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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에서 한나절, 귀한 선물을 받은 느낌
풍경으로 눈도 즐겁고, 마음도 채우고
2023-05-02 11:29:09최종 업데이트 : 2023-07-07 13:43:1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를 3대 누각으로 꼽는데, 용연에 있는 방화수류정도 더하고 싶다. 모두 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려 있는데, 용연도 담담한 경치가 방화수류정과 어울려 있다.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를 3대 누각으로 꼽는데, 용연에 있는 방화수류정도 더하고 싶다. 모두 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려 있는데, 용연도 담담한 경치가 방화수류정과 어울려 있다.
 

  새로 정비가 끝난 용연에 갔다. 여기는 그냥 보아넘길 것이 하나도 없다. 침묵을 토해내고 있는 성곽에 적당히 솟은 방화수류정(동북각루)이 기막히게 어울린다. 명상에 잠겨 있는 물은 마음마저 잔잔하게 한다. 물 근처에 살아온 나무들은 수관이 보통이 아니다. 버드나무는 볼수록 부드럽다. 붓으로 허공에 난초를 그린 것처럼 운치가 있다. 모두가 눈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용연이 명소로 소문나면서 몸살을 앓았다. 관광객들이 연못 주변에 머무르면서 녹지 훼손, 토양 침식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수원시가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끝에 용연 정비를 마무리했다. 호안석(湖岸石)을 정비하고, 연못 주변에 잔디를 심고, 안전 난간·관수시설 등을 설치했다. 
 
멋진 데는 사람들이 먼저 안다. 용연은 피크닉 명소로 소문이 났다.

멋진 데는 사람들이 먼저 안다. 용연은 피크닉 명소로 소문이 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변 자연 풍경에 어울리는 누각을 멋지게 세우는 솜씨가 있다. 전국을 다녀보면 사람들이 만든 정자인데 처음부터 자리했던 것처럼 오히려 자연 풍광을 돕고 있다. 흔히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를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는다. 여기에 용연에 있는 방화수류정도 더하고 싶다. 이들이 모두 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려 있는데, 용연의 담담한 경치가 방화수류정과 어울려 있기 때문이다. 
  멋진 데는 사람들이 먼저 안다. 용연은 요즘 피크닉 명소로 소문이 났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온 사람들이 많다. 외국인도 보인다. 음식을 나눠 먹고, 게임을 즐기는 모임도 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오산에서 왔다고 밝힌 사람은 "얼마 전에 끝난 주말 드라마에서도 여기가 자주 나왔다. 그래서 꼭 와보고 싶었는데, 정말 경치가 좋다."라고 말한다. 일찍이 정조는 '용연제월(龍淵霽月, 용연의 개인 달)'이라며 가을 풍경을 으뜸으로 세웠다. '용지대월(龍池待月, 용연에서의 달맞이)'이란 말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용연은 낮에도 밤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맑은 물에 오리 가족이 나들이 왔다. 여유로운 풍경이다.

맑은 물에 오리 가족이 나들이 왔다. 여유로운 풍경이다.


  정조는 홍재전서에 방화수류정(訪華隨柳亭)은 '꽃이 핀 산과 버들이 늘어진 냇가의 뜻을 취한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주변 풍경을 보고 지은 이름이다. 정조는 방화수류정 층계에서 활을 쏘아 3발을 맞히고, 직접 지은 시를 내어주고 여러 신하에게 거기에 잇대어 시를 지어 올리도록 했다. 격조 있는 풍경을 보고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마음으로 품어서 서로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화성성역의궤에서 용연은 "북성 밖에 있는데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 둘레가 201보, 깊이 6척이고, 가운데에 작은 섬이 있다. 못 위 성 모퉁이에 방화수류정이 있고, 정자 아래에 있는 바위는 예부터 용두라 하여 낚시터로 삼을 만하다. 못의 서쪽에 석각 이두(돌에 새긴 이무기 대가리)를 설치했는데, 물이 많이 차면 이 이두로 물을 화홍문 밖으로 뿜어 내게 되어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를 보면 용연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석각 이두도 그대로 있다. 다만 반달 모양은 세월이 흐르면서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변했다. 
 
못의 서쪽에 석각 이두. 물이 많이 차면 이 이두로 뿜어 낸다.

못의 서쪽에 석각 이두. 물이 많이 차면 이 이두로 뿜어 낸다.


  전국에는 용연이라는 이름의 연못이 제법 있다. 이들은 주로 용이 살거나 승천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 곳에서는 영험함이 깃들여 있다고 믿고 기우제를 지내거나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습이 전해온다. 그에 비하면 용연 스토리는 아주 소박하다. 용머리처럼 생긴 용두 바위가 있어 용연이라고 했다. 화홍문에서 동쪽으로 언덕이 솟았는데, 이것이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이다. 풍수 전문가가 아닌 눈으로 봐도 용의 기운이 어른거린다. 
 
용연 설명. 용머리처럼 생긴 용두 바위가 있어 용연이라고 했다.

용연 설명. 용머리처럼 생긴 용두 바위가 있어 용연이라고 했다.


  용의 이미지는 정조에게 특별하다. 순조실록 천릉 지문(遷陵誌文)에 이르기를, "하루는 장헌 세자가 잠을 자다가 신룡(神龍)이 여의주를 물고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난 후 벽에다가 그 모습을 그려 놓았는데, 그 후 왕이 탄생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사도세자가 용 꿈꾸고 정조가 태어났다. 
  정조는 화산 아래 아버지 사도세자를 모셨다. 그리고 가까이 절도 지었다. 절 건물이 낙성되던 날 밤에 꿈을 꾸었는데, 용이 입에 구슬을 물고 하늘로 승천했다. 용은 임금의 상징이다. 아버지가 죽어서 왕이 됐다. 비로소 한이 풀린 것이다. 그래서 현륭원에 명복을 빌어 주는 능사의 이름도 용주사(龍珠寺)라고 지었다.
정비가 된 용연. 명상에 잠겨 있는 물은 마음마저 잔잔하게 한다. 나무들은 수관이 보통이 아니다. 모두가 눈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정비가 된 용연. 명상에 잠겨 있는 물은 마음마저 잔잔하게 한다. 나무들은 수관이 보통이 아니다. 모두가 눈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용연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다. 규모도 크지 않다. 연못의 중앙에 작은 섬은 갈 수도 없다. 요란스럽거나 화려하지 않아 더 좋다. 좁은 곳에 사람이 많은 듯한데, 붐비지 않는다. 주위에 의자도 있지만, 가까운 카페에서 피크닉 장비를 빌릴 수 있다. 풍경에 안겨 있으면 몸도 풀빛처럼 빛나고 마음에 안정도 찾는다. 요즘 멍 때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냥 넋 놓고 있는 행동이다. 이는 지치고 힘들어 쉬고 싶다는 뜻이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서 잠시 쉬는 시간이다. 
  용연 의자에 앉아본다. 일상이 멈췄다. 풍경 눈맛에 청량한 향기까지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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