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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항거하며 114년 교육을 이어온 명문 사학, 수원고등학교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에 역사 현장을 찾아 본다
2023-11-02 09:42:05최종 업데이트 : 2023-11-02 09:43:10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학교 화단에 100주년 기념 조형물. 교내에 114년의 발자취가 느껴진다.

학교 화단에 100주년 기념 조형물. 교내에 114년의 발자취가 느껴진다.


 11월 3일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다. 과거에는 학생의 날이었다. 학생의 날은 사회 변화로 의미가 퇴색되고 잊히기도 했다. 그러다가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학생들의 자율 역량과 애국심을 함양도 필요했다. 이런 취지로 2006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앞두고, 수원고등학교(팔달구 정조로 666-10, 수원중고등학교)를 찾았다. 일제강점기에 탄압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교사가 교육을 통해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역사를 지켜왔다. 

김세환은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였다. 수원강습소에서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양하고, 독립 의식을 심어줬다.

김세환은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였다. 수원강습소에서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양하고, 독립 의식을 심어줬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후 일제의 억압은 거세졌다. 교육정책도 민족교육을 탄압하고 식민화 교육에 힘을 쏟았다. 그런데도 국권 회복을 위한 제일 나은 방법은 교육이라고 판단하고 전국 지역 인사들은 학교 설립 운동을 계속 확대했다. 수원에는 1902년 '삼일여학당'과 1903년 삼일학당을 설립했다. 1909년에 수원고등학교의 전신인 '수원상업 강습소'가 문을 열었다. 
 
화성학원은 수원상업전수학교로 승격 인가를 받고, 1943년 2월 27일 신축 교사를 준공했다. 사진 속 건물은 당시 교사. 내부는 리모델링을 했지만, 겉모습은 당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화성학원은 수원상업전수학교로 승격 인가를 받고, 1943년 2월 27일 신축 교사를 준공했다. 사진 속 건물은 당시 교사. 내부는 리모델링을 했지만, 겉모습은 당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일본의 경제적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수원에도 일본인의 이주가 증가했다. 이에 일제는 조선인 상공업자들을 배제하고 일본인 위주의 상업회의소에 유리한 법령을 만들었다. 결국 수원상업회의소는 새 법령 기준을 충족지 못해 해산했다. 강습소도 지원이 끊겨 경영난에 빠졌다. 1916년 수원 지역 유지가 강습소를 화성학원으로 개칭하고 학생을 교육하게 되었다.

1930년 10월 12일에 화성학원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이날 수원 주요 길목에 격문이 붙었다. 조선총독부 포악 정치를 타도하자는 내용이었다. 사진은 1938년 화성학원 운동회.

1930년 10월 12일에 화성학원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이날 수원 주요 길목에 격문이 붙었다. 조선총독부 포악 정치를 타도하자는 내용이었다. 사진은 1938년 화성학원 운동회.


 김세환은 1900년대 북수동 교회를 다녔다. 여기에서 신앙심뿐만 아니라, 교육가로서 독립운동가로서 꿈을 키웠다. 일본에서 신학문을 배우고 돌아와 수원상업강습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수원은 물론 전국적으로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였다. 따라서 수원강습소에서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양하고, 독립 의식을 심어줬을 것이다. 

 실제로 수원 지역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김노적의 스승이 김세환이다. 당시 김세환은 수원강습소 소장이고, 김노적은 학생이었다. 당연히 김노적은 스승의 영향을 받아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수원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들과 조직 활동을 했다. 훗날 모교 교원으로 있으면서 지역의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화성학원 20회 졸업생(1936) 사진. 당시에는 가사과 여학생들이 있었다.

화성학원 20회 졸업생(1936) 사진. 당시에는 가사과 여학생들이 있었다.


 1930년 10월 12일에 화성학원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이날 수원 주요 길목에 격문이 붙었다. 조선총독부 포악 정치를 타도하자는 내용이었다. 운동회 때에 많은 사람이 볼 것이라는 생각하고 붙인 것이다. 일제는 공포 분위기 속에서 조사하고, 단체 간부와 화성학원 교사 등을 잡아갔다. 당시 격문을 써 붙여 일본 당국을 서늘하게 한 지사들은 17살의 김장성과 홍종근이었다. 

