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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
11km 여우길을 걷다
2015-06-09 17:45:08최종 업데이트 : 2015-06-09 17:45:0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6월 초순이건만 한여름 더위 저리가라다. 예서제서 이른 폭염에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본디, 환경에 아주 잘 적응하는 동물인지라 더위에 굴복하지 않고 나름대로 지혜를 발휘해 견뎌낸다. 
나는 더울수록 야외활동이 더 왕성해지는 인간이다. 걷기를 통해 땅의 기운을 받는다고나 할까. 숲이 있으면 더 좋고, 사람냄새 폴폴 나는 공원이나 카페거리도 좋다. 3~4시간 사색하며 걷다보면 세로토닌이 팽팽하게 차올라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최상급 기분이 된다. 틈만 나면 산으로 거리로 나서는 이유다.

햇빛도 적당한 평일 오후다. 간단한 먹거리를 챙긴다. 오늘 선택한 길은 수원의 '여우길', 대략 11Km이다. 이 길은 처음이라 약간 두렵기도 하여 아주 친한 형님을 불러낸다. 맛있는 저녁을 사겠노라는 꼬드김으로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로 나선다. 
길이라는 게 아무 곳에서 출발해도 상관없지만 여우길 완전정복을 위해 이곳 공용주차장에 차를 댄다. 그래야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갈등에 휩싸이지 않기에. 
여우길 출발지는 특이하게 경기대학교 교정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나쁘지 않다. 길마다 패기가 왕성한 젊은이들을 수없이 만나게 되니 20대 청춘으로 돌아간 듯 기분 좋다.

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_1
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_1

후문으로 나와 이정표를 찾는다. 안내판이 다소 헷갈려 이 루트가 과연 맞는지 아리송하다. '어차피 걷기로 했으니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광교 웰빙타운으로 향한다. 벌말다리 입구 '여우길'이라는 팻말이 나오고 드디어 시작이다. 
'경기대학교~ 광교웰빙타운~ 광교 카페거리~ 광교호수공원~ 여우골 숲길~ 봉녕사~ 경기대학교'를 향해 나아간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 나비와 야생화 팔랑거리는 움직임이 어우러져 상쾌한 출발을 이끌어낸다.

천변을 따라 조성된 석축은 진짜 같이 보이는 가짜돌이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흘렀는지 틈새마다 나무와 꽃들이 마구 피어나 그런대로 운치 있다. 수생식물들로 채워진 시냇가 또한 잘 가꾸어져 있어서 여느 식물원 못지않다. 
추억의 노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를 입으로 읊조리며 여우길 코스를 따라간다. 

수변로 산책길의 연속이다. 절정은 단연코 광교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들어선 광교 카페거리이다. 수변로를 따라 품격을 더하고 차별화된 저마다의 모습으로 쭉 늘어선 자태가 여유롭다. '오늘 트레킹은 여기까지!'를 선언하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고 쿠키를 먹으면서 오후 반나절을 한껏 누리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다.

숨 한편 크게 쉬고, 마음을 비우고 발밑만 내려다본다. 그래야 갈등이 식을 터이니. 
한참을 다시 가다 쉼을 청한다. 아스라이 하늘에 맞닿아 있는 빌딩 숲 한편에 마련된 장의자에 앉는다. 배낭에서 먹을거리를 꺼낸다. 형님은 햄버거, 난 형님 주먹만큼이나 큰 한라봉 하나를 찰나에 먹어 치운다. 
"히야, 여기서 보니 진짜로 성냥갑을 우후죽순 세워놓은 것 같네. 그런데 저 아파트는 무섭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권력자 같아 보여서."
신도시답게 최고의 아파트들이 끝 간 데 없이 들어서 있다. 

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_2
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_2
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_3
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_3

꽃양귀비, 개망초, 패랭이꽃....발길이 닿는 데마다 꽃이 피어나 있다. 6월 푸르름과 어우러진 꽃 멀미는 찬란한 여름이 되어 나의 몸을 흔든다. 
졸졸 흐르던 시냇물이 몸집을 키우더니만 어느새 광교호수공원이다. 2014년도 대한민국 경관대상이라는 명예에 걸맞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오래전 청춘들의 마음과 몸을 설레게 했던 원천유원지의 풍경은 사라졌지만 여기저기 생태 습지가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20대 초반 첫 데이트 장소로서 이젠 중년이 되어있을 그 남자와 탔던 오리배도 나룻배도 이젠 없다.

추억을 반추하며 아주 옛날 옛적에 여우들이 많이 살아다 하여 명명된 '여우골 숲길'로 들어선다. 여우길, 꼭 반을 왔다. 지금부턴 진짜로 사색의 길, 생태통로이다. 비록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진 길이지만 최대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길의 연속이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가다보면 작은 동산이 나오기도 하고, 이내 다시 편편한 오솔길이 쭉 이어지기도 한다. 간간이 쉼터 정자가 있어 시내를 관망하며 숨을 한숨 돌리기도 안성마춤이다. 수변로가 눈의 즐거움을 준다면 생태통로는 마음의 평화를 안긴다. 

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_4
하, 이렇게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네_4

벌말다리를 지난 지 3시간40분만에 봉녕사를 지나 출발지인 광교산 입구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예쁜 이름을 가진 다리와 공원을 수없이 만난다. 반딧불이 다리, 나비잠자리교, 여담교, 황새부리 다리, 유경교, 목민교, 인화교, 사색공원, 연암공원, 혜령공원 등이 물길과 숲길에서 운치를 자랑하며 사람들을 맞아준다. 
생태도시를 표방하면서 조성된 팔색길, 그중 여우길은 물과 산, 그리고 도심이 결합된 길로서 걷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수원만의 즐거움 여우길, 오늘도 행복하다. 

*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에 바람
팔색길 중 효행길에 이어 여우길을 탐색하면서 느낀점이 있습니다.  길마다 색을 달리한 이정표가 있지만 팻말이 아리송해 어디로 가라는 건지 헷갈립니다. 좀더 자세한 표식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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