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정조시대 역사적 정체성 이해할 수 있는 만석공원 영화정
역사 문화 콘텐츠 살려 시민에 개방 원해
2023-06-12 14:02:19최종 업데이트 : 2023-07-07 13:24:15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1795년 봄에 축조된 만석거,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2017년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795년 봄에 축조된 만석거,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2017년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됐다


정조대왕은 1789년부터 1800년까지 13차례 수원을 방문했다. 왕의 행차로를 필로라고 하는데 1831년 편찬한 '화성지'에 지지대고개부터 현륭원까지 자세한 행차로가 기록되어 있다. 지지대고개를 넘어와 프랑스군 참전 기념비 앞, 현재 광교산 입구 옆길인 옛길을 따라가면 괴목정교, 일용리, 여의교, 만석거, 영화정, 기하동, 대유평, 영화역, 관길야, 장안문으로 들어와 화성행궁으로 이어진다.

왕의 행차로에 있던 만석거 제방 옆 동쪽에 영화정이 있었다. 만석거의 맑고 깨끗한 물과 평평한 기름진 들판을 내려다볼 수가 있었다. 영화정에 올라가 바라다보는 경치는 경기와 호남을 제 마음대로 할 만한 경치였다고 기록했다. 정조대왕은 1796년 봄에 영화정에 들러 교구정이라 불리던 것을 영화정이라 명명하고 화성유수인 조심태에게 현판을 써서 달도록 했다. 1797년 8월 행차 때는 '영화정에서 총리대신의 수원부를 바라본 시를 차운하다.'라는 시를 남겨 만석거와 영화정의 상징성과 가치를 드높이기도 했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신구관 부사와 유수들이 거북 모양의 관인을 인수인계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신구관 부사와 유수들이 거북 모양의 관인을 인수인계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정조대왕의 숨결이 남아있는 만석거와 영화정을 품고 있는 곳이 만석공원이다. 만석공원은 주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이다. 사계절 어느 때 가보아도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봄에는 봄꽃이 아름다운 길이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길이고 겨울에는 눈 덮인 고운 길이 운치 있는 공원이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만석공원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만석공원의 심장은 만석거이다. 만석거는 1795년 봄에 축조됐다. 장안문 북쪽의 황무지를 개간한 대유평에서 안정적으로 농업경영을 하기 위해 만든 저수지다. 만석거의 물로 해마다 대유평에서는 풍년가가 울려 퍼져 수원의 백성들은 풍요로움을 누렸다. 만석거 축조와 대유평 개간을 하면서 파낸 흙은 수원화성 축성에 조달했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굳게 닫혀있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굳게 닫혀있다.


만석거를 축조하고 남쪽 언덕에 영화정을 지었다. 이곳에서는 신구관 부사와 유수들이 거북 모양의 관인을 인수인계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영화정에서 바라보는 만석거와 주변의 풍광은 주변에서 손꼽을 정도로 운치 있고 아름다워 벼가 익어가는 가을 풍경은 화성 추8경 중 하나인 '석거황운(石渠黃雲, 만석거 주변의 황금 물결)'이라 했다. 수원 8경인 북지상련(北池賞蓮, 만석거에 핀 아름다운 연꽃)의 공간이기도 하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영화정은 일제강점기에 소실됐다가 1996년 10월 원래 위치가 아닌 만석공원의 현재 위치에 복원됐다. 복원된 건물이지만 정조시대의 역사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곳이고 만석거와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중요한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만석공원에 언제 가보아도 영화정의 문은 항상 닫혀있다. 굳게 닫힌 영화정 안은 잡초가 무성하고 영화정 문 창살의 창호지는 모두 벗겨져 창살만 앙상한 모습이다. 마루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출입문이 두 곳이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출입문이 두 곳이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영화정 개방해야 한다'는 글을 e수원뉴스에 쓴 적이 있다. "만석공원에 가면 영화정이란 건물이 있다. 1년 내내 문은 굳게 닫혀있고, 여름이면 잡초가 무성해 만석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눈에는 흉물스러운 건물이 되었다. 이런 건물이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문화재를 복원해 놓고도 방치해두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없으니 활용방안 및 개방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내부 모습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내부 모습


이후에 한동안 영화정을 개방했었다. 아침에 대문을 열어놓고 저녁때면 문을 닫았다. 산책하는 시민들이 안에 들어가 둘러보고 마루에 앉아 만석거를 바라보기도 했다.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자 영화정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지만, 동네 아이들이 신발을 신고 마루에 올라가거나 창호지에 구멍을 내는 등 훼손도 이어졌다. 영화정을 관리하는 관계자는 "코로나19와 화재 위험, 노숙자 쉼터 등의 활용으로 폐쇄된 사항"이라며 "현재 시설점검이 필요한 실정이다. 시설 점검 및 개방 시기 등에 대해 검토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내부 모습

1795년 가을 만석거 남쪽 언덕에 세운 영화정, 내부 모습


영화정이란 문화재를 개방하고 활용할 콘텐츠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영화정은 정조대왕 행차로에 있었기 때문에 활용할 역사 문화 콘텐츠가 풍부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상실해 갈 것 이다. 영화정이 시민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한정규님의 네임카드

만석거, 영화정, 정조대왕, 한정규

연관 뉴스


추천 2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