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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 "음식은 생명이다"
사찰음식, 인스턴트 페스트푸드로 병들어가는 현대인들을 구하자
2014-10-04 10:28:42최종 업데이트 : 2014-10-04 10:28:4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효임
어제 봉녕사에 다녀왔다. 봉녕사에서는 3~4일 제6차 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는 신랑과 함께 봉녕사도 둘러보고 싶었고, 천년의 역사를 지켜온 사찰음식의 전통에 대해서도 궁금해서이다. 

사찰음식이라고 하면 매운 음식 5가지인 오신채를 먹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 다섯 가지 채소 중에 고추가 들어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오신채는 자극이 강하고 향이 많은 파 마늘 달래 부추 그리고 흥거를 말하고 고추는 오신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매운 음식의 대표주자라고 생각했던 고추는 사찰에서 먹어도 되는 음식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파와 마늘을 넣지 않는다면 양념으로 무엇을 넣는다는 말인가. 매번 된장국에 파와 마늘을 넣지 않는다면 맛이 있을까. 사찰음식에 대해서는 궁금한 것도 참 많고 불교 사찰음식에 관한 철학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들이 많다. 오신채는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익혀먹으면 음심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절제와 욕심을 버리는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피해야 할 음식인 것이다. 

현대의 한국사찰에서는 양파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양파도 익혀서 먹으면 단맛이 나고 김치에도 꼭 들어가야 할 양념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 무엇으로 맛을 내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직접 먹어보고 싶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본 일이 없는 절밥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 음식은 생명이다 _1
봉녕사 지견스님 7첩소반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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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 음식은 생명이다 _2
음식은 생명이다 지견스님 7첩소반 식권
 
봉녕사 들어가는 입구는 한산하기만 했는데 일주문을 지나자 주차장에는 차들로 꽉꽉 들어차 있었고 봉녕사에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마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때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이렇게 모여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야단법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야단법석이란 불교용어로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야외에 세운 단을 뜻하는 것이 오늘날 시끄럽고 떠들썩한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된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마다 무엇인가를 동그란 쌀 뻥튀기 과자위에 음식을 받거나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끝없는 줄 무엇을 팔기에 저리도 사람이 많을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았다. 사찰음식 비빔밥 이 천원, 과일꼬치 1천원, 찹쌀 부꾸미 2천원, 두부, 김밥, 주먹밥, 국화빵, 군만두, 뻥튀기, 각종 차, 아이스크림까지 없는게 없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음식을 사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모여서 사찰음식들을 즐기고 있었다. 사찰의 신자들의 판매하는 것들이다. 

뻥튀기 동그란 과자를 그릇삼아 부꾸미며 만두를 올려놓고 먹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릇을 그냥 먹어도 되고 일회용그릇을 쓰지 않아도 되고 일석이조이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회용 그릇이 안 좋은 것은 알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에서 일회용그릇을 쓰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디어를 내서 뻥튀기 과자위에 음식을 놓고 먹는 모습을 보니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음식이 그릇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 음식은 생명이다 _4
뻥튀기위에 놓인 찹쌀 부꾸미와 7첩소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먼저 점심을 먹고 나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지견스님의 김치 맛이다. 지견스님의 7찬 소반 식권을 구입하고 육화당 장독대 옆 공양장소로 향했다. 양파도 파 마늘도 넣지 않은 김치가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여기도 역시나 사람들이 많다.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김치 취나물 가지나물 오이 초절임 전 양배추 샐러드 표고버섯 튀김 잡채 밥 국 등이 배식되고 드디어 자리에 앉아서 맛을 볼 수가 있게 되었다. 

근대를 넣어서 끓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된장국은 시원하고 담백하다. 밥맛은 그냥 보통 밥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쫀득하고 달큰한 맛이 씹을수록 깊게 배어나온다. 김치는 시원하면서도 또 색다른 맛이 나서 자꾸만 손이 간다. 보기에는 소박해보이고 맛없을 것 같은데도 그냥 집에서 만든 음식이랑은 조금은 다른 맛이다. 파나 양파 부추 마늘이 안 들어갔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두툼하게 썰어서 아삭하게 지져낸 가지요리는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그런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표고버섯 튀김은 처음엔 조금 딱딱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씹을수록 고기를 튀긴 것인가 할 만큼 맛이 좋았다. 그야말로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었다. 
신랑도 뜻밖에도 맛있는지 한 번 더 배식을 받아오라고 옆에서 부추긴다. 김치의 아삭하면서도 파 마늘을 넣지 않고도 새콤하고 곰삭은 맛이 나서 자원봉사자에게 뭘 넣어서 만든 것이냐고 물었더니 스님이 만드셔서 비법을 잘 모른다고 한다. 

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 음식은 생명이다 _3
지견스님 7첩소반 배식하는 모습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나오는 길 옆에는 장독대가 있다. 아마도 이 장독대의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간을 하고 맛을 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장독대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장을 담는 것이 일상이었을 텐데 요즘은 장을 담그는 집이 많지 않다. 우리세대 주부는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고 음식을 사다 먹는 것에 익숙해 있다. 오래 걸리는 장 담그기 된장 만들기는 해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시중에서 파는 된장 간장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몸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알고는 있지만 스스로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담그는 일도 쉽지는 않다. 그래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요즘사람들이다. 

이런 식습관은 점점 인스턴트 식품이나 페스트푸드 음식으로 길들여지게 하고 점점 사람들은 병들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 사찰음식대향연에는 이런 우리나라의 사찰음식 뿐만 아니라 총 11개국의 사찰음식이 전시되고 판매되고 있었다. 

더불어 각기 조금씩 다른 각 나라의 사찰음식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북방불교로 발우공양을 태국은 남방불교로 탁발공양을 네팔이나 부탄 티베트는 금강승불교로 사찰음식의 형태와 행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지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육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닌 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양을 취하고 먹는 과정과 남김없이 먹는 다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대적광전에서 들은 태국의 탁발공양에 대한 강의에서 태국에서 오신 스님은 태국에서는 스님이 고기를 먹어도 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데 이것은 탁발에 대한 계율 때문이라고 한다. 탈발공양에 대한 30가지의 계율을 살펴보면 기부를 받기위해 맨발로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줄을 맞추어 동이 틀 무렵 민가로 내려가는데 무엇이든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계율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 한 끼를 적은 양으로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단다. 무엇을 먹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먹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양을 하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수행을 하기 위해 먹는다는 것이 태국 탁발공양의 철학이라 한다. 그리고 태국에서는 하루일상을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다고 한다. 

새삼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불교에 대해 그동안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쩌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사찰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앞으로 사찰음식에 대해 배워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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