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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
2015-08-05 08:38:20최종 업데이트 : 2015-08-05 08:38:20 작성자 : 시민기자   공석남

 

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_1
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_1

삼복더위는 오늘도 기승을 부린다. 간혹 바람은 살랑거리지만 훈풍이 아니라 열풍이다. 그럼에도 서호천을 따라 가는 냇가엔 아이들이 나와 앉아 있다. 물고기나 혹은 잠자리를 잡으려하는지도 모른다. 
천천교 밑으로 흐르는 냇가다.  지난 번 새벽 천둥번개까지 동반하여 내린 탓에 물이 불었다 빠져나간 서호천이다. 풀섶이 불어난 물에 밀려 쓰러진 곳도 부지기수다. 나무들도 어린 풀들도 한꺼번에 넘어가버린 곳. 빗물은 좋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한 번씩 왔다 가면 냇물은 맑아지고 허접스런 것들을 쓸어가준다. 

냇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잔 모래알까지 보인다. 작은 송사리들이 몰려다니는 모습도 쉽게 보였다. 백로가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물오리들도 둥둥 풀섶을 뒤지는 모습이 눈에 띤다. 비둘기들이 총총거리는 발소리가 들릴 듯이 상큼하다. 기차의 폭음이 요란하건만 모두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일상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서호천으로 향하는 수변로다. 

지나던 길손인줄 알았는데 어르신 한 분은 냇가에 쓰러진 나무를 세우고 있다. 그뿐이 아니라 주머니에서 전지용 가위를 꺼내더니 나무에 얽힌 것들을 잘라버렸다. 보기도 흉했지만 그로 인해 힘겨워 일어서지도 못한 나무를 세워놓았다. 
나무는 얼마나 홀가분할까. 얽히어 일어서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눈치만 살폈을 아쉬움을 풀어준 것이다. 사람에게 뿐 아니라 식물의 불편함에도 눈 돌리는 너그러운 손길이 고맙다. 그냥 지나쳐가지 않고 어디서나 이처럼 고마운 손길이 있기에 서호천은 맑게 서호로 흐른다. 

손주가 오후에 서호로 가자기에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뒤를 따라 걸었다. 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길이다. 내 주위에 걸을만한 곳이 있다는 것도 고맙고, 나와 동행해 줄 아이들의 도란거림이 싫지 않다. 길을 가며 묻는 아이들, 저 꽃은 무슨 꽃이냐? 혹은 풀이름은, 개구리 울음소리, 맹꽁이 울음소리에 어디서, 무엇이, 우는지 묻는다. 참으로 오랜 만에 들어본 맹꽁이 소리가 풀숲에 아니 논틀 앞에서 듣는 것처럼 정겹다. 몸을 숨겼으니 찾을 수는 없지만 그 목소리만으로 옛 추억을 물고 온다. 

한참 매미와 쓰르라미가 목청을 돋구는 길에는 한 여름의 열기로 가득하다. 해가 지는 시간임에도 끄떡없이 버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은 물과 바람과 숲을 따라 서호로 몰려든다.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갈 수가 없다고 그냥 걸어간다고 짜증을 부린다. 이런 날은 마당에 나와 앉아 모깃불 피워 놓고 이웃과 도란거리는 시간이 있었다. 그 옛날에는.

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_2
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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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_3
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_3

서호 방죽을 걸을 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무슨 일인가 싶어 아이 손을 잡고 바짝 다가서니, 어디서 본 얼굴이다. 전 문화체육부장관을 지낸 탤런트 유인촌이다. 노부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마도 방송에서 서호 취재를 나온 모양이다. 카메라맨과 기자들이 뭔가를 메모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잠깐 들으니 서호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분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 
옛날 이곳에서 결혼사진을 찍었단다. 1952년이라 하는 걸 보면 신혼여행을 나온 곳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수원의 서호는 쾌적한 도시의 녹지공간으로 각광을 받는다. 그리고 관광명소로 소문나있다. 어떤 분이 올린 블로그 글에서 서호의 장관을 본 기억이 있다. 사진으로 보는 서호는 섬세한 면이 잘 드러나 보였다. 한꺼번에 둘러보는 것과는 다른 색다른 감이다. 한 컷에 실린 장면은 뚜렷하게 핵심을 짚어냈다. 물론 사진도 잘 찍었지만 그만큼 서호가 멋있었기에 카메라멘은 좋은 사진을 올렸을 것이다. 

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_4
언제나 걸어도 싫지 않은 서호천길_4

가끔은 외지인들이 어울려 찾아 온 모습도 보았다. 수원 화성을 찾아오는 관광객 대부분이 찾는 곳이다. 생각없이 걸어도 좋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정조대왕의 업적을 새기며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살기 좋은 수원을 가꾸어 가는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걸으며 생각하며 기쁨을 서로 나누는 길. 조금 소홀했던 이웃과 함께 걸으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서로가 함께 하기에 다 같이 가꾸어 가는 곳. 지저분한 것을 치우고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넘어진 나무를 세우는 살뜰한 마음이 있기에 서호천은 오늘도 맑은 마음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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