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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
이야기가 있는 수원 나들이 코스(3-서장대)
2011-12-05 10:35:41최종 업데이트 : 2011-12-05 10:35:41 작성자 :   e수원뉴스

e수원뉴스는 기획시리즈로 주1회 씩 <이야기가 있는 수원 나들이 코스>를 연재합니다.
이 기획물은 수원의 역사와 문화유적, 자연에 스토리를 가미한 것으로 앞으로 수원관광 콘텐츠로 활용되길 바랍니다.
-e수원뉴스 편집실-

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_1
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_1

화성의 문 하나하나를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장안문은 반듯한 선비, 팔달문은 현명한 상인으로 비유할 수 있다. 서장대를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강직한 장수다. 그만큼 서장대는 군사적 목적이 강한 곳이다. 
팔달산 서장대에 서면 화성행궁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즉, 정조가 머무는 화성행궁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서장대였던 것이다. 그래서 화성 축성 총책임자인 채제공이 방문하여 직접 일꾼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모두 들으시오. 이 서장대는 화성에서 제일 중요한 곳이오. 이곳이 완공되면 전하께옵서 직접 이곳에서 화성 전체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 

즉, 서장대는 국가의 안녕을 책임지는 심장부였다.
그래서 서장대의 터를 닦는 고유제를 지낼 때도 문관 대신 독산산성 전투를 지휘한 심녕장군으로 하여금 고유문을 읽게 했다.

"우러러보면 천 길이나 되는 짐승의 뿔처럼 생긴 게 빙 둘러 훌륭한 정신이 여기 있습니다. 사나운 객귀가 멀리서 보고 혼백이 떨어져 나가니 길이 국가를 호위하는 반석마냥 우뚝 솟아 있습니다. 만약 위세를 논한다면 어느 게 감히 이 서장대와 비교가 되겠습니까? 신령께서 이 기둥을 붙들어 주셔서 천만년 복을 내려 주옵소서."

무관의 힘찬 음성만큼이나 박력 있는 고유문이 울려 퍼진 후 모두들 고유제에 나온 음식과 술을 음복했다. 그런데 그날 쓰인 술은 '단술'이었다. '국가의 안녕을 책임지는 장소인 만큼 절대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부국강병에 관심이 많아 일찍이 신무기를 부지런히 개발했던 정조는 서장대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래서 서장대에 '화성장대(華城將臺)'라는 편액을 직접 써 주었다.  서장대의 군사적 기능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채제공이 직접 지은 상량문에도 드러난다.

"지금 이곳에서 감히 누가 우리를 업신여기겠으며, 조정이 의지하는 바가 어떠하겠으며,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키니 왕궁의 편안함과 위태로움이 여기에 매여 있네."

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_2
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_2

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_3
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_3

그러나 이러한 상량문에 담긴 기원과는 달리 서장대는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무수한 부침을 겪었다. 
우선 1920년, 서장대 전체가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김준혁교수(경희대)의 저서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에 따르면 일제가 인공강우기 실험을 했는데 그 진동이 너무 커서 무너졌다는 것이다. 물론 정조가 쓴 편액도 사라지고 말았다. 일제는 무너진 서장대를 그대로 방치하고 말았다. 그 사이 광복을 맞이하고 한국전쟁을 겪는 등 한반도는 격랑의 현대사를 겪었다. 

그러다가 1979년에 이르러 가까스로 서장대 복원작업을 완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준공 하루 전날 갑작스런 벼락이 내리쳐 서장대 전체가 다 타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수원 시민들은 다시 서장대를 복원했다. 

하지만 15년 후인 1994년 5월 14일, 이번에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일어났다. 서장대는 잿더미가 되었고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서장대를 해체하고 그 해 12월 복원공사를 마무리했다. 이것으로 서장대의 수난은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06년 5월, 다시 화재가 일어났다. 스물네 살의 한 청년이 카드빚을 견디다 못해 술을 마시고 홧김에 서장대에 방화를 한 것이다. 그래도 수원 사람들은 굴하지 않았다. 아예 '화성성역의궤'와 고궁박물관 안에 있는 정조의 '화성장대' 친필을 기본으로 서장대를 원형대로 정확하게 복원했다. 

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_4
전하께서 직접 군사들을 지휘하실 것이오_4

서장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화성행궁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정조는 이곳에 서서 군사들을 직접 지휘했다고 한다. 서장대에 서서 화성행궁을 내려다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그린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 이곳에서 감히 누가 우리를 업신여기겠으며, 조정이 의지하는 바가 어떠하겠으며,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키니 왕궁의 편안함과 위태로움이 여기에 매여 있네."

채제공의 상량문을 떠올려 보며 서장대를 걷다 보면 멀리서 장용영 군사들의 함성소리가, 그들을 지휘하는 정조의 힘찬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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