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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수동 팔부자거리를 거닐다
현재를 걸으며 과거를 느끼는 여행
2020-08-31 14:33:56최종 업데이트 : 2020-08-31 14:33:38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에는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보다 그 길에 들어 있는 세상 모습을 구경하며 즐길 수 있는 길이 하나 있다.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조 후 집마다 부자가 되게 하고 사람마다 즐겁게 하려는 정신으로 세운 팔부자거리가 바로 그곳이다.
왼쪽 사진은 화성도 (18세기 후엽 37X33cm 류철현 소장), 오른쪽 사진은 팔부자거리 일대(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소장) 오른쪽 검정 원은 천주교회, 파란 원은 우시장 터

왼쪽 사진은 화성도 (18세기 후엽 37X33cm 류철현 소장) 기와집 8채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팔부자거리 일대(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소장) 오른쪽 검정 원은 천주교회, 파란 원은 우시장 터

집에서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옛길을 떠났다. 수원화성이 축조된 후 그린 18세기 '화성도'에는 8채로 보이는 기와집이 그려져 있다. 이 8채의 기와집을 팔부잣집으로 추정한다.

일제강점기 때 '지적도'와 소유주를 보면 북수리 340번지(219평)가 나오는데 프랑스 르각 신부의 소유이다. 천주교 측에서 팔부잣집 중 한 집을 사드렸다는 기록이 수원시사 18권에 있다.

1897년 4월 27일 알엑스 신부가 뮈텔 주교에게 보낸 편지이다. '조선왕국의 8도를 대표하는 최고 부자 8명이 똑같은 설계로 나란히 8채의 집을 지었습니다. 팔부잣집이라는 이름은 거기서 나왔습니다.'

수원화성 축조 당시 정조대왕 정신인 '호호부실 인인화락(戶戶富實 人人和樂)' 과 알렉스 신부 편지를 통해 팔부잣집과 팔부자거리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팔부잣집은 최소 1930년대 초까지는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32년 11월 15일 경향 잡지 제745호에 그해 봄 짓기 시작해서 초가을에 준공되었다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왼쪽은 '수업료' 영화 중에서 우시장 캡처, 오른쪽 사진은 팔달노인복지관

왼쪽은 '수업료' 영화 중에서 우시장 화면 캡처, 오른쪽 사진은 팔달노인복지관

왼쪽 사진은 1940년 개봉한 '수업료' 영화의 한 장면이다. 우영달 어린이가 서 있는 곳은 우시장이다. 우시장 넘어 보이는 팔부잣집 건물은 이미 옛 건물이 아닌 듯싶다. 천주교에서 세운 것으로 보이는 건물도 보인다. 우시장 터는 오른쪽 사진처럼 현재 팔달노인복지관이 들어서 있다.

팔부잣집은 매향교가 있는 종로 통닭에서 시작하는 청룡대로7번길을 따라 북수동 커피부터이다. 끝나는 지점은 장안문 쪽 정조로 850번 길과 만나는 과학동광문구까지이다. 팔부자거리도 청룡대로7번길 따라 우시장까지 거닐어야 할 것이다.
왼쪽 사진은 팔부자 문구거리, 오른쪽 사진은 행궁동 왕의골목 2코스를 가리킨다

왼쪽 사진은 팔부자 문구거리, 오른쪽 사진은 행궁동 왕의골목 2코스를 가리킨다

북수동도 신도시보다 쇠퇴하는 구도심을 살리기 위하여 수원시 르네상스 사업이나 수원문화재단 수원유람 팔부자거리 사업을 진행했지만 현시점에서 본 결과는 더할 수 없이 슬프다.

수원 관광 안내에는 북수동 팔부잣집 거리가 소개된다. 안내 내용만으로는 북수동에 있었다는 팔부잣자집은 흔적이 없다. 다만 문구 거리와 혼용되어 팔부자 문구 거리가 있을 뿐이다. 어떤 연유인지 팔부잣집과 팔부자거리는 본래  터를 벗어나 주변을 맴돌고 있다.
팔부잣집이 있었던 곳, 지금은 알아볼 수 없이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다

팔부잣집이 있었던 곳, 지금은 알아볼 수 없이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 인쇄해온 자료 한 움큼을 쥐고 현장을 확인하며 사진도 찍어보았다. 그러나 발품 팔아 찾아본 팔부잣집은 손에 잡히는 그 어느 것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4시간 골목을 돌아 버드나무 아래에 이르러 숨을 돌렸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는 순간  땀방울 하나하나에 담긴 옛사람의 정서가 나의 피부로 스며드는 듯 했다. 비로소 세월의 시간을 건너뛰어 그들의 삶의 흔적이 느껴졌다.

우리 수원 문화예술이 손에 잡히는 문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니 오래전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내표지판에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의미와 가치를 담아 곱게 매만져 남겨야 하지 않을까.
강남철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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