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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직 시인의 '남은비'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8-17 18:19:40최종 업데이트 : 2018-08-17 18:16:59 작성자 :   e수원뉴스
한동직 시인의 '남은비'

한동직 시인의 '남은 비'

말복 지나도 더운 게 요즘의 폭염이다. 하지만 날마다 기록을 갈아치운 폭염도 이제는 한풀 꺾이리라. 처서 지나면 아무리 뒤끝 작렬하던 더위도 수그러들곤 했으니 말이다. 제발 가을을 데려오는 처서 바람이 폭염의 뒤끝까지 물리쳐주기만 고대한다.

한동직(1958~) 시인의 '남은 비'를 읽으며 다시 비를 불러본다. 시인은 2002년 '한국작가'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수원에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나는 별에 산다'를 냈고, '시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기행산문집과 공동시집 '볕 뜨락에 살라시면'을 냈다. 기자생활 중에도 틈틈이 시를 쓰고 책을 펴냈으니, 이제 작품 활동을 더 풍요롭게 할 것 같다.

'수분 잃어가던 화분을 내어놓'은 적이 있는가. 여름에는 긴 여행이 잦아서, 혹은 폭염이 극심해서, 더 많이 밖으로 나오는 '수분 잃어가는 화분'들. 그렇게 베란다에 놓이던 화분은 대부분 버려지게 된다. 아파트 쓰레기 처리장에 종종 쌓이는 화분들의 처지에 새삼 눈이 간다. 생명이 붙어 있는지 아닌지의 차이일 뿐, 유기견이나 유기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더 솔깃한 대목이 있으니 '가뭇없이 하나의 여름이 젖는 비에 가고 있다'는 문장이다. 비가 절실한 이즈음이라 저렇게 '남은 비' 내리는 여름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 깊이 배어든 때문일까. 아니면 여름의 뒷모습이 대부분 저러해서 그리운 풍경을 그리워하며 더 젖어들게 되는 것일까. 눅눅하고 쓸쓸하지만 자꾸 돌아 뵈는 그 풍경 너머 빗소리 같은 환청에 한참을 머문다. 

그보다 더더욱 반가운 것은 '목 타던 계절은/이제 막 정점을 찍었다'는 구절이다. 전 지구적 재난으로 변한 폭염이 하루빨리 '정점' 찍기만 기다리는 마음에 한 줄기 소나기를 퍼붓는 느낌이다. 이 최강 폭염이 어서어서 물러나주길 바라며 '감자를 썰고 있는 저녁'의 이웃집의 칼질 소리를 그려본다. 너무 지쳐서 밥도 하기 싫은 사람들이 이제는 따듯한 저녁 좀 짓고 싶어지게 가을바람을 간절히 부른다.

가뭇없는 비를 기다리지 말라는 듯 한껏 맑은 하늘. 하지만 설마 처서에도 폭염이 계속될까. 애원하듯 달력을 다시 본다. 아무리 더워도 가을은 곧 올 것이다. 시원한 바람과 가을비로 메마른 곳곳을 축여주며.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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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노래하다, 한동직 시인, 남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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