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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문로데오거리 ‘추억의 박물관’, 참 재밌네!
2014-07-19 11:00:40최종 업데이트 : 2014-07-19 11:00:4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국민학교(초등학교)때부터 유독 만화책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동네 고물상을 지나가다가 누군가 엄청 많은 만화책을 팔았는지 꽤 쌓여 있더라고요. 순간 '우리 집에 가져갔으면 좋겠다'란 생각에 엄마에게 달려가 졸랐지요. 당연히 야단만 맞았지요."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모으기'가 취미였던 이명동(46세)씨 이야기다. 그가 오랜 기간 동안 모은 수집품은 대략 2만 여 점, 중· 장년층들의 향수를 불러오는 어릴 적 추억이 촘촘히 담긴 것들이다. 
어느 날 '함께 공유'해야겠다는 생각 끝에 지난 6월 남문 로데오 거리 영화관 옆에 '추억의 박물관-타임머신'이란 이름으로 공간을 마련하고 개방했다.

수원 남문로데오거리 '추억의 박물관', 참 재밌네!_1
수원 남문로데오거리 '추억의 박물관', 참 재밌네!_1

'엄마 아빠 어릴 적엔 이렇게 놀았지!'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전시했다. 장난감, 학습교재, 문구 외에도 LP판, 영화 포스터 등 옛 생활까지 엿볼 수 있는 추억의 물건들도 빼곡해 한마디로 근현대사가 담겨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중장년 가족 외에도 젊은 연인들의 발걸음도 잦았다. 

그는 골몰했다. 좀 더 많은 것들로 채워나야겠다고.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즐기는 무언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 끝에 '여럿이, 혹은 둘이서' 놀 수 있는 아날로그 미니 게임기들을 공간 한편에 마련했다. 역시나 대박, 주말이면 보통 60~70여명이 들러 놀다간다고 한다.

수원 남문로데오거리 '추억의 박물관', 참 재밌네!_2
수원 남문로데오거리 '추억의 박물관', 참 재밌네!_2

18일 오후 4시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미니 하키 게임기를 조립하고 있었다. "이 게임기가 얼마나 할 것 같아요! 3시간째 조립하고 있는데, 연인들이 이런 종류의 플레이를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입장료를 안 받고 그냥 개방하면 좋겠는데, 전기세며 자릿세를 내야해서...2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어요. 그것이 미안해 에어컨을 빵빵 틀어줘요. 시원한 공간에서 70~80년대 생활상을 엿보고, 또 이런 하키 게임이나 트럼프 게임을 통해 즐거움도 찾을 수도 있으니 좋지 않나요?"

군대 제대 후 본격적으로 수집에 나선 그는 지금도 여전히 인터넷 경매 싸이트를 통해 옛 물건들을 사들인다. 자칭 '쓰레기 수집가'라고 한다. 예전에 고등동에서 살 때 오래된 미닫이며 호빵 통, 전축 등 제법 큰 물건(?)들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살던 곳이 개발지로 묶여 이사를 나오면서 거의 처분해 버렸다. 

"추억의 공간은 서울 인사동을 비롯해 전국에 몇 곳이 있지만 수원에선 제가 처음이에요. 오늘 이런 공간을 조성할줄 알았다면 모두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것이 못내 아쉬워요. 그럼에도 '타임머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재밌기도 하고 희귀해서 그런지 며칠 전엔  인터넷방송 수원사랑뉴스위크에서 취재 오고, 또 골동품 마니아들이 찾아와서 팔 수 없냐고 타진해오기도 해요. 하하." 

마징가 제트, 드래곤 볼, 아톰 등 크고 작은 로봇과 수백 종의 장난감들과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소꿉놀이와 인형 등이 지천이고, 옛 향수를 불러오는 가수 김범룡과 소방차, 쓰리랑 부부 등 당대를 대표했던 대중예술가들의 음반 디스크 커버들과 수많은 명화 포스터, 교육목적 명찰 등 중· 장년층의 눈을 사로잡는 것들도 무진장 많다.

"한번은 멋진 차림새의 노부부가 들어오셨어요. 그분들이 한참을 둘러보더니 '자신들도 50~60년대 물건들을 꽤 가지고 있는데, 노하우 좀 전해 달라'고 하는 겁니다. 전 단호히 '노우!'라고 말했어요. 현재 우리나이 때 엄마 아빠들이 거친 옛 이야기라야 통하는 겁니다. 소방차라는 그룹가수도 모르는 이가 많은데, 너무 오래된 것들은 진짜 박물관에 전시해야 되는 것이죠. 저처럼 대중성에 바탕을 두고 아이와 함께 온가족이 보고, 즐기고, 공감하기에는 힘들다는 생각이었죠."

아주 오래전에 먹었던 이른바 불량식품들을 둘러보면서 30여 년 전 국민학교 정문 앞에 있던 '하꼬방 점포'를 떠올렸다. 비록 그다지 넓지는 않았지만 그곳엔 만화책도 있었고, 뽑기와 아이들을 유혹할 만한 먹거리들이 깔려 있었다. 이런 추억들을 담은 물건들이 타임머신에서 내려와 선반위에, 진열장 안과 밖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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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의 취미가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박수를 보낸다. 설령 그것이 직업으로 자리매김했을 지라도 말이다. 단지 그것들은 오래된 물건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이 내포한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뜨겁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요즘 대세가 골목길 투어이다. 좁고 어둡고 부정적인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그곳엔 우리들의 민낯, 옛 추억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곳을 벗어날 즈음 꼬맹이들과 함께 엄마 아빠가 지나치고 있었다.
"엄마, 저기 위 좀 보세요. 스파이더 맨이 공격하려고 해요!" 5살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목을 쳐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 '추억의 박물관-타임머신'은 월요일은 쉽니다. 
개장: 오전11~ 오후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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