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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경과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동네
가을 가득한 파장동 걷기
2023-10-30 13:27:19최종 업데이트 : 2023-10-30 13:27:1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행정복지센터 앞. 의자 몇 개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행정복지센터 앞. 의자 몇 개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가을빛에 이끌려 길을 나선다. 광교산에 오르기 위해 늘 지나던 파장동을 걷고 싶었다. 경수대로를 따라 경기도인재개발원 쪽으로 간다. 경기연구원,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광교산 기슭에 등을 대고 있다. 이 덕분에 여기 버스 정류장 이름이 길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버스 정류장 중에 가장 긴 이름이 아닐까. 

파장동 맛고을 입구에 음식점. 여기 사장은 한사랑길 봉사단 회장으로 활동한다. 2017년에 발족한 봉사단은 회원 수가 100명이 된다.

파장동 맛고을 입구에 음식점. 여기 사장은 한사랑길 봉사단 회장으로 활동한다. 2017년에 발족한 봉사단은 회원 수가 100명이 된다.


  중부지방 국세청 옆에는 아파트가 새로 지어져 입주가 한창이다. 파장동은 역사가 깊은 동네다. 그러다 보니 나이 많은 집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어진다. 차 한 대가 겨우 드나들 정도다. 이런 곳에 거대한 아파트가 섰으니 파장동의 새로운 풍경이 된다. 
 
파장동 행정복지센터 화단에 파초. 정조 임금이 만석거를 축조하고 연과 파초를 심었다. 어른이란 뜻이 있는 '장(長)' 자를 더하여 파장동이라는 지명이 되었다.

파장동 행정복지센터 화단에 파초. 정조 임금이 만석거를 축조하고 연과 파초를 심었다. 어른이란 뜻이 있는 '장(長)' 자를 더하여 파장동이라는 지명이 되었다.


  파장동 맛고을 거리에 들어서면, '얼씨구 절씨구'라는 음식점 간판이 보인다. 간판만 봐도 흥이 난다. 여기 사장이 봉사 달인 길남주다. 길 사장은 "집수리 봉사를 하면 가장 뿌듯하다. 어르신들 집, 다자녀 가정, 외국인이 사는 집을 주로 한다."라고 말한다. 인터뷰 도중에 통장으로 도시락 봉사를 하는 날이라고 한다. 일도 많은데 통장까지 하느냐고 물으니 "바빠서 통장을 안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집수리 대상도 쉽게 찾고,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대답한다. 길 사장은 한사랑길 봉사단 회장으로 활동한다. 2017년에 발족한 봉사단은 회원 수가 100명이 된다. 10년 넘게 봉사 활동을 했는데, 텔레비전 방송에 여러 차례 나왔다. 가게 안에도 봉사 활동으로 받은 표창과 신문 기사가 전시되어 있다. 

파장동 시장에 꽃집. 사장님은 경기가 되살아나서 시장 사람들이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파장동 시장에 꽃집. 사장님은 경기가 되살아나서 시장 사람들이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광교산 오르는 길가에 파장동 행정복지센터가 있다. 정조 임금이 만석거를 축조하고 연과 파초를 심었다. 여기에 어른이란 뜻이 있는 '장(長)' 자를 더하여 파장동이라는 지명이 되었다. 이런 의미를 살려 복지센터 옆에는 파초를 심었다. 언뜻 보고 바나나 나무인 줄 알았다. 시민 의견을 반영해 심었다고 한다. 시민이 주인 의식을 갖고 동네 브랜딩에 참여한 결과다. 

수원 청소년 자유공간 청개구리 연못. 아이들이 취미 활동과 학습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수원 청소년 자유공간 청개구리 연못. 아이들이 취미 활동과 학습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행정복지센터 가는 길가에 의자가 몇 개 있다. 사람들이 앉아 있다. 어르신이 "경로당보다 여기가 더 시원하다. 사람 구경도 하고 좋다."라고 말한다. 멀리 광교산을 볼 수 있는 뷰 맛집이다. 사람들은 풍경 안에 섞여 있고, 이것이 다시 동네의 평화로운 풍경이 된다. 노천카페고, 치유 공간이다. 이런 것이 공간을 찾게 하는 힘이다.  

경수대로 경기도인재개발원 앞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 이름이 길다.

경수대로 경기도인재개발원 앞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 이름이 길다.


 의자 몇 개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을 확보했다. 작은 투자로 큰 효과를 본다. 요즘 말로 가성비 최고다. 이런 공간을 확보하고,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진정한 도시 전문가란 생각이 든다. 

 잠시 쉬었다가 북수원시장 쪽으로 걷는다. 원래 여기는 파장동 이름을 따 파장시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파장은 장이 끝난다는 의미가 있어 바꿨다. 시장의 매력은 삭막한 공간이 없다. 오밀조밀 붙어 있는 가게 사이에 상품이 이웃 공간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한 듯하다. 그런데도 갈등이 없이 평화롭게 장사하고 있다. 진열 상품만 보고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중부지방 국세청 옆에는 아파트가 새로 지어져 입주가 한창이다. 오래된 동네에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섰다.

