다
2015-09-21 10:15:13최종 업데이트 : 2015-09-21 10:15:13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가을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밖에 나오니 산들바람도 불었다. 마음은 곧 '황구지천'으로 달려가고, 그래! 오늘은 왕송공원이다. '고색교'에서 그곳까지는 9,2km를 알리는 자전거 길의 안내판도 반짝이는 햇살아래 웃고 있다. 산업 1단지를 지나니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며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황구지천을 건너는 옛 수인선 철교는 사라지고 다릿발만 동그마니 서있다. 그곳에는 새로 나는 지하수인선구간의 전철공사가 한창이다. 가을이면 해마다 '황구지천허수아비축제'가 열리는 이곳 천변을 따라 오목천교 밑을 지난다. 그때 만난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니 발걸음도 사뿐사뿐, 등 조끼의 글씨가 걷기대회 동호인들이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려니 거만한 것 같아 "좋은 날 되십시오!"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들도 역시 "행복하세요!"라고 말한다. 햇살은 따가워도 바람은 살이 찔 듯 한없이 시원한 날씨다. 힐링이란 이런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_1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_1

그동안 비도 내린 터라 수량은 여름보다는 불어있다. 생태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어 먹잇감이 풍부한 듯 자맥질하는 오리며 왜가리, 백로들도 물가를 엉금엉금 서성이는 모습이 더없이 평화롭다. 물줄기를 따라 빠르면 빠른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완만하게 흐르며 풀숲도 제멋대로다. 자연이 자연 그대로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이곳 '황구지천'만의 자랑이며 멋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달려가노라면 눈앞에는 바람에 흐느끼는 갈대밭과 그 안에 쪼그리고 앉아 세월을 낚는 강태공도 멋진 그림 한 폭이다. 멀리 북쪽에는 군포시 산본동의 수리산이 어제인 듯 알아보며 말을 걸어오고, 동으로는 형제봉과 비로봉, 시루봉의 광교산이 반갑게 인사를 전해온다.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_2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_2

황금들판의 논두렁에는 청대콩도 익어가고, 길가의 코스모스도 한들한들 가슴을 파고든다. 어디 그뿐이랴, 자전거길 언덕에는 억새가 춤을 추며 반겨주고, 그 아래 수변에는 갈대들의 노래가 향연이다. 외딴 집 농장에는 주렁주렁 붉게 물든 사과들이 한낮 햇살 속에 발가벗고 아우성이다. 이들 어느 것 하나 눈 뗄 수 없으며, 머무르고 싶지 않은 것이 없다.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바람을 가르며 뒤에서 달려온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앞서가기 시작한다. 뒤 쫒아 카메라를 꺼내보지만 이러다가 놓치고 말겠다, 입술까지 동원하여 겨우겨우 찍었다. 꾀꼬리 쌍쌍이라더니 젊은 남녀들이 모여 신나게 질주가 벌어진다. 동호회! 서로 함께 좋아하며 모여서 즐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행복이 아니겠는가. 바라보기만 하여도 부럽고 즐거워진다.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_3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_3

이렇듯 자연 속의 풍광과 함께 도심을 떠나 삶의 여유를 만끽하며 재충전할 수 있다는 것은 소시민들에게는 낙원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은둔세상과 같은 오염되지 않은 곳을 더 좋아하고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곳 황구지천 길은 사람으로 말하면 때 묻지 않은 시골처녀 같은 길이다. 애써 다듬지 않고 화장도 바르지 않은 순수 흙길이다. 그래서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바퀴의 사각거리는 감촉이 고향의 품속처럼 다정하고 보드랍다. 

그러나 흙길의 단점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요철(凹凸)이다. 이곳 또한 지난여름의 비로인해 많은 곳에 요철이 발생하여 잘못하면 발을 헛디딜 수도 있고, 자전거 역시 처박힐 수 있어 위험하다. 흙을 채워 바로 잡아주는 시당국의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눈앞에는 동서를 가로질러, 마치 고속도로라도 만드는 것과 같이 공사현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곳이 지금까지 달려온 목적지 왕송저수지로 둑을 보강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그곳을 돌아 왼쪽으로 올라가면 서울행 전철 안에서 유유히 바라다 보이던 왕송저수지가 온 몸을 드러내 보이며 누워있다.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_4
산들바람 따라가면 황구지천 갈대숲 읍소하고_4

마치 바닷가 백사장을 떠올리게 하며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 어찌 가슴을 풀어놓고 외쳐 불러보고 싶지 않은가. 모두를 감싸 안아 사랑한다며! 수원시가 추구하고 펼쳐나갈 자전거시대의 꿈을 안고, 이 가을과 함께 황구지천 길을 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