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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
하얀 눈꽃 같은 산 숲길 걸어가 봐요
2015-05-21 06:40:17최종 업데이트 : 2015-05-21 06:40:17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_1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_1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잘 알려진 우리의 동요 '과수원 길' 의 첫 대목이다. 아마 이 노랫말에서 비롯하여 '아카시아'라는 말이 '아까시'보다 더 친숙하게 지금도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카시아'는 잘 못 된 표현이라며 '아까시'가 바른 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나도 전에 고향에서 그렇게 '아까시나무'와 '아까시꽃'으로 부르며 살아왔다. 그리고 아까시 씨앗을 채취하여 '사방관리소'에 품삯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납품을 하였으며, 사방사업 하는데 그 씨를 뿌려 산림녹화사업에 일조하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고 하는 우리의 속담처럼 당시에는 헐벗은 민둥산을 푸르게 빠르게 만드는 데는 아까시만한 효자나무도 없었을 것이다. 땅속으로 그물을 치듯 잘 뻗어나가고 우후죽순처럼 쑥쑥 잘 자라주었다. 
씨앗 또한 바람에 멀리까지 날아가 번식력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장마철 홍수의 피해를 막고, 땔감이 귀하던 시절 겨울철이면 가시가 무서워 가죽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베어다 때면 화력이 좋은 나무였다. 그렇게 베어낸 자리에는 다음해 봄이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성하게 잘 자라 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비료 또한 구경하기도 힘든 시절이었으며, 잎을 채취하여 농작물의 거름이나 가축의 사료로 요긴하게 쓰였으니 '꿩 먹고 알 먹고'가 되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산들이 간벌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푸르게 울창한 숲으로 잘 조성되었고, 아까시나무는 조상님들 산소에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다른 나무들의 성장을 막는 다고 하여 위해수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토사구팽'당하고 있다 할까. 오죽하면 '근사미'라고 하는 나무의 뿌리부터 고사시키는 농약의 이름이 아까시잡는 농약으로 불리어지기까지 하였을까.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_2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_2

그러나 이곳 광교산에도 오래된 키 큰 아까시 나무가 곳곳마다 군락을 이루며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아까시꽃은 벌을 불러와 꿀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향기는 고혹하기 이를 데 없고,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5-6월 한철 꿀맛보다 아까시 향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인기는 높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20일, 나는 광교저수가 있는 '반딧불이화장실'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초입에 들 때부터 코를 찌르는 비명과 함께 주변은 온통 아까시 꽃 숲을 이루며 장관을 이루었다. 평소 같았으면 계단을 오르기가 제법 힘들기도 하였지만, 꽃향기에 취해 전혀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러나 꽃은 아직 만개가 아닌 듯 약간은 푸른빛이 감도는 가운데 바람에 눈꽃송이처럼 떨어져 날리고 있었다. 그 눈부심 속 향기와 함께 벌을 불러와 꿀을 만들어주어야 할 꽃들이 아니겠는가. 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_3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_3

차라리 향기나 없었더라면 무심코 '즈려밟고' 걸었을지도 몰랐다. 떨어진 꽃잎들을 들여다보며 주워 들고 향기를 맡아보기도 하였다. 미쳐 다 피우지도 못한 채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을까. 백골이 진토 되어 마지막 순간까지 그 향기 세상을 풍미하며 떠나가는 충 절한 모습은 장엄하였다. 고개를 들어 아까시푸른 숲 하늘 사이로 뽀얗게 남아있는 꽃들을 보고 땅을 보고, 떨어진 꽃잎을 다시 주어 코를 흠흠 거리기도 하였다. 

아까시꽃은 꿀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뇨작용을 좋게 하고, 어린이 중이염에도 좋은 약용으로도 쓰인다고 하며 요즘에는 설탕에 절여 효소의 엑기스를 만든다고도 한다. 전에 배가 고팠던 시절에는 하얀 쌀밥을 연상하며 '아까시꽃'을 따먹기도 했다. 학교 갔다 오던 산길에서 배가 너무 고파 많이 따먹은 탓에 배탈이 나기도 했다. 
이런저런 추억들을 떠올리기도 하며 걷는 광교산길, 날씨는 또 얼마나 맑고 청아한지 몰랐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아까시꽃잎 날리는 산 숲은 그냥 걷기만 하여도 희열이 일며 살이 찔 것만 같았다.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_4
아까시 꽃향기 가득한 광교산의 힐링_4

산 숲이 주는 힐링이라는 것이 아마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산문을 내려오니 광교공원 숲속에서는 행사가 있는 듯 확성기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궁금한 마음에 찾아가 보았다. 어느 회사에서 직원들이 평일인데도 광교산 산행을 마치고 모인 자리였다. 앞의 단상에는 선물더미가 쌓인 가운데 행운권추첨을 하는가 하면, 광교산을 다녀온 소감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토요일도 일요일도 아닌 평일에 회사 공무의 일환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사장님께 감사한다 하였고, 우리 수원에 이처럼 힐 링에 좋은 광교산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또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 일에도 오늘의 이 기분을 살려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하는 요지의 소감들을 발표하였다. 
단상에 걸린 현수막에는 '00회사 드림 힐링 포유'가 쓰여 있었고, 공원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아까시 꽃향기가 코끝을 물들여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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