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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
볼거리 있는 아이들 현장학습장 되게 했으면!
2015-08-23 11:47:02최종 업데이트 : 2015-08-23 11:47:02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하얀 물을 싸고 평화롭게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예스런 풍경을 요즘은 쉽게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물레방아는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 같고,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원역에서 경기대학교 가는 버스를 타고 장안문을 지나면 그곳 정류장 오른편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건물 벽에는 푸른 산골짝의 하얀 물굽이와 함께 물레방아 풍경도 시원스럽게 눈길을 끈다. 

그곳에서 10분쯤 더 들어가면 광교공원이 있고, 언덕을 올라가면 왼쪽 아래로 유유히 돌아가는 물레방아를 요즘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제구실을 못하고 멈춘 지가 오래인 물레방아였지만 반딧불이 화장실이 공사로 인해 폐쇄되고, 이곳 공영주차장의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자 손님맞이를 위해 깜짝 부활한 것으로 보여 반갑기가 그지없다. 

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_1
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_1

주변의 환경은 달라졌지만 그 정취와 함께 말없이 돌고 있는 물레방아를 바라보면 어제의 추억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1970년대까지만 하여도 시골의 고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방앗간이었다. 마을 외딴곳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농촌의 가난한 삶의 애환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 아닐까.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이 필요하다. 보를 막아 도랑을 내고 낙차를 이용하여 물레바퀴를 돌리고, 축의 힘을 이용하여 180도 회전할 때마다 한 번씩 절구질을 하며 확의 곡식을 찧었다. 

고향의 마을 앞에는 들판이 있고, 들판 가운데로 흐르는 물도랑을 따라 언덕 아래로 초가지붕의 물레방앗간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와 나는 보리방아를 찧기 위해 각각 지게에 보리 가마를 힘겹게 지고 갔다. 방아의 주인 할아버지는 장날이면 마포를 사서 되파는 장사를 하였고,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할아버지는 어느 정도 방아 찧기가 마무리되어 가자 방아의 절구 공이를 천장 줄에 덜컹 걸어 세웠다. 그러고는 아버지께 뒷일을 맡기고 인사를 나누며 서둘러 장에 가시던 모습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할아버지는 보를 막아 물 공급을 위해 항상 애썼다. 겨울에도 도랑에 얼음을 깨서는 물이 잘 흐를 수 있게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냇물에 목욕재계 하고 물레방아가 무사히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물레방앗간은 도깨비불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렇게 절구질을 하던 물레방아는 기술이 발전하며 정미기와 정맥기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때 수레바퀴 축에는 푸리를 달아 피대와 연결하여 기계를 돌려 방아를 찧었다. 전기불이 안 들어오던 시절이어서 발전기를 달아 전깃불을 밝히기도 하였고, 절구방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쉽게 많이 찧어낼 수가 있었다. 

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_2
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_2

우연히 친구들과 그날은 들판에 소꼴을 베러 갔다가 방앗간에 들어갔다. 방아를 찧어놓은 쌀가마를 보고 저마다 눈독을 들인 끝에 주인 몰래 호주머니에 쌀을 훔쳐 넣은 것이다. 배가 고팠던 때라 고소한 생쌀을 씹어 먹는 맛이라니, 밀가루로 만든 요즘의 피자와는 아마 비교조차 할 수가 없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그렇게 한번 맛을 알게 되었으니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고, 아랫마을에도 물레방앗간이 있었는데 우리는 쭈뼛거리다가는 마침내 참새 떼가 되었다. 그렇게 주인에게 들켜 삼십육계를 놓던 추억은 지금도 입가에 미소를 지울 수가 없다. 

물레방아가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것은 1780년 사신으로 청나라를 다녀온 연암, 박지원 선생에 의해서라고 하는 것이 열하일기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발을 딛고 올라섰다 내려 섰다를 반복해야 하는 디딜방아와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힘이 아닌 수력을 이용한 과학적이며, 더 큰 힘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당시로서는 선진국 형 최신 문명이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_3
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_3

이런 물레방아는 기계화되어 기름으로 돌아가는 발동기가 나오면서부터 차츰 사라지게 되었고, 지금은 방앗간의 시설이 전기로 바뀌며 물레방아는 공원이나 기념관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어 있다. 이곳 광교공원 또한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는 풍경은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층 새롭고 풍요롭게 해준다. 

그러나 물레방아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까이 와서 관심을 갖고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런 것이 거기에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멀리서 별 관심 없이 지나치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운 생각도 갖게 된다. 왜냐하면 광교공원의 물레방아는 그동안 돌지 않는 물레방아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곳에 있을 뿐만 아니라 단조롭다는 생각도 든다. 저게 정말 수력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 너무 조용한 것 같다. 

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_4
추억 떠올리게 하는 광교공원의 물레방아_4

광교공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물레방아를 보며 재미있어 하고, 우리의 옛 문화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정서적이며 의미 있는 볼거리가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 물레방아 돌아가는 내력을 알아보면 '벽천에서 사용한 물을 이용하여 돌리며, 동화속의 물길을 따라 수원천으로 흘려보낸다. 물레방아에서 수원천까지 동화속의 물길은 폭0,5-1,0m이며 길이가120m이다'라고 되어있다. 

벽천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동화 속을 흐르는 물이라면 푸른 하늘이거나, 아니면 어딘가의 선녀들이 목욕이라도 할 것만 같은 푸른 냇물일 것이라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이런 동화속의 물길을 그냥 무심히 흘려보낸다면 누가 그 신비로움을 알겠는가. 물레방의 이치와 내력을 알 수 있게 하고, 어린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옛 조상들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학습장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다시 말해 동화속의 물길에 작은 물레방아를 놓고, 실제로 작동하는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종이배도 띄우며 동화속의 물길을 따라 즐길 수 있다면 이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는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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