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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면’ 고수하는 그집 정성 담긴 해물짬뽕
2015-06-03 07:08:05최종 업데이트 : 2015-06-03 07:08:05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수타면' 고수하는 그집 정성 담긴 해물짬뽕 _2
'수타면' 고수하는 그집 정성 담긴 해물짬뽕 _2

어찌 지난 시절의 향수 때문 만이라 하겠는가. 기계면 보다는 수타 짜장면의 인기가 더 좋은 것은 그 주방장의 정성이 담긴 수타 특유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타면'이라는 것은 탕탕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늘여 내는 면발을 말한다. 이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있어 좋을 뿐만 아니라 면발을 뽑아내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게 반죽한 재료를 엿가락처럼 가락가락 손가락에 걸어서 늘이고 접으며, 탄력이 붙게 하여 면발을 뽑아내면 그것이 진짜 수타면이 된다. 

중국음식집에 들어가 짜장면이나 우동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면 그때 주방 안에서는 탕! 탕! 소리가 들려온다. 이 또한 청각을 통해 맛볼 수 있는 정통 수타면의 맛이라면 맛이요, 또한 매력이라면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주방장인 기술자는 힘들겠지만 그렇듯 유연한 손놀림은 상상만 하여도 입에서는 벌써 군침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수타면 시절에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짜장면과 우동, 짬뽕이었다. 우리 서민들의 외식으로는 가장 만만하면서도 즐겨 먹을 수 있었다. 

지금도 차를 타고 가다가 거리의 '수타짜장면'간판을 보게 되면 솔깃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대에 부풀어 들어가 보면 사실과 다른 곳이 많아 실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의 수타면 집들이 기계로 반죽을 하고, 기계로 면발을 빼내기 때문에 사실 쫄깃한 맛은 수타면보다 더 있다. 그러나 질기다고 하여 그것이 면발 맛의 전부는 아니다.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맛과 잘 어울려야만 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타면' 고수하는 그집 정성 담긴 해물짬뽕 _3
'수타면' 고수하는 그집 정성 담긴 해물짬뽕 _3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수원의 한 중국음식점이다. 진짜 수타라고 하여 전화를 걸어보았다. 어떤 집에서는 말로만 수타 일뿐 주방 안에서 기계로 뽑아내더라고 하였드니 그곳 사장님, "우리는 기계 없어요."하는 대답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이웃은 얘기 중에 우연찮게 그 중국음식점을 잘 안다고 했다. 사장이 중국인이라는 것과 전에는 양로원에 짜장면 봉사도 다녔다며 진짜 수타면이 맞다고 알려주었다. 

마침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가족들을 대동하고 점심시간에 찾아갔다. 
그러나 수타면이라며 주방장이 실제로 면발을 빼 보이는 가운데 손님들을 믿게 해놓고, 속내를 알고 보면 주방 안에서 기계면을 뽑아 감쪽같이 속이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절대로 속지 않겠다며 직접 주방 안까지 들어가 사실 확인을 해보았다. 키가 크고 젊은 주방장은 면발 뽑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지만 옛날처럼 탕! 탕! 소리를 내며 수타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렇게 하려면 힘이 들기 때문인지 적당히 뭉퉁거려 묘기를 부리듯 면발을 빼냈다. 

나는 그곳 여사장님인 것을 확인하고 물어보았다. 전에 어느 양로원에 봉사도 다닌 적이 있는가 하고. 그러나 전에는 남편이 다녔으며 지금은 건강이 안 좋아 시골에 가서 지낸다고 했다. 오토바이 배달하는 사람이나 철가방과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문의했더니 역시 배달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계면과 달라 수타면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불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찾아오시는 손님들만으로도 주방장의 일손이 너무 바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방 안과 홀에서는 여러 명의 직원들이 저마다 눈코 쓸 수 없이 분주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옆 손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분도 소문을 듣고 영통에서 찾아오게 되었다며, 벌써 단골이 된지 오래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집의 해물짬뽕이 맛있어 단골이 되었다는 것이다. 

'수타면' 고수하는 그집 정성 담긴 해물짬뽕 _4
'수타면' 고수하는 그집 정성 담긴 해물짬뽕 _4
 
그렇듯 홀 안에는 점심시간이 되어 손님들이 많았으며, 저마다 땀을 흘리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때 우리 앞에도 짜장면과 해물짬뽕이 등장했고, 보기만 하여도 침이 넘어가는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웅크리고 누어있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는 것처럼 얼큰한 해물짬뽕과 짜장면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이라니, 역시 수타면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일행도 그 진수에 한껏 빠져들고 있었다. 

'신속배달'이랄지, '수타면'과 같은 유혹적인 문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며 수타면 그대로의 진실을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가격 또한 짜장면은 5천 원으로 다른 곳과 같았으며, 해물짬뽕은 6천500원이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 양심적인 수타면을 고수하며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즐겁고 흐뭇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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