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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화센터 전시장에서 만난 묵향의 길 '갈숲에 이는 바람, 갈숲 도주옥전'
10월 23일(수)까지 매향동 팔달문화센터에서 무료 전시회 개최
2024-10-21 08:18:13최종 업데이트 : 2024-10-21 08:18:10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2022년 8월에 문을 연 '팔달문화센터'

수원화성 실내 가볼 만한 곳으로 알아두면 좋은 명소 '팔달문화센터'


지난 여름은 날씨의 변화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어느 땐 너무 덥다가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무섭게 들이닥쳤다.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기 일쑤, 외출할 땐 반드시 양산과 우산이 다 되는 걸 챙긴 일도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마침내 가을비가 내린다기에 반가운 마음이 든 것도 잠시, 역시 날씨란 녀석은 만만치 않았다. 우산을 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릴 만큼 빗줄기가 거세게 퍼붓더란. 잠깐 쉬었다 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그곳에 '팔달문화센터'가 있었다. 늘 이 자리에 있었을 텐데 왜 몰랐을까… 생활의 발견이기도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곡 부르기, 스트레칭, 여행 영어, 에세이 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 


팔달구 매향동에 자리한 팔달문화센터는 2022년 8월에 개관했다. 수원천을 따라 남문시장 지나 화홍문으로 향하는 길에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센터는 2023년 10월, '수원예술대학'을 열어 3개월 동안 좀 더 깊이 있는 장기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 미술, 역사, 음악, 문학 등 문화 예술 분야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말이다.

올해도 역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꽉 채운 목록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한 번 알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문화 쉼터가 된달까? 미리미리 신청해서 수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언제 와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봐도 좋을 터.

올해 열린 전시회를 살펴보니 팔달산문화센터 아크릴화 수업의 결과물 전시, 배성주 전통복식 초대전, 임선희 작가 초대전 등이 있다. 이번에 만난 전시회는 '갈숲에 이는 바람, 갈숲 도주옥 전(展)'으로 묵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서예 전시회다. 수원화성 근처 실내 가볼 만한 곳으로 알아두기에 딱이다.

서예전시회를 보기에 더없이 좋았던 전시장 풍경.

서예전시회를 보기에 더없이 좋았던 한옥 전시장.


이번 전시는 도주옥 작가가 붓을 잡은 지 28년 만에 열게 된 첫 개인전이다. 노력으로 일군 누군가의 처음을 지켜보는 영광의 순간이다. 우연히 만난 행운에 감사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전시장을 둘러보게 된다.

비를 피해 불쑥 들어간 거라 처음에는 여럿이 참여한 줄 알았다. 액자의 크기가 달라 저마다 다른 매력이 보였다. 서체 또한 한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 핑계가 될 만큼 다르게 보였다. 도록을 읽어보니 작가의 큰 딸이 쓴 소개 글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갈숲 도주옥이 서예 인생 28년을 맞아 첫 개인전을 엽니다. 근 30년, 날수로 따지자면 1만 일이 넘습니다. 1만 시간이 아니라 1만 일입니다. 이번 전시 작품 중에 '배움이란 매일 채우는 것, 도란 매일 배우는 것'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도주옥 작가가 보낸 1만 일은 그렇게 매일 채우고, 매일 배우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출처 : 전시회 안내글에서 발췌)

한사람의 서체가 어쩜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 그림 같다는 생각!

한사람의 서체가 어쩜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나이 쉰, 남편의 권유로 취미 삼아 서예를 시작했다는 도주옥 작가다.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입선 6회와 특선 2회, 한중일 교류전과 단체 전시회에 70여 회 참여하는 등 작가는 수상과 전시 경력을 성실하게 쌓아왔다. 딸의 이야기 속에 "엄마는 욕심 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온다. 갈숲 도주옥이 쓴 자작시를 읽어보아도 역시 그러하다.

그대 붓을 잡고 잠시 일상을 내려놓아 보시게
구름처럼 하늘에다 궁전도 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새처럼 비상도 하며 한 획을 그려보시게
(중략)
청정한 마음 모아 가슴 펼쳐 양호로 푸른 생각 쓰시게
그대 붓을 잡아 보시게

<자작 시, 그대 붓을 잡아보시게> 중에서 발췌
 
붓을 잡고 매일매일, 한 획 한 획 글을 쓰며 보낸 1만 일의 시간들이 서체에서 느껴진다. 이해인, 나태주, 김용택 시인의 시어나 법정 스님의 글을 옮겨 쓴 것도 있다. 그 밖에도 박목월,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등 워낙 유명한 분들의 잘 알려진 글귀도 있다. 그럼에도 옛이야기가 붓글씨를 통해 흘러나올 때, 깊이와 향기가 남다르다는 생각! 글로 쌓아 올린 역사에도 감탄하게 된다.

서까래와 창밖 풍경도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시회 풍경.

서까래, 창틀, 창밖 풍경마저도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


팔달문화센터는 아담한 한옥 건물로 되어 있다. 분위기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일이다. 전시장 내부에서 창밖을 보고 있노라니 무섭게 들이붓던 비 또한 자연의 이치로 보이기 시작했달까? 그토록 더운 여름이었는데 가을이 오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으랴. 마음을 차분해져 더 이상 날씨 탓을 하지 않게 된다.

한옥의 아름다움이 오롯이 느껴지는 안쪽을,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본다. 나무와 나무가 만나 어떻게 서까래가 되었는지, 어떻게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것인지, 참 조용하고 아늑하단 생각도 더해본다.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이란 자연과의 조화로움도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가 그림처럼 근사하게 보이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 싶다.

그러고 보니 도주옥 작가의 서체는 자연과 닮아있다. 한자는 하늘을 훨훨 나는 듯이 썼고, 한글은 'ㅅ'과 'ㅊ' 받침이 바람과도 같다. 같은 글자를 쓰더라도 모두 달랐을 텐데… 작가의 마음에 대한 상상도 해본다. 먹물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비 냄새와도 잘 어울린다. '비 오는 날에는 서예 전시회를 봐야 하는 거로군!' 내게 찾아온 행운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 보며 감상을 마쳤다.

한글 서체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한글 서체의 아름다움에 놀라다!


길을 가다 전시장이 보이면 일단 들어가 볼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서예 전시회를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나 어릴 땐 미술 시간에 서예를 배울 정도로 일반적이었는데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5학년 아이에게 물어보니, 저학년 때 잠깐 배우고 그 뒤로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까만 먹을 가는 일이 재밌지 않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주신 먹물을 다 같이 썼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허탈하다.

그 시절 서예를 배울 때, 기억에 남는 건 글쓰기 보다 먹을 가는 일이었다. 먹이 곱게 갈리는 일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생각일랑 나지 않았다. 먹향이 짙어질 때면 '나도 오늘은 실수 없이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종이 위에 실수 없이 글 쓰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고 결국 끈기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30년 가까이 인내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첫 개인전을 열게 된 도주옥 작가. 성실하게 써온 시간들이 작품마다 눈에 선하게 보인다. 전시회 기간은 10월 23일(수)까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다. 가을로 향하는 길, 은은한 묵 향기가 풍기는 서예 전시회를 관람해 보면 어떨까?


[팔달문화센터 전시회 안내]
전시명: 갈숲에 이는 바람, 갈숲 도주옥전
작가: 갈숲 도주옥
전시기간 : 2024/10/16(수) ~ 10/23(수)
운영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336 팔달문화센터
홈페이지: www.pdcc.co.kr
문의: 031-257-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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