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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업사이클링 건물을 찾아서
오래된 공간이 다시 매력적으로 우리 곁에 머물다
2023-12-05 17:01:36최종 업데이트 : 2023-12-05 17:01:3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고색뉴지엄.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문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고색뉴지엄.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문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오늘은 색다른 수원 여행을 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자원 재활용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건물은 애초의 기능은 다 했지만, 물리적으로 보면 변화가 없다. 벽돌, 기둥, 유리 같은 재료는 그대로다. 따라서 건물을 업사이클링 하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한다. 수원에 업사이클링 건물은 어디 있을까. 

 고색동에 가면 고색뉴지엄(권선구 산업로 85)을 만난다. 이 공간은 특별히 애정이 간다. 자칫하면 헐릴 뻔했는데 재탄생에 성공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전기, 전자, IT 등 첨단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폐수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방치되어 있던 폐수처리장은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처럼 변신했다. 

정자동 111CM. 기존 콘크리트 기둥과 천장 등 구조물을 그대로 남기며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정자동 111CM. 기존 콘크리트 기둥과 천장 등 구조물을 그대로 남기며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고색뉴지엄은 전시문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회화, 사진, 시화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열린다. 클래식, 국악, 마술 등 여러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는 공간이 됐다. 

 정자동 111CM(장안구 수성로 195 111CM)도 옛 건물에 새로운 기능을 담은 공간이다. 이는 담배공장 수원 연초제조장이었다. 30년간 국가 기간산업 활성화뿐 아니라 수원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던 곳이다. 하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그 기능이 다 했다. 주변은 택지 개발 사업이 전개되면서 공장 시설은 헐릴 위기였다. 그러나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이 철도역 본래의 건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는데, 이곳도 기존 콘크리트 기둥과 천장 등 구조물을 그대로 남기며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전시공간, 야외 경연장, 스튜디오, 창작활동 교육실 등이 있 다. 이름도 정자동 111번지와 공동체, 지역사회를 뜻하는 커뮤니티'community'를 축약해서 동네에 어울리게 지었다. 

수원 구 부국원. 일제강점기 건물이지만, 미래 세대에겐 부끄러운 역사 극복을 위한 희망의 유산이 될 수 있다.

수원 구 부국원. 일제강점기 건물이지만, 미래 세대에겐 부끄러운 역사 극복을 위한 희망의 유산이 될 수 있다.


 수원향교로 가는 교동 길목에 가면 수원 구 부국원(팔달구 향교로 130) 건물을 만난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에 종자와 비료 같은 물품을 판매하던 회사 건물이다. 당시에는 '부국'이라는 이름에 기대가 컸을 것이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 일제의 농업 침탈 기반이 된 곳이다. 즉 그 부국은 조선이 아닌 일본이었다. 
 
경기상상캠퍼스. 서울 농대 건물과 교정을 그대로 두면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경기상상캠퍼스. 서울 농대 건물과 교정을 그대로 두면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부국원 건물은 해방 후에는 수원법원과 검찰청사로 사용했다. 이후에도 병원 건물 등으로 사용하다 세월에 못 이겨 헐릴 위기에 처했다. 건물은 1920년대에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건물이지만, 미래 세대에겐 부끄러운 역사 극복을 위한 희망의 유산이 될 수 있다. 이런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수원시가 매입해 보존했다. 이 건물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근대역사 문화 공간으로 소박한 전시회를 자주 열고 있다.

기억공간 잇-다. 과거에는 시민과 단절된 공간이었는데, 전시와 커뮤니티 공간으로 시민의 옆으로 다가왔다.

기억공간 잇-다. 과거에는 시민과 단절된 공간이었는데, 전시와 커뮤니티 공간으로 시민의 옆으로 다가왔다.


 서둔동에 경기상상캠퍼스(권선구 서둔로 166)도 변화된 환경에서 헐리지 않고 살아남은 공간이다. 이곳은 수원고등농림학교가 있던 곳이다. 해방 후 서울대 농과대학으로 승격 후 2000년대까지 농업 분야에 수재들이 공부하던 곳이다. 2003년 서울대 농대가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빈 곳이 됐다.

 건물은 쓸모가 다하면 그대로 방치하거나, 헐고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경우가 많다. 농대 건물은 그대로 두면서 새로운 기능을 찾았다. 강의실과 교정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문화행사 및 전시, 교육 프로그램, 공간 대관 운영한다. 상상 캠퍼스라는 이름처럼 지역주민은 물론 도민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호매실동에 사는 김숙영 씨는 "날씨가 좋을 때 여기에 자주 온다. 친환경적인 공간이라 가족과 한나절 쉬기 좋다. 언제가 연극 축제도 보고, 그 후로도 다양한 행사를 봤는데, 모두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한다.  

'기억공간 잇-다' 옆 설명 글판.

'기억공간 잇-다' 옆 설명 글판.


 수원역에 옹이처럼 박혀있던 성매매 집결지도 변신했다. 소방도로가 개설되고,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상업시설과 숙박 시설 등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성매매업소 건물 일부는 '기억공간 잇-다' 공간(팔달구 덕영대로895번길 9-14)으로 탈바꿈했다. 성매매 집결지를 시민들과 이어주는 공간으로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에는 시민과 단절된 공간이었는데, 이제 전시와 커뮤니티 공간으로 시민의 옆으로 다가왔다. 

  집결지 폐쇄를 위해 시청과 경찰 당국은 물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도 힘을 모았다. 이런 노력으로 주변은 더 멋지게 변모하고 감동으로 남았다. 어둡고 부끄럽던 거리를 활기 넘치는 거리가 되고, 문화를 누리는 품격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우리는 집결지를 폐쇄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함께하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수원에서 가장 숨기고 싶었던 공간이 이제 수원의 자랑스러운 문화 공간이 되고 있다. 

경기도청 구 청사. 경기도청이 이전함에 따라 본래의 기능을 잃었지만, 다양한 행사를 하며 변신 중이다.

경기도청 구 청사. 경기도청이 이전함에 따라 본래의 기능을 잃었지만, 다양한 행사를 하며 변신 중이다.


 경기도청이 광교로 이전함에 따라 옛 도청 건물(팔달구 효원로 1) 도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 대신 천 삼백팔십만 도민의 살림살이를 챙기던 경기도청에는 새로운 업무공간이 들어온다. 매월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이 열리는 장소로 변신했다. 잔디 광장에서는 음악회, 자선 걷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보물찾기 축제도 하고 있다. 

 옛 도청 건물은 근대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도 있다. 봄에는 벚꽃축제도 한다. 팔달산으로 향하는 산책로는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찾는다. 팔달산 품에 안긴 옛 도청 건물은 다양한 행사를 하며 변신 중이다.  

 인류 개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을 다시 쓰는 선택은 살아남기 위한 지혜다. 오랜 시간을 견딘 건축물들이 살아남아서 다양하게 변신했다. 그냥 남은 것이 아니라 문화적 공간으로 예술적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허름한 흔적도 그대로 남아 더 긴 생명력을 이야기한다. 공간의 진화를 찾아다닌 발길에 묘한 울림을 경험한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업사이클링, 근대문화유산, 고색뉴지엄, 경기상상캠퍼스, 수원구부국원, 경기도청,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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