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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수원화성 답사
2017-10-10 08:54:49최종 업데이트 : 2017-10-10 11:46:43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천고마비지절이다. 산하의 옷 색깔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낮에는 조금 덥지만 바야흐로 가을의 한 복판에 서있다. 수원화성 서북각루 밖 억새 숲은 나날이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어디든 답사하기 좋은 계절이다. 수원화성을 답사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수원화성 답사에 나서보자.

수원화성은 성 안쪽으로 백 바퀴, 성 밖으로 백 바퀴는 돌아야 온전히 눈과 가슴에 들어온다고 한다. 어디든 답사를 자주 가다보면 보는 눈이 생기고 처음에 안보이던 것이 보이게 마련이다. 이런 단계를 밟아 올라가다보면 답사의 묘미도 생긴다. 답사 초보자와는 차원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수원화성을 몇 바퀴 돌다보면 성벽과 성곽 건축물만 눈에 들어온다. 몇 바퀴 더 돌다보면 스토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수원화성 동일포루, 창룡위 중부 위치표석

수원화성 동일포루, 창룡위 중부 위치표석


수원화성 창룡문

수원화성 창룡문


수원화성은 축성 후 장용외영 군사가 성을 지켰다. 수원화성을 네 구역으로 나눠 지켰는데 팔달문 주변은 팔달위가, 창룡문 주변은 창룡위가, 장안문 주변은 장안위가, 화서문 주변은 화서위 군사들이 경계근무를 섰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봉돈 북쪽 제5첩이 전면이고 북포루 동쪽 제1첩이 후면이다. 전면에서는 팔달위와 창룡위 군사들이 마주보는 형국이었고 팔달위 뒤에는 화서위가, 창룡위 뒤에는 장안위 군사들이 지켰고 후면에서는 화서위와 장안위 군사들이 서로 등을 대고 있는 형세였다.

수원화성을 답사하다보면 네 구역을 깃발 색으로 구분해 놓았다. 팔달위 구역은 남쪽을 상징하는 붉은색 깃발, 창룡위 구역은 동쪽을 상징하는 청색 깃발, 장안위 구역은 북쪽을 상징하는 검정색 깃발, 화서위 구역은 서쪽을 상징하는 흰색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령(令)', '순시(巡視)'라고 쓴 깃발을 볼 수 있다. 팔달산 위 용도를 걷다보면 붉은색 깃발이 나부끼는데 팔달위 군사가 지키던 곳이라는 얘기다. 
방화수류정에서 바라본 수원화성 동북포루

방화수류정에서 바라본 수원화성 동북포루


수원화성 북동포루

수원화성 북동포루


수원화성 축성 후 네 구역에 깃발이 휘날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성전도 6폭 병풍을 보면 팔달문에는 커다란 붉은색 깃발, 창룡문에는 청색 깃발, 장안문에는 검정색 깃발, 화서문에는 흰색 깃발이 걸려있다. 서북각루, 서남각루, 동남각루, 동북각루에도 두 가지 색이 들어간 각기가 걸려있다. 동남각루와 동북각루 각기의 색은 정확하지만 서북각루와 서남각루 각기의 색은 아래와 위가 바뀌었다.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보물 1430호 화성능행도 8폭 병풍 중 환어행렬도를 보면 각기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수원화성 답사 길에는 깃발만 나부끼는 것이 아니다. 팔달위와 창룡위가 만나는 지점, 창룡위와 장안위가 만나는 지점, 장안위와 화서위가 만나는 지점, 화서위와 팔달위가 만나는 경계지역에는 경계표석이 있었다. 각 부대 내부에는 부대 위치를 표시하는 좌부, 중부, 우부 표석이 있었다. 화성축성 당시에는 경계표석 4개와 부대 위치표석 12개 등 총 16개의 표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는 봉돈과 서남암문 옆에 경계표석 2개와 창룡위 중부, 창룡위 우부, 장안위 좌부 등 위치표석 3개가 남아있다. 팔달문 위에도 두 개의 위치표석이 있는데 접근할 수가 없어 정확히 고증하기가 어렵다. 

수원화성 북서포루

수원화성 북서포루


수원화성 북포루, 장안위와 화서위 경계표석

수원화성 북포루, 장안위와 화서위 경계표석


남수문은 팔달위가 경계하던 시설이다. 붉은색 깃발을 보면서 동남각루에 올라 청색과 붉은색의 각기를 상상하면서 일자문성 길을 걸으며 봉돈으로 가면 봉돈 지나자마자 깃발의 색깔이 붉은색에서 청색으로 바뀌고 그 경계 지점에 경계표석이 있다. 팔달위 방향에는 '팔달위중부미국', 창룡위 방향에는 '창룡위전부두국'이라 쓰여 있다. 이 지점은 화성행궁에서 보면 정 동쪽 방향이다.

창룡문 방향으로 계속 걷다보면 동일포루 앞에 '창룡위 중부' 표석을 만나게 되고 창룡문 옆에서 '창룡위 우부' 표석과 만나게 된다. 동북공심돈, 연무대를 지나 동암문에 이르면 청색 깃발이 검정색 깃발로 바뀐다. 여기서부터는 장안위가 지키던 곳이다. 동북포루를 지나 내리막길을 가다보면 '장안위 좌부' 표석이 있다. 북포루 옆에는 새로 만든 경계표석이 있고 서남암문 옆에는 팔달위와 창룡위의 경계표석이 있다. 팔달위 방향에는 '팔달위후부미국', 화서위 방향에는 '화서위전부두국'이라 쓰여 있다. 팔달산 위에는 흰색 깃발이 나부끼는데 이 지점부터는 붉은색 깃발이 팔달위 영역임을 알리고 있다.
수원화성 서남암문, 팔달위와 화서위 경계표석

수원화성 서남암문, 팔달위와 화서위 경계표석


붉은색 깃발이 나부끼는 수원화성 용도

붉은색 깃발이 나부끼는 수원화성 용도


수화화성 답사를 하면서 깃발의 색깔이 바뀌는 지점과 곳곳에 있는 경계표석 및 위치표석을 확인하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깃발의 글씨와 표석의 글씨를 읽어보면 200여 년 전 수원화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고생하면서 멀리 갈 필요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수원화성 한 바퀴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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