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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주는 지동 벽화마을 '시 골목'
2014-08-10 11:21:52최종 업데이트 : 2014-08-10 11:21:52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흔히 사람들은 "소시적에 문학소년 소녀 아닌 사람들이 어디 있었는가?"하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학창시절 문예반에서 특별활동을 했으며 반대표로, 학교 대표로 백일장에 한두번 참가에 대한 추억은 누구든지 하나씩 다 가지고 있는 어린 날의 기억들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적성이나 성향에 맞는 진로를 정하면서 비전이나 현실 상황에 맞게 적응하고 어느새 꿈은 일상에서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다가 문득 돌부리에 차인 것처럼 정신이 퍼뜩 날 때 있다.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기까지는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순간순간 마음을 파고드는 것까지 막을 길은 없다. 

유년시절의 파라다이스 춘천

여고시절 춘천은 나의 파라다이스 같은 공간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새 학기가 돌아올 때마다 선생님들 들려주는 공지천, 춘천의 명동거리, 그리고 문화방송국이 있는 주변의 공원 풍경까지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강원도 도청소재지 있는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 출신의 선생님들은 저마다의 의미 있는 곳에 대한 풀어냄은 어린 마음에 낭만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곳이었다. 삼척에서 춘천까지 여섯 일곱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를 언감생심 가 본다는 것을 꿈에도 꾸지 못할 먼 거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해에 춘천에 처음 갔었다. 이천에서 친구와 버스를 타고 가는 거리는 여전히 가깝지는 않았다.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의 안내로 춘천을 알아보는데 처음으로 만난 것이 공지천을 끼고 전시한 시화작품들이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부터 일반인들의 작품까지 국화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모습은 그야말로 또 한 폭의 가을 풍경이었다. 그때 한창 사보에 글을 많이 실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더욱 가슴에 와 닿았고 시화 작품은 단지 눈으로 보고 감상하는 이상의 의미였다. 그 뒤로도 가을이 되면 춘천에 친구들과 어울려 젊음이라는 명목아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지동벽화마을 시골목에서 꿈을 다시 찾다

잠깐 잊고 있었던 아련한 기억들이다. 얼마 전 지동 벽화마을 다녀왔다. 현지에 살고 있는 지인의 해설을 따라 골목골목을 누비고 이야기를 들었다. 단지 해설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서는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지역 주민의 입장까지 들을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테마별로 구역이 나눠진 골목골목마다 의미 있고 정감이 넘치고 아름다웠지만 내 발길을 붙잡는 곳은 시 골목이었다. 

꿈을 주는 지동 벽화마을 '시 골목'_1
꿈을 주는 지동 벽화마을 '시 골목'_1

새우깡 

외상값도 받지 못하고 
버스비만 날린 채 
터덜터덜 걸어 돌아가는 길 

주머니 구석을 털어 
새우깡 한 봉지로 
허기진 하루를 땜 한다 

새우야, 너는 좋겠다 
허리가 휘도록 삶이 고달파도 
네 생을 갈아 깡이라도 남아 있으니

윤주은 시인의 '새우깡'이다. 
골목을 누볐던 날은 마침 삼복더위 중의 한 중간이었고 햇볕이 가장 뜨거운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였기 때문에 얼굴을 벌겋게 열기로 변하고 있을 때였다. 
새우 같은 깡이라도 없었더라면 포기하고 주저앉았을 시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깡이 있는 새우를 노래한 새우깡이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주는 지동 벽화마을 '시 골목'_2
꿈을 주는 지동 벽화마을 '시 골목'_2

작년에 조성 된 시 골목은 수원을 대표하는 시인 30여명이 모여 자작시를 직접 써 골목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동에 들어서면 조잘거리는 이야기가 막 들릴 것 같은 풍경을 노래한 시에서부터 아내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어머니에 대한 노래도 있다. 담 벽을 채운 그림도 정감이 가지만 더욱 아름다운 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를 품고 있어 더욱 그러할 것이다. 

30여 년 전 꿈꾸고 그리워했던 유토피아 춘천에 대한 그리움을 지동 벽화마을 시 골목에서 다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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