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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수원 산책 가볼 만한 곳! 국립농업박물관 '12월령 공원'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계절 이야기를 읽으며 가만가만 걷는 시간
2023-08-30 09:59:04최종 업데이트 : 2023-08-30 09:59:01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안과 밖에 모두 볼거리가 많은 곳 '국립농업박물관'

안과 밖에 볼거리가 가득 해서 수원 가볼 만한 곳 '국립농업박물관'
 

장마나 태풍도 이제 다 지나간 줄 알았건만, 올 여름은 유독 비가 자주 내리는 듯하다. 다행스러운 건 무더위는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 이번에 내리는 비는 가을로 향하는 빗방울이 아닐까 싶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자, 좀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까 말이다. 

비 올 때 걷기 좋은 곳이라면 국립농업박물관에 있는 12월령 공원이 제격이다. 작년 서둔동에 박물관이 개관된 뒤, 내부를 보고도 놀랐지만 야외에 조성된 공원에도 눈길이 갔다. 숫자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면 농업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의 장이기 때문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농사의 사계절에 대해 이야기한 농가월령가

1월부터 12월까지 농사의 사계절에 대해 이야기한 농가월령가



산책을 시작하기 좋은 장소는 정문이다. <농가월령가, 12월령(十二月令)>라고 적힌 팻말이 있는데 먼저 읽어본 다음에 걸어 보자. 농가월령가란? 조선 후기의 문인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월령체(月令體) 장편 가사이다. 달과 절후에 따른 농가의 일과 풍속에 관한 노래다. 

농가에서 해야 할 일과 세시풍속을 이야기하는데 박물관 속 공원에서 1월부터 12월까지 사계절을 돌아볼 수 있다. 이 계절 8월의 농사 얘기가 궁금한 마음에 '8월령'을 찾아 걸어보기로 했다. 오늘의 목적지가 정해진 셈이다. 안내 팻말이 곳곳에 있어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벼 이삭의 모습이 저마다 다르고 각각 안내문이 있어서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벼 이삭의 모습이 저마다 다르고 각각 안내문이 있어서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갖가지 벼가 종류대로 심어져 있다. 멀리서 봤을 때는 하나의 논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저마다 다르다. 마트처럼 이것저것 다 있는 사실이 재미나기도 하다. 보통 쌀을 사러 가면 다 포장되어서 비슷비슷할 줄 알았는데 생김새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이삭에 다닥다닥 낟알이 붙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 '오백조', 붉은 잎을 가진 '붉은 차나락', '까투리의 깃털 색깔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 '까투리찰' 등 명칭의 유래까지 적혀 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벼 이삭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ASMR처럼 어쩐지 힐링이 되는 소리였다.
 

논과 밭을 거닐며 계절의 흐름과 우리집 밥상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다.

논과 밭을 거닐며 계절의 흐름과 우리집 밥상의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하다.


논을 지나가면 밭이 나온다. 밭에 있는 벼의 이름은 '밭벼'라고 한다고. 밭에 가니 익숙한 이름들이 반갑다. 방풍, 들깨, 두릅나무 등 이름만 들었을 땐 모르겠더니 모두 한자리에 있으니까 뭐가 다른지 알 것 같다.

콩도 그렇다.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데 껍질이 까맣고 동그란 것이 쥐의 눈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쥐눈이콩', 콩 꼬투리가 부채 같다고 하여 '부채콩', 생김새가 아주까리 종자와 유사하여 붙여진 '아주까리콩',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그 맛에 반해 더 먹고 가야지를 반복하다 그곳에 눌러앉게 되었다는 '선비잡이콩' 콩도 아주 재미난다. 선조들의 지혜와 유머감각에 놀라게 되였달까. 

콩의 파종 시기는 모두 6월이고 수확하는 시기는 10월이라고 적혀있다. 그때 즈음에 다시 와서 열매까지 봐야겠다고, 다음 산책 계획을 세워본다. 쥐눈이콩의 경우 크기가 작긴 하지만 꽃분홍 빛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은은하니 자꾸만 눈길이 간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 잠시 원두막에서 낭만을 느끼는 시간!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 잠시 원두막에서 낭만을 느끼는 시간!



