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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비움'이다
봉녕사 세계사찰음식 대향연에서 깨닫은 생각 하나
2014-10-05 10:33:46최종 업데이트 : 2014-10-05 10:33: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절집'이라 소리 내어 부르는 순간 마음은 이미 대웅전 마당 앞이다. 그러면서 괜스레 두 손을 합장하곤 머리를 조아리는 상상을 한다. 마음이 앞질러 나간다.
엊그제 연이틀 도심 속 사찰 '봉녕사'에서 세계사찰음식 대향연으로 잠시 소란(?)스러웠다. 세주당 묘엄스님이 주석하셨던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 봉녕사에서 올해로 6회째 축제를 치르면서 절집은 불자이건 아니건 많은 손님들이 몰려 장사진을 쳤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생명존중 사상을 실천하는 절이라는 명성답게 '발우공양'의 미덕을 드높였다. 그리고 여기에, 올해는 다문화음식대전까지 보태져 화해(和解)의 공동체라는 의미를 더하면서 축제의 흥을 고조시켰다. 머리 위 파란 가을하늘아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풍족함으로 물들인 봉녕사의 향기, 번화함 가운데 고즈넉함을 담아봤다.

절집..'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비움'이다_1
절집..'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비움'이다_1

절(寺)로 가는 마음

가을! 아직이다. 이른바 공식적인 가을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자연 속 산사라 바람과 하늘은 추색(秋色)이지만 노랗고 붉게 물들인 적기에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적광전으로 가는 계단 밑 야단(野壇)이 법석(法席)으로 물결을 친다. 형형색색 사람들이 먼저 가을을 물들였다.

고소한 수수부꾸미의 한국적 냄새속에서 향기로운 서양 커피 내음이 대조를 이룬다. 불교의 향기 '조화'를 일컬음이겠다. 
중앙 야단엔 네팔, 부탄, 미얀마, 티베트, 인도, 태국, 베트남 등 다문화음식이 판을 깔고 객을 맞이한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들의 우리말 솜씨가 일품인 가운데 미소와 친절이 갖가지 음식 속에 푹 녹아있다. 배불러도 꿀맛인 이유다. 온갖 먹거리가 진을 친 풍경에 묻혀 온종일 놀아도 지겹지 않을 만큼 정겨운 사람냄새까지 보태져 정말 좋다. 돌아오는 길, 지극정성으로 발효시켜 만들었다는 절집청국장을 샀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역설적이게도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하다니. 웃기지 않은가. 
세상에 별의 별 음식이 넘쳐나면서 거꾸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쌓이다니 말이다. 그 반동 작용으로 '로컬푸드 운동'이 일어나고 자연스레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제철음식으로 재료에 대한 안전성과 신선도를 한껏 표방한 절집 음식레시피는 그렇게 세상 속으로 들어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먹는 음식에 선한 마음씨까지 담고 오감을 자극한다는 절집 밥상. 
밥, 국, 반찬, 국물요리, 다과상, 어린이 간식 등이 청정도량에 차려지니 형언할 수 없는 지극함이다. 

"역시 김치의 절정엔 고추씨가 들어가야 해요."
"여보~ 당신도 이렇게 좀 만들어 줘 봐요."
서양요리법이 아닌 우리네 전통요리법을 따른 사찰음식에 예술적 감각까지 접한 관람객들이 예서제서 탄성을 지르고 입맛을 다신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한다는 절집 밥상이니 그럴 법도 하다고 생각하지만 입에선 나도 모르게 침이 고인다. 게다가 보너스로 세계사찰음식도 차림새에 보태져 눈의 호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몸가짐을 다시금 정리하곤 느리게 한 바퀴 더 돈다. 절집의 향기 가득한 음식을 요리조리 냉정히 살피면서 눈과 마음속에 가득 담는다.

절집..'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비움'이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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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비움'이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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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마음을 올린다

문득 왔다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게 가을이라고 했던가. 절집의 밥상에 배가 불렀으니 이제부턴 절집 마당에서 가을을 찾고 비움과 채움을 배울 차례다. 
음식 대향연이 펼쳐지는 야단법석의 세상과는 달리 대적광전 앞마당은 행복의 조건을 다 담은 큰 그릇,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묘엄스님 입적 전 세상을 보여주는 박물관과 만화로 보는 불교의 세상은 잠시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지만 여타 사찰 공간은 고요함으로 빛난다. 속세 사람들이 생각하는 불교라는 공간, 절대적인 평가처럼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휴식처다. 
자연세계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사찰음식의 본분에 따라 그 의미를 만나러 온 사람들에게 이곳은 최적의 장소다. 모두가 일심(一心), 마음을 모아 부처님께 지극 공양을 올린다.

절집에서 잠시 멈춤을 배우다

절집, 난개발의 속세를 향해 잠시 멈추라고 경고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오래된 미래'에서 가족과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조하고, 자연친화적 세계와 탈세계화를 주장하는 이유와 같다. 상호공존하기 위해선 인간정신 즉, 상호존중 토양에서만이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는 진리로서 돈과 기술의 힘이 아닌 우리의 마음과 자연 그대로의 세상이 힘이 된다는 것이다.

절집..'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비움'이다_4
절집..'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비움'이다_4

우리 모두에게 우리의 과거에 대한 가르침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미래에 대한 가르침을 자연이 말해주고 있다는 것, 바로 절집의 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절집 마당, 순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넌지시 일깨운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곳이 있다면 우리는 그곳으로부터 세상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게사르 왕의 서사시 중에서'
'오래된 미래'의 서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봉녕사에서 새삼 다시금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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