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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
2015-03-12 14:49:23최종 업데이트 : 2015-03-12 14:49:2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지난해 12월 초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한 이후 틈만 나면 걷기에 열중이다. 그런데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집을 나서기 전 주된 테마 한 가지 정하기다.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기록한다고나 할까. 재밌는 골목길 걷기, 생태환경 공원 걷기, 번잡한 도심 대로변 탐색하기, 우리 동네 간판 기록하기 등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한 일이지만 깊이 있게 관찰하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깨알 재미가 있다.

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_1
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_1

오늘은 나의 생활영역 안에 있는 조원시장으로 나선다. 조원(棗園), 대추 조(棗)자에 동산 원(園)이니 예로부터 이 지역에 대추나무가 무성했을 테다. 그러니 대추골, 대추동이, 조원말(마을)이란 마을의 이름이 탄생됐을 터이다. 지금은 도시화로 인해 대추나무 군락은 보기 힘들어 졌지만 뜻이 맞는 이웃들이 손잡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동산에 대추나무도 심고, 훈훈한 인정을 나누는 대추동이 도서관과 시장 안에 놀이터를 조성하는 등 공동체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딸기 한 팩에 2천500원! 오늘만 염가판매합니다."
편안한 차림새로 나선 가운데 시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딸기향이다. 주머니엔 딱 1만원! 일단 한 팩만 산다. 거스름돈을 쥐고 채소 가득한 상가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3월 12일 계절상 정확히 봄이다. 그러나 체감 온도는 한겨울이라 오리털 파커 차림새로 들어섰는데...시장에 오니 진짜로 봄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시장을 한번 쫙 흩어본다. 봄나물이 지천으로 깔렸다. 먹어보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상큼하다. '역시 시장에 와야 계절별 채소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군!'
참기름 서 너 방울 똑 떨어트리고 간장으로 버무릴 달래 한 다발 사고, 초고추장에 찍어먹을 곰피 한 봉지와 계절 쌈 모음, 그리고 여린 가지를 산다. 계산하고 나니 2천원 남았다.

완전히 시골 장 풍경은 아니지만 20여년의 세월을 마을사람들과 함께한 전통시장인 만큼 나름 구경거리가 많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람구경, 물건구경을 한다. 채소가게에서 나왔으니 특징이 다른 족발가게, 만두가게, 두부가게, 화덕피자가게, 떡집, 반찬 집 등 두루두루 구경한다. 죄다 먹음직스러워 침이 꿀꺽꿀꺽 넘어간다. 외출하기 전 방금 면 한 그릇 뚝딱하고 나왔으면서도 입의 욕망은 어찌 이리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꾹 참고 지나치는데 얼마 못가 구수한 냄새의 빵집이 나를 가로 막는다. 방금 만들어진 듯 보이는 샌드위치가 먹음직스럽다. 주머니 속 2천원을 만지작거리며 쳐다보고 있는데 예쁜 아주머니가 안에서 나를 보곤 튕기듯 나와 맞는다. 
"2천원밖에 없는데요. 이것 얼마예요."
"넵, 잘됐습니다. 딱 2천원인데요."
히이, 1만원 다 썼다. 가짓수가 이렇게 많은데 모두 합해 1만원이라니, 전통시장만의 매력이겠다. 

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_2
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_2
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_3
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_3

단순히 우리네 서민들이 애용하는 동네 시장에 갔을 뿐인데 배부르고 등 따스하다. 시장 본 물건들을 양손에 가득 들고 룰루랄라 시장을 벗어나려는데 저기 뻥튀기 트럭이 보인다. 모양도 색깔도 다른 '뻥튀기'들이 한 가득이다. 돈 없음이 한탄스럽다. 어쩌겠나, 한참을 눈요기에 취해 있다가 발길을 돌린다. 

"어라, 요 벽화타일 정말 재밌네!"
예전엔 집 가기 바빠 보지 못했던 벽화타일이 나의 집과 경계선인 고갯길에 있는데 오늘 처음으로 발견한 듯 꼼꼼히 관찰한다. 대추골 마을의 연혁을 알려주는 타일벽화부터 조원시장의 명물 마돈나 돈가스, 꽃과 나비, 우주, 옛날 시골집 등이 나란히 이웃한다. 뿐만 아니라, 수원이 축구에 이어 야구 도시라는 것을 일러주는 'kt 위즈' 벽화까지 새겨 넣어 자긍심을 갖게 만든다. 수원 여느 마을 벽화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정겹고 사랑스런 벽화타일이다.

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_4
봄내음 물씬 풍기는 조원시장을 걷다_4

디지털 시대라지만 느림의 가치 전통시장은 오늘도 여전히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는 그 자체가 생생한 이야기이기에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마을 시장의 스토리에다가 덤으로 거리에서 발견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집으로 들어선다. 오늘은 어떤 스타일로 기록을 남길까 생각하면서 상위에 좌판을 깔듯 장본 것들을 펼친다. 만원의 행복이 이리 클 줄이야. 봄내음 가득 찰 저녁 밥상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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