중부지방 국세청 옆에는 아파트가 새로 지어져 입주가 한창이다. 오래된 동네에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섰다.

수일초등학교 정문. 511년 나이를 먹은 느티나무가 있다.

수일초등학교 정문. 511년 나이를 먹은 느티나무가 있다.


 시장 사람들은 손님맞이에 바쁘다. 말씀을 나눠보고 싶은데 선택하기 쉽지 않다. 시장을 몇 바퀴 돌면서 고민하다가 꽃집 사장님에 주목했다. 꽃과 함께 희망을 파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사장님은 따듯하게 말씀하신다. "선경합섬이 있을 때는 아가씨들에게 꽃꽂이 강의를 하곤 했다. 그러다가 꽃집을 했다. 30년 넘게 가게를 했다. 이제 가족이 그만하라고 하는데, 여기 나오는 게 좋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도 어려웠고, 저 아래 정자동이 재개발되면서 손님이 줄었다. 파장동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고, 정자동 아파트도 곧 입주하게 되는데 그때 경기가 되살아나서 시장 사람들이 좋아졌으면 한다."라고 이웃 걱정하는 말을 한다.

괴목정교 앞 느티나무. 파장동은 수원 축성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유적도 여럿이 있다.

괴목정교 앞 느티나무. 파장동은 수원 축성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유적도 여럿이 있다.

 
 시장길을 벗어나니 수원 청소년 자유공간 청개구리 연못이 있다. 이 건물은 파장동주민센터였다. 문화센터로 사용하다 청소년 공간이 됐다. 내부 시설이 궁금해 들어갔더니 청소년 지도사 장승호 씨가 안내한다. "이용자는 주로 초등학생이 80%다. 컴퓨터 이용이 많고, 노래방, 그리고 댄스 동아리실 순서로 인기가 많다. 방과 후에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다."라고 일러준다. "1층에서는 책도 보고, 공부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여기서 친구들과 놀 수 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취미 활동과 학습을 할 수 있으니 부모들도 돌봄 걱정을 덜 수 있다. 

파장초등학교. 1937년 개교한 학교다. 오래된 동네답게 학교 역사가 깊다.

파장초등학교. 1937년 개교한 학교다. 오래된 동네답게 학교 역사가 깊다.


 파장초등학교는 1937년 개교한 학교다. 수일중학교는 1983년에 개교했다. 오래된 동네답게 학교들이 역사가 깊다. 수일초등학교는 2004년에 개교했지만, 정문에는 511년 나이를 먹은 느티나무가 있다. 나무는 침묵하며 서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가슴속에 품은 꿈을 나무와 나눴을 것이다. 어른들도 내밀한 무언가를 간직한 나무 모습에 가족과 동네 안녕을 빌었겠지. 

파장동 동네 골목. 오래된 풍경이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파장동 동네 골목. 오래된 풍경이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파장동은 서울에서 수원으로 올 때 첫 동네다. 경계 지점에 지지대비가 있고, 프랑스군 참전비가 있다. 참전비를 따라 들어오면 괴목정교를 만난다. 정조 때 지지대고개부터 현륭원까지 18개소에 표석을 세웠다. 여기 표석은 지지대 고개에서 첫 번째다. 괴목은 느티나무고, 정은 정자를 뜻한다. 근처에 정자는 없지만, 501년 된 느티나무는 있다. 느티나무 앞에는 법화당이 있다. 안내 게시판에 보면, 법화당은 원래 미륵당이었다. 지금은 지지대고개라고 부르지만, 정조 때는 이곳을 미륵고개라고 불렀다. 경수산업도로 건너에 노송지대도 마찬가지다. 정조가 현륭원을 갈 때 지나던 길에 늙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수원 광주이씨 고택이 있다. 국가민속문화재다. 

북수원시장 쪽으로 걷는다. 오밀조밀 붙어 있는 가게 사이에 상품이 이웃 공간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한 듯하다. 그런데도 갈등이 없이 평화롭게 장사하고 있다.

북수원시장 쪽으로 걷는다. 오밀조밀 붙어 있는 가게 사이에 상품이 이웃 공간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한 듯하다. 그런데도 갈등이 없이 평화롭게 장사하고 있다.


 파장동은 수원 축성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관련 유적도 여럿이 있다. 당시 선조들이 살았던 흔적이 기록보다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 사람들은 인터넷 등이 없었지만, 지혜롭게 살았다.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도 따뜻하게 산다.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겸손해지고 경외심이 든다. 

노송지대. 정조가 현륭원을 갈 때 지나던 길로 늙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노송지대. 정조가 현륭원을 갈 때 지나던 길로 늙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가을빛이 완연하다. 여행은 멀리 가는 것이다. 여행은 특화된 곳에 가야 한다. 이런 생각에 망설였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다. 오늘 본 것과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한나절 다녔는데, 나를 묶고 있는 여러 생각이 있음을 알았다. 풍경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마음속에 울림이 일었다. 여행은 그런 것이 아닐까.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파장동, 광주이씨고택, 노송지대, 괴목정교, 정조, 북수원시장, 윤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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