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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은 이 시대의 사표입니다
24일, 정조 승하 214주기 기신제 용주사에서 거행
2014-07-25 13:47:29최종 업데이트 : 2014-07-25 13:47:2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전날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아침 햇살과 함께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좀체 그칠 것 같지 않던 장맛비는 는개비로 그리고 다시 안개비로 세를 낮췄다. 급기야 늦은 오후가 되자 그마져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딱 100일째 되던 어제 24일은 공교롭게도 정조대왕 승하 214주기였다. 새수원(화성) 건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개혁군주 정조대왕이 승하하던 날, 476명을 태운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뒤집어 지면서 304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니. 
하늘도 울음 끝에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뜻에서 비를 멈추게 한 것이었으리라.

부국강병의 나라를 꿈꾸던 정조대왕 

정조대왕은 이 시대의 사표입니다_1
정조대왕은 이 시대의 사표입니다_1

1789년 조선22대 정조대왕은 왕위에 오른 지 13년이 되던 해에 그간 자신이 꿈꿔 왔던 국정을 개혁하기에 앞서 커다란 결심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영우원)를 옮기기로 했다. 
비록 사도세자 죽음에 대해 어느 누구도 거론하지 말라는 할아버지 영조의 명령이 있었지만 정조는 왕권강화와 함께 자신감을 얻자 자신의 정통성 부여에서 꼭 필요한 아버지 신원(伸寃)작업을 시작했다.

정조와 당대 뛰어난 학자들이 명당 중에 명당이라 손꼽던 곳이 바로 수원부(현 화성시 융·건릉 지역)의 북쪽 화산이었다. 그리하여 정조는 그곳에 있던 읍치를 현재 수원 팔달산으로 옮기고 사도세자의 묘소를 이장해 현륭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천하명당이라는 설을 증명하듯 그해 수빈 박씨에게서 태기가 있고, 이듬해 왕세자 순조가 태어났다.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얻은 정조는 세자가 15세 되는 갑자년(1804)에 왕위를 물려주고 자신은 어머니 혜경궁과 함께 수원화성에서 상왕으로서 왕을 도와 부국강병의 나라로 육성하겠다는 장기적 비전을 세웠다. 1789년 아버지 묘소를 옮긴 후 왕실의 원찰로서 용주사를 세우고, 1792년 독산성과 함께 2년 후 수원화성을 축성하는 등 정조는 수도 한양과 함께 수원화성의 위치를 동등하게 키워 나갔다.

그러나 1800년 음력 6월28일 정조는 갑작스럽게 승하했다. 그리하여 그의 꿈과 이상은 더 이상 펼칠 순 없었다. 그러나 당대 찬란했던 문화와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왕실의 여러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유교와 불교의 구조를 지니며 왕실의 품격을 지닌 용주사가 그렇고, 수원화성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지 않은가.

정조대왕은 이 시대 우리들의 사표(師表)


오후3시 30분,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효찰대본산 용주사엔 스님들 사이로 속가의 사람들이 속속 보였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화성과 오산, 그리고 수원에서 정조대왕 승하 214주기 기신제 참석을 위해 찾아든 사람들이었다. 

정조대왕은 이 시대의 사표입니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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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은 이 시대의 사표입니다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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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헌화와 헌향으로 시작된 의식은 정조대왕 행장소개에 이어 봉행사, 추모사, 그리고 기신제 의식이 유교식에 이어 불교식으로, 청혼, 헌다례,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봉독 등으로 진행됐다.
봉행사에 나선 정호 큰스님은 "정조대왕은 사회모순 개혁, 적서 차별금지, 평등사회구현 등을 통해 애민정신을 실천하셨다. 또한 군신의 예 못지않게 부모의 효에 대한 가치를 몸소 보여주신 분이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사표(師表)로 삼아야 한다."고 일성했다.

올바른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를 기원


한명숙 전 총리는 "용주사는 처음인데 일제말살 정책으로 끊어졌던 기신제를 8년 전 전통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부활시켰다니 대단히 존경스럽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00일째 날이라 그 의미가 더 깊다. 행사 시작 전 세월호의 아픔을 위무하는 노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듣고 감동받았다. 오늘 이 행사가 전국적으로 더 확산되어 올바른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면서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정조대왕은 이 시대의 사표입니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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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제는 기일에 지내는 제사를 높여 부르는 말로서 조선왕실에서 역대 국왕이나 왕후의 기일에 능에서 지내던 제사를 일컫는다. 
정조대왕의 부친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1790년 창건한 용주사에서 고종 때까지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정조대왕과 효의왕후 김씨의 위패를 모시고 지속적으로 제를 지내오다가 일제 강점기 때 그 맥이 끊어졌다. 
이후 2007년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정조대왕 승하일(1800년 음력 6월 28일)에 맞춰 복원해 이어오고 있다.

한편, 이날 효행합창단이 노래한 '인연',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해탈' 등 추모가(追慕歌)는 많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기신제의 의미를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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