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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시장에서 만난 수타 짜장면, 끝내줘요
감기로 입맛 잃고 중국집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해
2015-02-25 09:38:17최종 업데이트 : 2015-02-25 09:38:17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설, 전서부터 혀에 열이 나며 콧물 기침과 함께 감기가 극성을 부렸다. 병원을 몇 차례 다녀오기도 했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며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입맛까지 잃게 되어 외출을 했다가 점심시간이면 맛있는 음식점이 없을까 하고 찾아가 보아도 제 맛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은 얼큰한 짬뽕 한 그릇이 생각나며 중국집 간판이 눈앞에 그려져 오는 것 아닌가. 그것도 해물짬뽕으로 말이다. 화서문을 빠져나와 두리번거리며 찻길을 따라 걸어보았다. '화서문지구대' 앞 삼거리를 건너 얼마나 걸어서 내려왔을까. 그러나 어디에도 중국집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화서시장'입구가 건너편으로 보이고, 그곳 횡단보도를 건넜다. 시장 안이나 그곳 주변에 보면 설마 어딘가는 없으랴, 하는 마음에 찾던 중 빨간 간판의 음식점 하나가 보였다. 중국집 같기도 하여 찾아들어가니 어두컴컴한 곳으로 올라가며 아니다싶었다. 다시 발길을 되돌려 나간 그 시장입구골목길, 나는 '수타 짜장면' 간판이 붙은 그 집을 못 본채 자칫 놓칠 뻔한 것이 아니었는가. 

화서시장에서 만난 수타 짜장면, 끝내줘요_1
화서시장에서 만난 수타 짜장면, 끝내줘요_1

마침, 유리창 안에서는 주방장의 수타면 빼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거야말로 행운을 만난 것 같았다. 홀은 넓지 않아 십 여 명 남짓한 손님들로 자리를 메운 가운데 머뭇거리고 있자, 주인은 안쪽으로 들어가라며 나를 안내해 주었다. 옆문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니 넓은 홀이 또 있었다. 여느 중국음식점과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주방장이 직접 손으로 즉석에서 면발을 뺀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대개가 '수타면'이라고 하여 간판만 믿고 들어가 보면 이름만 그럴 뿐, 기계면인 것을 생각하면 이곳이야말로 시간을 되돌려 추억 속에 빠져들고도 남을 것 같았다. 

홀의 벽에는 몇 년 전 'kbs여섯시 내 고향'에도 소개된 기념사진이 마치 훈장처럼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진정한 수타면이 사라져가고 있는 이때에 우리의 옛 방식을 고수하며 손님들에게 추억의 기쁨과 맛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는 것은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서시장에서 만난 수타 짜장면, 끝내줘요_2
화서시장에서 만난 수타 짜장면, 끝내줘요_2

옆 테이블에는 엄마와 함께 온 꼬마들이 짜장면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엄마는 이 동네 근처에 산다며 아이들이 짜장면을 좋아하여 자주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들 가운데는 노인 일행 몇 분이 있어 수타면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다. 요즘은 손으로 여기처럼 면발을 직접 빼는 집이 거의 없다며, 친구들과 만나 일부러 찾아왔다며 맛있게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면발이 부드럽고 질기지도 않은 것이 뚝뚝한 기계면발과는 확연히 달랐다. 입맛도 떨어지고 없는 터라 나는 짬뽕을 주문했던 것이다. 마침, 바라던 해물짬뽕이 나왔다. 얼큰한 국물에 속을 풀어가며 실로, 수타면을 만나기란 얼마만인지 몰랐다. 입안에서 맴돌기만 하던 밥 대신에 수타면 짬뽕은 후루룩 술술 그렇게 잘 넘어가고 있었다. 

화서시장에서 만난 수타 짜장면, 끝내줘요_3
화서시장에서 만난 수타 짜장면, 끝내줘요_3

가격 또한 우리 동네 중국집보다는 저렴하여 5천 원이었다. 이곳에서 수타면으로 승부를 건지는 올해로 14년째가 된다고 했다. 쉴 새 없이 면발을 뽑아내는 주방장의 손길을 따라 주방 안에서는 서너 명의 직원들이 매달렸고,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직원들은 제각각 들락거리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누가보아도 불경기를 모르는 신바람 나는 집이었다. 

소문도 듣지 못했고 우연한 발길을 따라 알게 된 곳이었다. 수타짜장면에 대한 추억이 그립다거나, 요즘 중국집의 기계면 맛과 그 차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 쯤 찾아가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동가홍상'이라는 말처럼 나는 이왕이면 밖에 나왔을 때 기회가 된다면 자주 찾아가고 싶다. 

오직 하나, 저렴한 가격과 수타면으로 승부를 건다는 그곳 사장님의 말이 귓전에 맴돌며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다. 화서시장뿐만 아니라 수원을 대표하는 서민들의 추억 속의 맛 집으로 그 명성과 함께 오래 오래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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