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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벽화골목, 담을 헐기 시작했다
헐어낸 담장으로 변한 벽화골목 길
2014-11-27 13:58:32최종 업데이트 : 2014-11-27 13:58:32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행궁동 벽화골목, 담을 헐기 시작했다_1
행궁동 골목입구에서 만난 벽화골목 안내도

사람들은 남의 집 안을 훔쳐보기를 좋아한다. 괜히 담장안이 궁금해서이다. 과거 우리네 민초들이 살아가는 집의 담장은 겨우 어깨 정도 높이였다. 그것은 담이라는 것이 하나의 구조물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담을 두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반가운 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서로가 이웃집의 숟가락 숫자까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담이 낮은 것은 바로 이웃과의 소통 때문이다.

민초들이 사는 집이 낮은 것에 비해 사대부집의 담은 어른의 키를 훌쩍 넘긴다. 그만큼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없다. 그저 베일에 싸일 정도로 대문이며 담이며 꽁꽁 닫아 걸어둔다. 그만큼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던 것이 사대부가들이다. 그런 폐해는 지금도 변한 것이 없다. 울타리가 없는 민초들의 집과는 달리, 가진자들은 높은 담장과 큰 대문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궁동 벽화골목, 담을 헐기 시작했다_2
금보여인숙의 담장그림은 외국인 작가 라켈이 그렸다고

금보여인숙 속내를 보여주다

화서문로 72번길 11호에는 금보여인숙이 있다. 과거에는 이 길로 수많은 나그네들이 지나쳤던 곳이다. 아마 이곳 금보여인숙도 한 때는 밀려드는 손들로 인해 항상 문이 열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에 들어 여인숙은 달방으로 묵는 손님들 외에는 거의 찾아들지 않는다. 오래 되었을 이 여인숙은 항상 문이 닫혀 있었다.

오랜만에 금보여인숙이 속을 보여준다. 대문이 열려있는 안으로는 쌓아놓은 연탄이 보인다. 아직도 아궁이에 연탄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문 앞에는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누군가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보여인숙 벽면에는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주관한 국제협업프로젝트에 참가한 라켈이라는 작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수원은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다. 많은 외국의 화가들이 수원을 찾아와 벽에 그림을 그렸다. 행궁동에는 그런 외국작가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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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헐어내 골목이 시원해졌다

행궁동 벽화골목을 돌아보니

26일 오후 행궁동.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 길이 생소하다. 여기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 무엇이 변한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중충하니 막혀있던 담장을 헐어냈다. 그리고 아이들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낮게 담을 쌓고 있다. 기와로 쌓은 담장. 가을이 깊은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잎들과 함께 묘한 대조를 보여준다.

담장을 헐어낸 집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렇다고 사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창문 밖에 곶감을 만들기 위해 매달아 놓은 감이 정겹다. 도심 한 복판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담장 하나를 헐어냈을 뿐인데, 골목을 지나는 사람에게 즐거움과 행복함을 함께 선물한다.

행궁동 벽화골목, 담을 헐기 시작했다_4
창가에 걸린 곶감이 정겹다


담장 하나 헐어냈을 뿐인데

지난해 '생태교통 수원2013'을 한 달간 시범 운영한 행궁동 생태교통 거리에도 몇 집인가 담장을 헐어냈다. 그런데 그 담장 하나를 헐어내고 정원석으로 곱게 치장한 집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벽화가 골목을 아름답게 치장을 하면서 달라진 것은 바로 담장을 헐어내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행궁동을 비롯하여 최장의 벽화골목이 조성된 지동에도 담을 헐어내는 집들이 생겨났다. 담장 하나를 헐어냈을 뿐인데 골목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닫힌 마음을 열어놓은 듯 시원하게 변한 골목이 더 빛이난다.

"벽화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담장을 헐어내고 낮게 만든 기와담이 정말 정겹네요. 앞으로 더 많은 집들이 담장을 이렇게 바꾼다면 이 또한 새로운 벽화골목이 될 것 같아요. 정말 보기 좋습니다."

벽화길을 촬영하고 있던 사람은 연신 그 담을 찍어대면서 칭찬을 한다. 담장 하나가 골목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변화를 할 것인지. 행궁동의 변화가 닫힌 마음 한편을 열어놓았다. 마치 우중충하고 높았던 담장을 헐어내듯.

행궁동, 벽화골목, 담장, 금보여인숙,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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