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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 옛길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동네
주택재개발 사업 등 새로운 변화 중
2024-01-15 15:00:14최종 업데이트 : 2024-01-15 15:00:1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장안문 거북시장. 수원시 음식문화 거리로 지정되어 있다.

장안문 거북시장. 수원시 음식문화 거리로 지정되어 있다.


 수원화성 앞은 영화동이다. 화성신도시를 건설하고 팔달산 주변 지역을 남부와 북부로 나눴는데, 북부 지역이 영화동이다. 정조실록에 의하면 "정조 20년에 양재역(良才驛)을 영화역(迎華驛)으로 바꾸고, 역사의 터를 화성 북문(北門) 밖으로 옮겨 설치하였다(정조실록 45권, 정조 20년 1796년 8월 29일)"라고 기록되었다. 영화동은 이 영화역이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정조는 수원화성 성역이 마무리되던 해 가을에 장안문 밖에 영화역(현재 영화동 행정복지센터 일대라고 추정함)을 만들었다. 새 도시를 만들고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정비를 한 것이다. 역이 있으면 사람들로 북적이고, 경제활동도 활발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화성의 위상에 대해 힘쓰고 있었는데, 역을 만든 것도 그 일환이었다.

수원화성박물관에 영화역 설치 설명글.

수원화성박물관에 영화역 설치 설명글.


 어디나 그렇지만 여기도 옛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 다행히 '영화 옛길'이라는 벽화가 있어 흔적을 짐작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에 말이 역동적으로 뛰는 모습이 그려 있다. 그림 하나에도 옛날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사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다.

 옛길을 나서니 영화동 행정복지센터가 보인다. 겉에서 보아도 웅장하고 멋진데, 안에 들어가니 주민을 다 포용할 듯 크고 정감이 간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북카페가 있다. 추위로 언 몸에 따뜻한 기운이 덮여 온다. 아메리카노가 2천 원이다. 가장 비싼 음료가 과일 주스인데 3천 5백 원이다. 마을기업 두레회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서 손님들에게 말을 걸어 보니 "가격이 착하다. 분위기가 좋다."라고 하고, "친구들과 모임을 할 때도 여기 온다."라고 말한다. 

영화동 행정복지센터. 이 근처가 영화역이 설치되었던 곳.

영화동 행정복지센터. 이 근처가 영화역이 설치되었던 곳.


 건물 안에는 수원시 다함께 돌봄센터 4호점도 있다. 방학 중이라 아동들이 제법 많다. 책을 읽는 아이들도 있고,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도 보인다. 지도 선생님과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아이도 있다. 돌봄센터가 행정복지센터 안에 있어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이런 곳에서 어린 자녀들이 안전하게 학습과 놀이를 하고 있으니 부모들은 걱정 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행정복지센터 내 북카페.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는 쉼터다.

행정복지센터 내 북카페.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는 쉼터다.

 
 행정복지센터에는 마을문고가 있다. 행정복지센터 이용할 때 새마을 문고가 있어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작다고 생각했다. 오늘 보니 도서관 수준이다. 시설도 좋다. 주민들을 위한 공구 대여소도 있다. 집에서 가끔 필요한 공구를 사기도 그렇다. 여기서 빌려 쓸 수 있다. 목공 기구 등 1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전시 작품을 보니 솜씨가 상당히 높다. 좋은 시설에서 배운 덕택일까. 

행정복지센터 다함께 돌봄센터. 돌봄센터가 행정복지센터 안에 있어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행정복지센터 다함께 돌봄센터. 돌봄센터가 행정복지센터 안에 있어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다시 영화 옛길로 가니 장안문 거북시장이 있다. 1970년대 개설된 시장으로 2020년 수원시 음식문화 거리로 지정되었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과거 토지 소유자가 '거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농산물을 사고팔기 위한 사람들은 '거북이네'로 간다고 하면서 지금의 장안문 거북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 상인들은 상인회를 결성하고 거북이를 상징하는 '느림보 타운'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행정복지센터 마을문고. 시설이 일반 도서관 수준이다.

행정복지센터 마을문고. 시설이 일반 도서관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이곳은 '새수막거리'라고도 한다. 영화역과 장용외영 훈련장이 들어서고 장안문 밖에 새로이 술집으로 흥청거리게 됐다. 새로 술집들이 들어선 거리라고 해서 '새수막거리'라고 했다. 

 실제로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곳은 번화가였다. 음식점은 물론 술집도 많았다. 한때 '스탠드빠'라는 술집이 유행할 때 여기도 호황이었다. 그때 유명 연예인도 많이 와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시대 변화에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이 생기면서 지역 상권이 쇠락했고,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네에 지붕이 낮은 집들이 많다. 벽에 노래 가사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동네에 지붕이 낮은 집들이 많다. 벽에 노래 가사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전통 시장 살리기 사업 등으로 거북시장은 다시 일어섰다. 상점들은 낡은 시설을 닦아내고 깨끗한 벽돌로 치장했다. 가로등 설치로 길이 밝아졌다. 다양한 축제를 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시장길에서 음식점을 하는 어르신을 만났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기(동성아울렛 쪽)가 나 어렸을 때는 노송이 많은 공터였다. 그리고 여기는 서울 가는 버스가 많았다. 그때는 장사도 잘됐다."라고 옛날을 회상하더니, "지금은 그때만 못하다."라고 아쉬워했다.

 다시 경수대로 쪽으로 걸었다. 지붕이 낮은 집들이 많은 동네다. 벽에 김진호 노래 '가족사진' 가사를 써놓았다. 낡은 벽 그림이지만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골목길로 몇 걸음 옮기니 늙은 나무가 외롭게 서 있다. 빈집들이 많다. 대문에 주택재개발사업으로 철거대상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일대는 공동주택 556가구와 부대 복리시설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대문에 빈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일대는 주택재개발사업으로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문에 빈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일대는 주택재개발사업으로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좁은 골목길로 넘나들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마주치는 사람도 없다. 길거리 현수막에는 이사 가면서 생활폐기물 처리를 당부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동네 텃밭에는 정성스럽게 가꾸던 나무들이 추위를 견디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마음을 다해서 가꿨는데, 옮길 수 없어서 그냥 놔두고 갔나 보다.

 영화동은 오래된 동네답게 전통이 빛나는 학교가 있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는 1936년 개교 후 2만 2천5백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80년이 넘는 전통에 맞게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동문이 많다. 옆에 있는 수원북중학교도 옆에 수원농고와 같은 해에 개교했다. 이를 자랑하듯 학교 건물에는 아예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수원북중학교'라고 글 판을 달고 있다. 

수원북중학교. 영화동은 오래된 동네답게 전통이 빛나는 학교가 있다.

수원북중학교. 영화동은 오래된 동네답게 전통이 빛나는 학교가 있다.


 역사가 깊은 만큼 학교에 녹색 공간이 풍요롭다. 이렇게 귀한 공간을 학교에만 가두는 것이 아니라, 담장을 허물고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안내판에 보니 2006년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녹지공간을 공원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 옮긴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와 수원북중학교는 역사가 깊은 만큼 녹색 공간이 풍요롭다. 이 녹지공간을 공원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학교 담장을 허물었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와 수원북중학교는 역사가 깊은 만큼 녹색 공간이 풍요롭다. 이 녹지공간을 공원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학교 담장을 허물었다.


 장안문 거북시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4년도 전통 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환경을 조성하고, 관련 콘텐츠를 활성화한다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아울러 원도심은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벗어나 쾌적한 동네가 들어선다. 수원화성 앞에 영화역이었던 지역이 230여 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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