옥수수도 다 같은 옥수수가 아니다. 찰옥수수, 매옥수수, 붉은 쥐 이빨 옥수수, 노랑이쥐 이빨 옥수수 등 다양하기도 하다. 옥수수는 수확 시기를 지나서 열매는 없는 상태였다. 그 밖에도 조롱박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 샛노란 빛깔의 호박꽃, 브로치처럼 어여쁜 백일홍, 초록빛 댑싸리 등 농막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듯한다. 

여주, 대파, 진한 토마토, 가지, 바질 등 열매가 한가득이다.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 아이와 왔을 때도 같이 읽어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을 마치고 나갈 즈음, 관광버스에서 유치원생 아이들이 내리는 걸 보았다. 농촌 생활과 대자연을 체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겠다.

논, 밭, 돌담, 해바라기 꽃길 등 볼거리가 많아서 눈이 즐거운 산책길이다.

논, 밭, 돌담, 해바라기 꽃길 등 볼거리가 많아서 눈이 즐거운 산책길이다.



익숙한 밭을 지나면 마치 제주도에 온 듯 돌담이 펼쳐진다. 코너마다 심어놓은 해바라기 꽃밭과 마주하다. 전부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해바라기를 보니 어쩐지 웃음이 나기도!  비가 와서 날이 흐린 탓에 해가 보이지 않았는데 술래잡기하듯 해가 어디 있는지 마침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덕을 지나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8월령'에 도착했다. 

월령을 표시한 곳마다 바닥에 농가월령가의 문구가 적혀 있다.

월령을 표시한 곳마다 바닥에 농가월령가의 가사가 적혀 있다.



오는 동안에도 몇 번 만났던 안내 표지에는 매월 이 시기에는 어떤 농사일을 하는지 적혀있었다. 일 년 농사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1월부터 지금의 8월까지! 올해도 벌써 8월이 끝나가고 있다. '시간이란 쏘아놓은 화살과도 같다'라는 말이 있던데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버렸는지 매번 놀랍다. 8월은 백곡의 무르익음과 수확, 중추절을 위한 장 흥정 등을 하는 시기, 8월령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8월령>

팔월이라 중추(仲秋) 되니 백로(白露) 추분(秋分) 절기로다.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을 성실(成實)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 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功生)한다.
백곡이 이삭 패고 여물 들여 고개 숙여 서풍에 익은 빛은 황운(黃雲)이 일어난다. 

올해 남은 농가 일은 무엇이 있을까? 9월은 늦어지는 가을 추수의 이모저모, 10월은 무 배추 수확과 겨울 준비, 11월은 메주 쑤기와 동지의 풍속, 12월은 새해 준비 및 마무리를 한다. 한 해의 할 일을 미리미리 계획해 놓은 선조들의 지혜! 그동안 24절기를 보면서도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12월 령을 읽으며 남은 올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올해 남은 네 달의 시간, 중간 점검을 통해 할 일을 정리해야겠다.

사색에 잠기기 좋은 산책로에서 가벼워진 가을의 공기를 느끼다.


8월과 9월령이 있는 언덕 자리는 박물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에 올라 한눈에 내려다 보는 풍경도 참 좋다. 다가올 가을철 세시 풍속에는 ▲칠석(음력 7월 7일) ▲백중(음력 7월 15일) ▲멍에놀날(음력 7월 20일) ▲추석(음력 8월 15일)이 있다. 이 시기에 맞춰서 놀러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에 성큼 다가서 있으리라.


<국립농업박물관 안내>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인로 154 국립농업박물관  
화 ~ 일 10:00 - 18:00
* 입장 마감은 폐관 1시간 전까지  
정기휴무 (매주 월요일)
문의 : 031-324-9114
홈페이지 : http://www.namu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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