수원상업학교 1회 졸업 기념(1944). 뒤 건물이 현재도 있다.

수원상업학교 1회 졸업 기념(1944). 뒤 건물이 현재도 있다.


 화성학원은 1941년 수원상업전수학교로 승격 인가를 받았다. 학원 발전을 위해 홍사훈 선생은 막대한 재산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제는 학교 설립을 방해했다. 이때 김세환 선생은 학교 설립을 방해하는 일제와 싸우기도 했다. 드디어 승격 인가를 받고, 1943년 2월 27일 현재 터에 신축 교사 준공을 했다.

 교육에 대한 일념으로 새 교사에 새 학교로 출발을 했지만, 일제 말기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지식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시를 받았고, 학교는 애국 운동을 비밀리에 한다는 의심으로 간섭을 받았다. 그러나 초대 교장 홍사운 선생을 비롯해 교사들은 애국 운동과 항일정신을 고취하고 신사조에 따른 계몽운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6·25전쟁 당시 참전 용사 비. 참전 용사 이름까지 기록되어 있다. 교내에 있는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 시설.

6·25전쟁 당시 참전 용사 비. 참전 용사 이름까지 기록되어 있다. 교내에 있는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 시설.

 
 중학교 6년제는 1951년 학제 개편에 따라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개편되었다. 이때는 한국전쟁 중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는 이때도 이어졌다. 6·25전쟁 당시 수원고등학교 재학생들은 학도 의용군으로 참전했다. 교정에는 6·25전쟁 당시 참전 용사 비와 함께 참전 용사 이름까지 있어 가슴 뭉클하게 한다. 

학도병 6·25 참전 기념비.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되찾겠다는 선인들의 뜻을 이어받아 수원고등학교 재학생들은 학도 의용군으로 참전했다. 교내에 있는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 시설.

학도병 6·25 참전 기념비.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되찾겠다는 선인들의 뜻을 이어받아 수원고등학교 재학생들은 학도 의용군으로 참전했다. 교내에 있는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 시설.


 하봉수 교장(수원고등학교)은 "우리 학교는 중앙 현관에 자랑스러운 학교 역사와 교정 곳곳에 114년의 발자취가 있다. 그동안 5만여 명 졸업생을 배출하고, 현재도 각 분야에서 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동문이 많다."라고 말한다. 이런 배경 덕에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자부심을 느끼고, 학교생활에 적극적이다. 학생회 중심의 자율적인 활동은 물론 인사 예절 등이 남다르다. 학교에서 인성 교육 등을 강조하지만, 워낙 잘하고 있어서 대견스럽다."라고 말한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나서는데, 변화하고 있는 매교동이 보인다. 낡은 주택을 헐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골목길에 노인들만이 힘겹게 다니던 모습은 사라지고, 아파트 빌딩 숲 사이에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풍경이 보인다. 말 그대로 천지가 개벽한 느낌이다. 

수원고등학교는 일제 불의에 맞서며 독립 의지를 다지고, 국가의 혼란에 몸을 아끼지 않은 정신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학교법인이 바뀌고, '백 년의 도약, 천년의 비상'이라는 표어 아래 새로운 발전을 꿈꾸고 있다.

수원고등학교는 일제 불의에 맞서며 독립 의지를 다지고, 국가의 혼란에 몸을 아끼지 않은 정신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학교법인이 바뀌고, '백 년의 도약, 천년의 비상'이라는 표어 아래 새로운 발전을 꿈꾸고 있다.


 학교 주변 풍경이 바뀌고, 또 바뀐 것이 있다. 수원고등학교 학교 법인이 지승학원으로 변경됐다. 여기에 '백 년의 도약, 천년의 비상'이라는 표어 아래 새로운 날개를 펼치고 있다. 수원고는 일제 불의에 맞서며 독립 의지를 다지고, 국가의 혼란에 몸을 아끼지 않은 정신을 이어왔다. 역사와 문화가 학생들에게 전승되어 명문 사학 수원고등학교가 더욱 발전하고, 나아가 수원 교육을 풍성하게 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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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학생독립운동기념일, 독립운동, 6·25전쟁 참전 용사,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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