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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벽화마을이 들썩들썩..골목난장 열리다
2015-05-22 09:58:07최종 업데이트 : 2015-05-22 09:58:0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골목이 수상하다. 전 붙이는 냄새가 솔솔 흘러나오는가싶더니 시큼한 막걸리 향기도 은근하게 코끝을 찌른다. 쿵짝 쿵짝 음악소리도 곁들여져 나온다. 지나가는 이들이 귀를 쫑긋 세우다가 이내 골목길로 발길을 옮긴다. 평소라면 조용했을 골목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행궁동 벽화마을이 들썩들썩..골목난장 열리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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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축제 '함께' 누리는 것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수원의 명소로 떠오른 행궁동 벽화마을 골목길 이야기다. 21일 초저녁 대안공간 눈 갤러리 진입로는 인파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5살 꼬맹이부터 머리가 허연 어르신까지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어느덧 7회째, '삼일상고 가족과 함께하는 들썩들썩 골목난장' 축제를 함께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나 저기 북수동경로당에 다니는데 초대받아서 친구랑 왔지. 우릴 위해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준비해주고, 신나는 노래도 들려주고 감사하지 뭐"
대안공간 눈 인근에 있는 삼일상고 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들이 함께 해마다 즐거운 골목길 풍경을 만들어가는 축제에 인근 경로당 어르신들도 모셨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와 국악, 가요와 풍물 퍼포먼스 등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음악이 연이어 나오자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골목을 타고 쩌렁쩌렁하다. 소박하지만 정성을 들여 만든 맛깔난 음식이 손주 같은 학생들의 손에 의해 분주히 옮겨진다. 이른바 삼대(三代)가 즐기는 행복한 풍경이다.

행궁동 벽화마을이 들썩들썩..골목난장 열리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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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벽화마을이 들썩들썩..골목난장 열리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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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더 즐겁다?

'들썩들썩 골목난장' 풍경이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푸근한 추억이 어린 골목의 풍경은 먼 옛날의 일처럼 생각되는 시대에 다시금 활기찬 골목길을 되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재잘재잘 아이들의 소리도 들리고, 음식 냄새도 풍기는, 그런 사랑이 흐르는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거다. 
수원시교육지원청, 행궁동 주민센터, 팔달구 행정팀, 대안공간 눈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셨다. 특히 박종찬 수석교사 등 선생님의 지도아래 학생들은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갤러리 '대안공간 눈' 앞이다. 예전에 있던 담장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작은 무대가 생겼다. 무성한 담쟁이덩굴이 무대 양편으로 축축 늘어져서 특별한 무대장치도 필요 없이 근사한 야외무대가 되었다. 오후 5시가 지날 무렵 리허설이 끝나고 드디어 축제의 막이 올랐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미 가열된 열기, 학생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눈치다.

오늘만큼은 다함께 골목이 들썩들썩 하도록 놀아보자고 작정한 것일까. 자녀의 교복을 입고 무대에 선 엄마들의 '반란'이 장난이 아니다. 영화 'Sunny'를 통해 알려진 '써니 춤'을 아주 익살스럽게 표출한다. 학생들도 이에 질세라 다소 격한 군무(群舞)와 노래로 화답한다. 사회를 본 남녀학생은 연신 재밌는 멘트를 날리며 열기를 후끈 달군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대도 골목길 객석도 하나 되어 소리 지르고 박수 치고 야단이 났다. 

마을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지금이야 행궁동벽화마을로 불리지만 사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감싸고 있는 12개의 마을의 하나인 법정동 '북수동'이다. 원도심인 셈이다. 문화재보호법 때문에 7~8년 전만하더라도 엄청  낙후되고 음침한 느낌마저 드는 동네였다. 한낮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외진 마을이었다.

그랬던 그곳이 활기 넘치는 벽화마을로 탄생되기까지의 일등공신은 갤러리 '대안공간 눈(대표 김정집)'이다. 허름했던 한옥이 재생을 통해 갤러리로 변신하고, 곧이어 좋은 마을만들기를 위한 수원형 마을만들기가 접목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헌신과 배려로 발 벗고 나선 동네 사람들과 함께 담장에 그림이 그려지고, 자투리 화단과 설치미술도 곳곳에 조성되면서 아름다운 동네가 되었다. 시즌별로 외국 유명 화가들도 참여해 격조를 높였다. 마을사람들과 함께 행궁동의 변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마을공동체 회복, 어렵지 않아

'삼일상고 가족과 함께하는 들썩들썩 골목난장'은 흡사 시골 마을의 잔칫날 같았다. 남녀노소 모두, 옆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목젖이 보이도록 소리 지르고 어깨를 들썩였다. 새삼 느꼈다. 마을 공동체 회복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기심을 버리고 이웃과 함께 하다보면 절로 이웃사촌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행궁동 벽화마을이 들썩들썩..골목난장 열리다_4
행궁동 벽화마을이 들썩들썩..골목난장 열리다_4

축제 시작 전 행궁동 벽화마을을 천천히 거닐었다. '대안공간 눈'외에 지난해 새롭게 탄생된'예술 공간 봄' 전시장도 둘러보고, 뒷뜰도 거닐었다. 오래간만에 '사랑하다' 길과 금보여인숙 앞길도 탐미했다. 모두가 사람 살아가는 삶의 터전, 살아있는 길이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다 문득 이곳에서, 그간 잃어버리고 산 것은 없는지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진 후 골목길로 들어섰다. 사랑이 흐르는 행궁동 벽화 길로.
* 삼일상고 115년의 역사를 맞이해 '삼일115년史전'이 이곳 '대안공간 눈' 갤러리에서 특별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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