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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둘레길, 이토록 매력 있을 줄이야!
2014-10-07 09:26:27최종 업데이트 : 2014-10-07 09:26:2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광교산 등산로라 하면 으레 경기대학교 입구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출발하는 줄만 알았다. 혹은 문암골 코스나 13번 버스 종점에서 곧바로 시루봉(582m)으로 직행하는 코스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간 알지 못했던 매력적인 코스가 또 있을 줄이야. 지난 일요일 처음으로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광교산 둘레길'을 만났다. 대부분 한 두 사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 좁디좁은 외곽지 탐방로다.

광교산 둘레길, 이토록 매력 있을 줄이야!_1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청년

애초의 결심은 틀어지고

갱년기가 찾아왔는지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땀 좀 푹 흘리자는 요량으로 13번 버스를 타고 무작정 광교산종점까지 갔다. 그런데 어라, 산에 오르기 가장 좋은 청명 가을이라 그런지 내려오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어깨가 마주칠 정도로 빼곡하다. 10여분 쳐다봤을까. 정신이 아찔하다.

이를 어쩐다. 잠시 고민이 앞선다. 쉬엄쉬엄 늘보가 되어 사색도 즐기면서 몸의 기운도 북돋우자는 애초의 결심이 흔들린다. 사람들 발걸음에 치여 오히려 짜증이 더 날 것 같다고나 할까. 
'차라리 봉녕사 생태 코스를 찾아가 볼까? 아니면 가볍게 트레킹 할 도심 속 공원을 찾아가 볼까. 어찌할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동행인이 묻는다. 
"창성사를 지나 수원천발원지 쪽으로 가는 길이 다소 여유롭다. 이쪽으로 가보았는가." 단지 '한적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선지를 틀었다. 

'그래 딱 헬기장까지만!' 그러나...

광교산 둘레길로서 창성사를 지나 통신대헬기장까지만 오르는 것으로 일단 정했다. 초입 사람의 손길이 정성스레 닿은 것인지 텃밭에 실하게 크고 있는 가을배추와 시금치, 상추 등이 마음을 풍성하게 만든다. 자연스레 난 길 역시, 그럭저럭 숨 쉴 만하고 드문드문 오가는 등산객들의 미소도 맑고 투명해 기분이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엄마, 지난봄엔 저기에 개구리 알이 많았었어요. 지금은 안보여요."
부모와 함께 한 꼬맹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길이 간다. '개골~ 개골~ 개구리가 살고 있어요!'란 표어와 함께 개구리 그림이 앙증맞다. 물속에 우수수 잠긴 낙엽 사이로 맑은 개울물이 투명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개구리 알은 보이지 않는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당연하지 가을인데.

개골개골 '개구리'가 산다는 늪지(?)를 지난 후 부터는 지루한 길의 연속이다.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 포장한 시멘트 길에다가 계속 오르막길의 연속이라 재미도 없고 힘만 엄청 든다. 그래도 자연을 찾았으니 좀 더 올라가보자는 오기발동에 최종 목표지를 향해 에너지를 모은다. '딱 헬기장까지만 오르는 거야.'

광교산 둘레길, 이토록 매력 있을 줄이야!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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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물길이 광교저수지다

어느새 종착지, 더 가야지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가다서다 연신 반복 중이다. 포기할까하는 순간, 몸에 딱 달라붙은 슈트를 입은 근육질의 청년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나의 곁을 휙 지나친다. 세상에, 난 걷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는다고 야단인데, 두발로 페달을 돌리면서 경사진 언덕을 쉬지 않고 올라간다.

'저 사람은 괴물'이란 생각을 하며 애써 위로해보지만 자존심이 팍 상한다. 두 바퀴가 이내 시야를 벗어나는가 싶더니 잠시 후 그 괴물청년이 바람을 가르며 쾌속질주로 내려간다. 완전히 LTE급이다. 
'와! 기분 최고겠군.' 
그 열기에 힘입어 씩씩대며 오르니 어느새 통신대헬기장(484m) 정상이다. 한 무리는 야외돗자리 깔고 오수(午睡)에 잠겼고,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가지런히 신발 벗어놓고 사색에 잠겼다. 

숨겨져 있는 보석길일 줄이야

청천(晴天)가을, 티 없는 하늘 아래서 잠시 한적함을 맛본다. 마치 충전이라도 한 듯 힘이 불끈 솟는다. 그러니 여기서 멈춤이란 있을 수 없는 법, 좁디좁은 길을 따라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수원과 의왕의 경계지 한남정맥으로 백운산정상(620m)으로 오르는 길이다. 한 두 사람 겨우 지나칠 수 있는 길목의 연속이고, 간간이 계단이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인적이 드물고 자연그대로의 길이라 트레킹 길로선 으뜸이다.

데크 길이며, 잠시 쉴 수 있는 쉼터며, 발길 닿는 곳마다 작은 기쁨의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백운산정상에서 정점을 찍고, 억새밭을 지나 절터약수터, 그리고 본래의 출발지였던 13번 종점으로 내려오는데... 배려 깊게 정돈된 길이라는 것이 대번 눈에 띈다. 치유의 숲이며 맨발로 걷는 사색의 길, 산책길이 진짜로 희망의 샘 같다. 출발 때와는 달리 기운이 난다.

광교산 둘레길, 이토록 매력 있을 줄이야!_4
광교산 둘레길, 이토록 매력 있을 줄이야!_4

등산화를 신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거리보다도 더 멀리 기분 좋게 완주했다. 초행길 등산로에서 너덜거리던 낡은 외투를 새 옷으로 갈아입고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이리라 결심한다. 산행의 의미이자 미덕일 테다. 
다음주말쯤이면 가을 색으로 물들어 있을라나. 조만간 다시 오르려 한다. 자연으로의 회귀하며, 가을향기 흠뻑 맡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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