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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루앞에서 만난 장용영 후예무사들
무예24기 공연을 관람하다
2014-07-18 08:10:41최종 업데이트 : 2014-07-18 08:10:4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잠시 후 무예24기 시연 중, 첫 번째로 활쏘기시연이 있겠습니다." 
화성행궁광장 신풍루앞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이다. 무예24기 시범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는 매일 11시와 오후3시에 무예24기 시범단원들의 시범이 열리고 있다. 무예24기는 조선시대 군사무예교범인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가지의 무예를 말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각종 외침을 겪었던 조선이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 삼국의 무예들중 정수만을 집대성한 실전무예다. 정조 때 화성에 주둔했던 장용영 외영군사들이 익혔던 24가지 실전무예다. 

신풍루앞에서 만난 장용영 후예무사들_1
짚단 베기 시연 중인 최형국 수석단원.
 
밤부터는 장마 비가 쏟아질 예정이라는 일기예보로 인해 혹시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도착한 화성행궁의 날씨는 뜨거운 햇빛대신 적당한 구름으로 시연을 관람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오전 11시, 화려한 옷차림의 시연단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장교복장인 '철릭'을 입은 시연단은 시연에서 선보일 병장기들을 각자 들고 멋진 모습으로 공연장을 한 바퀴 돌며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무예24기중, 첫 번째로 관객들에게 선보일 무예는 활쏘기시연이다. 활을 든 몇 명의 무사들이 일렬로 관람객을 향해 선다. 순간 시연을 관람하던 관중들이 적군인 듯 착각에 빠져들며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나보다. 시범단원들이 차례로 뒤돌아서면서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슈슉~ 날렵한 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다. 날아가는 화살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한다. 

이어서 계속 다른 무예시범이 이어진다. 
24기중에는 '낭선'이라는 병기가 있다. 대나무로 만든 병기로 긴 대나무 끝에 잔가지들을 매달아놓고 그 끝에 독을 묻힌 칼날을 달아놓았다. 
무예24기는 무시무시한 무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소박한 무기가 있어 정감이 느껴진다. 방패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흔히 보던 방패가 아니다. 
등나무로 만든 방패로 이름은 '등패'라고 한다. 나무로 만든 방패가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의아해한다. 하지만 '등패'는 조총과 화살을 막아내기도 했을 정도로 방패로서의 기능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한다. 

다음에 시연되는 무예는 검을 이용한 예도와 왜검이다. 
먼저 예도를 선보인다. 검을 잡은 무사의 몸놀림이 춤을 추는 듯 우아하다. 이어지는 왜검은 일본에서 유래된 검법으로 일본검법의 장점만을 수용한 검술이라고 한다. 

무예24기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병기는 바로 월도이다. 초승달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월도는 위력이 크고 동선이 넓어 '참마도'로 불린다고 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운장이 사용한 검이 바로 이 월도의 한 형태라고 한다. 

무예24기 시연의 마지막 순서로는 베기 시연이 이어진다. 다양한 무기들을 이용하여 짚단과 대나무 베기를 선보인다. 짚단은 살을 베는 느낌이고 대나무는 뼈를 베는 느낌이라서 무사들의 수련에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한다. 
순식간에 짚단이 베어지고 잘린 대나무토막이 허공을 가르면서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시대를 건너뛰어 조선시대로 내가 들어간 듯 착각을 일으킨다. 

무예24기의 모든 시연이 끝나고 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되었던 안전선이 철수되면서 시연단원들과의 포토타임이 주어진다. 관람객들도 모두 돌아간 후, 무예24기 시범단의 수석단원인 최형국씨를 만났다. 

신풍루앞에서 만난 장용영 후예무사들_2
최형국 박사.
 
최형국씨는 무예24기 시범단의 수석단원으로 문학박사이며 국방일보를 비롯한 여러 곳에 무예사와 전쟁사에 관한 논문과 학술자료들을 발표하기도 하는 분이다. 
이번 시연에서는 쌍검시연을 아주 멋지게 해 주신 분이다. 실제 병기를 가지고 단원들끼리 직접 대련을 하다보면 부상의 위험도 항상 따른다고 한다. 
오랜 기간 무예로 단련된 단원들이지만 워낙 강도 높은 무술시연과 연습으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을 늘 달고 있단다. 그럼에도 무예24기 단원들은 장용영의 후예라는 자부심으로 모든 위험과 열악한 조건을 견뎌낸다고 한다. 

현재 무예24기 전수관을 운영하면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최형국 박사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다. 
자신의 일터인 화성, 그곳에 생활터전을 옮겨오는 것이다. 성안에 입성하여 정조대왕의 숨결을 느끼면서 생활하고 싶은 소망으로 주거지를 알아보고 있으나 여의치가 않아 마음고생이 심한 요즘이다. 

신풍루앞에서 만난 장용영 후예무사들_4
공연후 시범단과 함께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사진/e수원뉴스 편집실 제공)
 
관람객에게는 감탄과 경이로움으로 그저 한두 번 보고 지나가는 공연이지만 이들 무예24기 단원들에게 무예24기와 화성은 그들의 삶 자체인 것이다. 
이들이 있어 수원화성이 더욱 빛나며 실질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휴일이나 봄, 가을에는 관람객들로 인해 또 하나의 성이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무예24기를 보기위해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역사로만 배운 우리 것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귀한 공간이 바로 이곳 화성행궁이다. 
말을 타고 하는 무예시범은 여건상 매일 하는 상설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는데 특별공연 때는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고 한다. 
8월에 있을 예정인 특별공연에서는 넓은 연무대를 마음껏 질주하는 말과 함께 마상무예도 감상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의 자랑이자 긍지인 화성, 그곳에서 화성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자신을 병기로 다듬는 무예24기 단원들의 수고로 멋진 공연을 관람하는 행운을 누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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